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
성유림
불이야
불이야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옥상으로 달렸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떼처럼
골목마다 들어찬
사람들이 보여?
꿀렁이며 다가오는 불길
이런 꿈 꾼 적 있는 것 같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할머니가 나오는 꿈
이상하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분명 우리 할머니야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평상 위에 올라온 개미떼를
굽은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으로
꾹꾹꾹 눌러 죽이고
무릎에 누운 여자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빨간 원피스를 벗고 밤마다 두들겨맞는
여자아이가 입고 있는
빨간 원피스를 벗기고 개처럼 두들겨패는
어두운 부엌 한쪽에서
죽은 고기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까맣게 그을린 가마솥 아래
장작을 끊임없이 집어넣는
불에 불이 붙어서
뚝뚝뚝
떨어지며
뿌리까지 태울 수 있어?
없는 대문을 내려친다
대문이 유리처럼 깨진다
피가 불처럼 번지고
불타는 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뜨거워
다리 사이로 흐르는 오줌
온기를 느끼면서 녹아내리는 나무
옥상 문을 열면
붉은 십자가들이
타오르고
방화범은 아직 산에 남아 있어
《문학동네》2026년 여름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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