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동시집 《네모 코끼리 전시회》(사계절 2026)
〈할아버지 노래를 듣다보면〉(44쪽), 〈맨드라미〉(80쪽), 〈수학 천재 내 동생이 천천히를 풀었다〉(90쪽)
맨드라미
이안
오래전 여름
닭장에 침입한 족제비와
죽기 살기로 싸우다
머리 볏을 몽땅 뜯긴 수탉에게
닭들이 눈물로 떠 준 빨간 모자
후손이래요
닭장 옆
가을의 대장처럼 서 있는 저 맨드라미가
닭장에서 알을 꺼내 올 때
우리는 두 손을 펴
둥글고 환하게
보여 주고 오지요
붉은 맨드라미 대장님께요
이안 시인의 일곱 번째 동시집 《네모 코끼리 전시회》를 보았다.
동시집을 읽을 때 제목처럼 전시회를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구상화와 추상화가 섞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단순하며 숭고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문득 그 분위기가 최종태 조각가의 여인상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도하는, 살며시 웃는…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동시 자체보다는 도리어 시인의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첫 동시집 《고양이와 통한 날》(문학동네 2008)을 낸 지 18년이 지났다.
바위처럼 변하지 않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움을 지향하는 시심(詩心)은 이율배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통한다.
세상의 모든 새로운 노래와 그림과 이야기를 관통하는 변치 않는 단 하나의 것을 시인은 찾고 싶고 지키고 싶은지 모르겠다. 동심…
나는 이번 시집에서는 옛이야기 같은 〈맨드라미〉가 좋았다. 이야기가 있는 동시는 왠지 단박에 시를 읽게 하는 재미와 힘이 있다. 끝이 너무 궁금하니까.
그의 첫 시집 첫 시 〈보름밤〉에도 수탉이 나온다.
지금은 사라진 시인의 닭장 옆에는 맨드라미가 대장처럼 서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울음을 울겠다.
(이렇게 올려도 되나요?
합평반에서 리뷰 쓸 때 기억이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