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안녕! 난 브래지어야 / 박정완

작성자흐르는 강물처럼|작성시간26.06.23|조회수55 목록 댓글 1

안녕! 난 브래지어야*

박정완

 

  줄여서 '브라'라고 불러. 젖가슴을 덮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고 모양도 맵시 있게 해 주지.

네가 알고 있는 나는 1913년 뉴욕에서 태어났어.

 

  뉴욕 사교계의 명사 메리 펠프스 제이콥스는 어느 날 파티를 위해 실크 드레스를 준비했어.

그런데 실크가 너무 얇아서 속이 다 비치는 거야. 메리는 프랑스인 하인들과 함께 속옷을

만들었지.

 

  흰 손수건 두 장, 작은 분홍색 리본 그리고 얇은 줄을 가지고 젖가슴을 살짝 가리는 새로운 

형태의 속옷이었어. 그날 밤 파티장에 있던 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메리의 속옷을 원했어.

메리는 친구들에게 속옷을 만들어 선물했지.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 

 

  이듬해 변리사를 고용해 '등이 없는 브래지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고 100달러로 재봉틀

두 대를 빌려 나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속옷 사업에 뛰어들었어.

 

  그해 1차 대전이 일어났어.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갔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하던 일을 해야 

했지. 그러면서 허리를 조이고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코르셋 대신 나를 입기 시작했어. 

한마디로 나는 모든 여성의 속옷이 된 거야.

 

  내 소개가 너무 길었지? 미안.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가 입을 브라의 치수를 잘 아는 거야.

마음에 드는 모양을 골라 입어 보고 움직여 본 다음 너의 첫 브라를 결정해. 당당하게!

 

  (가게에서 입을 수 없다면 집에 와서 입어도 돼. 가격표를 떼지 않으면 교환이 가능하니까

걱정 마.)

 

 

*전수완 동시 「엄마 없는 브래지어」(김송이 외 9인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상상 2026)을 읽고 썼다.

 

 

<레몬은 시다> 창비, 2026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26.06.24 오~시가 시를 낳았네요~ 새롭게 탄생한 시 👍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