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이동기에 섬에서 많은 뻐꾸기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소리만 들리고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아 관찰이 쉽지 않습니다.
또 관찰 기회가 적으니 동정이 쉽지도 않구요.
제가 섬에서 뻐꾸기류를 동정하는 허접한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소리로 동정한다.
뻐꾸기류의 소리는 몇 개 안되는 데다가 특징도 제각각이니 반드시 외우셔야 합니다. 소리를 기억하면 뻐꾸기가 쉬워집니다. 소리가 한 종만 들린다면 당연히 그 녀석이겠죠. 단, 이 경우 내가 본 녀석이랑 소리낸 녀석이랑 동밀 개체인지 반드시 확인을
두 번째, 뻐꾸기(Common Cuckoo)를 골라낸다.
많은 경우에 필드에서 비슷한 종을 동정할 땐 소거법이 답이죠.
눈과 눈테를 먼저 살펴보고, 노란색 눈과 눈테가 있으면 일단 뻐꾸기!
세 번째, 두견이(Little Cuckoo)를 골라낸다.
뭐 뻐꾸기보다 7cm, 검은등이나 벙어리보다 5cm 정도 작으니 쉽게 골라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경우 다른 뻐꾸기류를 본 경험이 현저하게 적다면 곤란하겠죠? ^__^;;
네 번째, 검은등뻐꾸기(이하 검뻐)와 벙어리뻐꾸기(이하 벙뻐) 중 하나로 결정한다.
뻐꾸기 동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죠.
• 머리, 등, 꼬리의 색 패턴
두 종을 구별할 때 제가 가장 즐겨쓰는 방법입니다. 검뻐는 머리와 등의 색이 확실하게 차이가 집니다. 머리는 회색, 등판은 회갈색! 또 등과 꼬리는 색 차이가 거의 없구요(같은 회갈색). 반면에 벙뻐는 머리와 등의 색은 차이가 별로 없고(아주 약간 등판이 어두운 경우도 있음), 등판과 꼬리의 색 차이가 명확합니다. 꼬리깃이 검은색을 많이 띄고 있어 어둡죠.
• 꼬리 끝 부분의 검은 색 띠 패턴
검뻐는 꼬리 끝부분에 검은색 띠가 있으며 끝은 희게 보입니다. 벙뻐는 꼬리 전체가 검은색 계열로 보이구요. 이 부분이 확실하고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굉장히 좋은 동정키가 될 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봄철 관찰시에 깃이 많이 닳아 있는 상태(worn feather)라 꼬리깃의 검은 색 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 배의 검은색 가로줄무늬 패턴
버꾸기류는 배에 가로줄무늬가 나타나는데 종류마다 굵기가 달라 동정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뻐꾸기 < 벙어리뻐꾸기 < 검은등뻐꾸기 < 두견이
순으로 가슴의 검은색 줄무늬가 굵고 간격이 넓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 경우 개체간 스펙트럼이 넓어 중복되는 영역이 많습니다. 따라서 뻐꾸기류 관찰경험이 많고, 또한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꽤나 골치 아픈 동정키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겹치는 스펙트럼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는 동정키입니다. 다만 벙뻐와 두견이가 헷갈릴 경우 두 종간 검은색 줄무늬 굵기는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 눈테의 색 패턴
검뻐는 노란색 눈테가 유난히 가늘고 희미하게 나타납니다.
눈테의 경우
검은등뻐꾸기 < 벙어리뻐꾸기, 두견이 < 뻐꾸기 순으로 진하게 나타납니다.
눈테의 색 또한 상대적이어서 구별이 쉽지는 않습니다.
뻐꾸기류 동정, 그까이거 뭐 간단한 거 아닌가요?
녀석들이 울어주면 됩니다. ^^
5~6년 전에 뻐꾸기들의 봄철 이동시기에 녀석들 무리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뻐꾸기부터 두견이까지 모든 종류의 뻐꾸기가 섬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또 착하기까지 해서 모두 밝은 곳으로 나와서 밭을 기어다니며 벌레를 잡거나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생각했습니다.
이 기회에 뻐꾸기 동정하는 법이나 확실하게 공부하자.
그래서 길 옆에 뻐꾸기 앉을 수 있는 횃대 하나 세워놓고,
뻐꾸기류의 소리를 틀어 종류별로 녀석들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소리에 반응해서 한 녀석 한 녀석 횃대에 앉아 노래를 부르다가 돌아가고...
그렇게 한 녀석 한 녀석 맞춰가는 사이에
뻐꾸기 동정이 좀 쉬워졌습니다. ^^
여러분에게도 언젠가 이런 날이 기적같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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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지남편 작성시간 12.05.08 공부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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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대환 작성시간 12.05.08 저도 머리와 등판의 색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럼 문제의 녀석은 머리와 등판의 색 차이가 분명하단 말씀이시군요...
이 부분에서 좀 차이가 있는듯 합니다.
버드디비나 다른 사진 사이트를 보면 색의 농도 차이가 아니라 색 차체가 완전히 달라보이더군요...
그런데 문제의 녀석은 색의 차이도 미미할뿐만 아니라 색 자체의 차이 보다는 색의 농도 차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머리와 등판의 색이 그늘에 들어가 있어서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정도 차이면 검뻐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지요? -
답댓글 작성자블루버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5.08 제 부족한 식견으론 그렇게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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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구정 작성시간 12.05.11 잘 보았습니다만~
이제 나두 뻐꾸기 도사 된건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