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할아버지
신솔원
할아버지 방에서 나온 아빠는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할아버지, 고모할머니, 큰아버지, 고모,
내가 알고 있는 분도, 모르는 분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아빠가 전화한 사람도 전화하지 않은 사람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슬픈 얼굴을 하고 와서는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열린 방문으로 가끔씩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큰 소리로 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른들 틈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어른들은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할아버지 귀에
무어라 속삭였습니다
할아버지를 보고 나온 가족들은 거실에 모였습니다
고모할머니는 밭에서 가져온 부추로 전을 부쳤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했다는 할아버지는 부추전 냄새를 맡고
부추전에 막걸리를 먹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고모할머니는 100원짜리만 하게 부추전을 부쳐 할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주 힘겹게 부추전과 막걸리를 드셨습니다
잠시 거실에 나왔던 가족들은 또 하나둘씩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도 들어갔습니다 아빠가 나를 할아버지 가까이 데리고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눈으로 말을 했지만 나는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나오자
할아버지는 곧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으셨습니다
블랙동시선집 2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상상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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