콩의 곧
김개미
나는 콩
깍지 속에 있어
빛을 본 적 없고
어둠을 만난 적 없어
곧 밖으로 나갈 거라는데
'곧'이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아침을 먹고 나서 용감해졌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무서워진
오늘은 아닌가 봐
궁금한 게 많지만
친구들은 내가 아는 것만 말하고
모르는 건 말하지 않아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기서 나는 무엇일까
알 수 있는 건 바람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바람이 하는 일은 알아
어떤 날은 겁이 나고
어떤 날은 지겨워
그제는 뛰쳐나가고 싶었고
어제는 끝까지 남고 싶었어
몇 번 더 비가 내리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란 소문이야
비는 뭘까
소리가 멋지다는 것 말고
무엇을 가졌을까
나는 콩
조용하고 따뜻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상상하고 상상하고 있어
《문학동네》2026년 여름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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