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뒤를 돌아보세요
한여진
논두렁에 앉아 있는 독수리
자주 할머니로 착각했다
산발한 잿빛 머리
덩그러니 굽은 뒷모습
거기서 뭐해 그러다 땅속으로 꺼지겠어
하면 훌쩍 날아올라 북쪽 하늘로 사라졌다
어린 나를 두고 할머니가 사라졌다
늙어빠진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논두렁을 갈아엎어야 했다
다시는 독수리에게 속지 않도록
하지만 땅속으로 꺼진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지
삽을 들고 계속 파내려간다
오랜만에 만나면
눈이 부시진 않아? 다시 덮어줄까?
목화솜 이불을 가져와 함께 눕는다
있잖아, 그건 너무 슬픈 뒷모습이었어 말하며
《문학동네》2026년 여름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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