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원피스
박정완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
엄마 언니 동생은 귀가 따가웠어
하지만 아이가 왜 우는지 몰랐어
아이도 자기가 왜 우는지 몰랐어
하느님은 알고 있었어
어느 날 양의 심장, 불타는 햇살, 글라디올러스*의 꽃잎으로
물을 들여 빨강 원피스를 만들어 주었어
빨강 원피스를 입은 아이 울음 뚝 그쳤어
양처럼 순한 마음,
햇살처럼 뜨거운 가슴,
꽃잎처럼 붉은 뺨 가졌으니까
아이는 우쭐우쭐 길을 나섰어
초록 그늘과 파랑 하늘도 출렁출렁 뒤따라갔어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알뿌리에서 나오는 잎이 긴 칼 모양이다.
『레몬은 시다』창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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