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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곧 / 김개미

작성자케이크|작성시간26.06.09|조회수168 목록 댓글 0

콩의 곧

김개미

 

 

나는 콩

깍지 속에 있어

 

빛을 본 적 없고

어둠을 만난 적 없어

 

곧 밖으로 나갈 거라는데

'곧'이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아침을 먹고 나서 용감해졌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무서워진

오늘은 아닌가 봐

 

궁금한 게 많지만

친구들은 내가 아는 것만 말하고

모르는 건 말하지 않아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기서 나는 무엇일까

 

알 수 있는 건 바람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바람이 하는 일은 알아

 

어떤 날은 겁이 나고

어떤 날은 지겨워

 

그제는 뛰쳐나가고 싶었고

어제는 끝까지 남고 싶었어

 

몇 번 더 비가 내리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란 소문이야

 

비는 뭘까

소리가 멋지다는 것 말고

무엇을 가졌을까

 

나는 콩

조용하고 따뜻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상상하고 상상하고 있어

 

 

《문학동네》2026년 여름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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