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한국사회,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④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작성자한강|작성시간14.05.26|조회수77 목록 댓글 1

 

 

생활규범 다한지 오래…오계로부터 시작하자 "계율은 살아있는 것…시대정신 맞게 재해석해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한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연구동에서 성태용 교수(철학과)를 만났다. 온 사회가 큰 충격파에서 헤어나지 못했다지만, 건국대 교정은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성태용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불교계에 대한 걱정부터 했다. 불교학자이기 이전에 재가불자로서 오랜 시간 불교계의 변화를 위해 활동하면서 갖게된 심경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불교가 이 땅에 전해진 지 1600년, 계율이 경전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종교는 신앙을 넘어서 생활규범의 기능을 할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불교는 더이상 생활규범이 아닙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문제를 일깨우는 모두발언이었다. 출가중도 재가중도 계율을 벗어난 일탈이 일상화 되어버린 오늘의 한국불교,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생활불교' 또는 '생활 속의 불교'란 생활규범으로서의 불교와 맥을 같이 하는 표현이다. 생활 속의 불교가 되지 못한다면 절 안의 불교가 될 것이고, 반쪽 짜리 불교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기도와 불공을 올리는 것으로 불교의 생명력은 쪼그라든 셈이다.

 

성 교수는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돈만 벌면 부자라는 왜곡된 사회풍토에서 비롯된 참사"라며 탐욕이 빚어낸 참사라고 꼬집었다. 경제가 삶 전체를 지배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한 제2의 세월호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데 정의로운 사회에 앞서는 것이 잘 살게 해준다는 공약이고, 국민들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살게 됐다"고 지적했다.

 

 

   

▲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한동안 충격 속에 빠져 있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지배논리였다. 못먹고 살던 시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잘 산다는 의미 외에도 여러 의미가 있을텐데 지금까지 줄곧 경제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부자라고 한다.


잘 산다는 것은 삶 전체를 잘 산다는 의미여야 한다. 부자지만 개 같이 산다면 그것을 잘 산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든 부자만 되면 되는 것이 용납되는 사회이다. 경제가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부자를 보고 잘 산다고 한다. 옳고 그름이 빠져 있다. 부자지만 못산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청백리라는 말이 있는데, 재산이 없어도 사람 답게 사는 이를 말한다. 잘 산다는 말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데 정의로운 사회에 앞서는 것이 잘 살게 해준다는 공약이고, 국민들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돈을 최우선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살게 됐다.
'하면 된다'고만 가르쳤지, '해도 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벌자는 성장논리가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사회 정의를 세우지 않으면 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다." 
 
-지난 한 달 슬픔, 미안함, 부끄러움, 분노의 시간이었는데, 어떤 생각을 하며 보냈나.

 

"슬픔의 시간이었다. 참담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분노였다. 우리 사회가 발전한 사회라고 큰 소리쳤는데,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다음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남비처럼 끓어올랐다가 또 금방 식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두려웠다.
그래서 냉철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냉철해지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데, 화살을 이상한 방향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겪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탐욕이 불러온 참사이다. 근본문제를 돌아보는 시각이 없는게 안타깝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의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변화의 방향은 어디여야 한다고 보나.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경제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에 치우쳐 부족한 부분, 필요한 부분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파이의 크기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사회 정의'를 더해서 논해야할 때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고, 제역할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방향설정이 안되어 있다. 그러는 사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편이 갈리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 의정활동 1, 2, 3위로 꼽힌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국민들이 유불리만 따지다보니 생긴 결과였다.


사회지도층게게는 엄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 부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어느 한 편에 서서 판단하면 안된다.

 
세월호 사고도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지만 인민재판하듯 몰아가서는 안된다. 마치 한풀이 하듯 해버린다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세월호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2의 세월호 사고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의 한 단면이라면, 불교계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불교계가 청정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빛,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승단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불교는 종교의 근본적인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바른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회 전체를 아름답게 가꾸는 역할을 못했다.

연기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는 마음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다. 오염원을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 하는 논의와 풀어가는 답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불국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불국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불국토는 지금의 현실을 조금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교계가 이런데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를 불국토로 만들어가기 위한 강령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으로 있고, 사단법인 우리는선우 이사장, 건국대학교 문과대 학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 등을 역임했다.

-'세월호'를 넘어서기 위해 불교계의 사회적 역할을 무엇이며, 그 불교적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불교가 이 땅에 전해진 지 1600년, 계율이 경전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종교는 신앙을 넘어서 생활규범의 기능을 할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불교는 더이상 생활규범이 아니다.


지금의 불교는 개인의 신앙 문제에만 천착해 있다. 우리 사회의 규범으로서의 불교, 생활의 규범으로서의 불교가 되어야 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 생활과 신앙이 분리되어 버린 것이다. 절에 가면 불공, 기도 올리고, 삶은 그와 상관없는 삶이다.


예를 들자면, 계율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사상은 '생명'이다. 그래서 계율의 첫번째 항목이 불살생이다. 구체적인 예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불교계가 살생의 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은 다 안다. 불교계도 사회적으로 살생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면 무례한 표현인가? 계율정신이 없는 불교가 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계율에 담긴 사상은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불교계의 자기변화도 있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아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계율에서 그 답을 찾고 싶다. 생활규범으로서의 계율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율은 계율 대로, 생활은 생활 대로 이루어진다면 종교로서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 불교의 모습이다. 계율도 시대정신을 반영한 계율로 재해석해야 한다.

 

계율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2500년전, 부처님이 만든 계율이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계율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부처님 당시 계율이 가볍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논쟁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정립됐다. 불교계의 자기변화는 오계를 생활화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레기장 다니면서 향료 뿌리는 임시처방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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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 호 | 작성시간 14.05.29 감사히 잘 조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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