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과 스승
이재무
아주 오래 전의 일입니다. 6학년 학기 초 담임선생님이 부르셔서 갔더니 내일부터 매일 당신에게 계란을 갖다 바치라는 거였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당시는 계란이 참 귀물이어서 물물교환으로 사용이 가능했었습니다.
어느 안전인데 선생님 말씀을 어길 수 있었겠어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식구들 몰래 계란을 훔쳐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암탉들이 알 낳는 곳을 염탐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구러 시간이 흘러 2학기 말 무렵이었습니다. 열 마리였던 닭들이 그새 하나 둘 제사용으로 손님용으로 잡아먹히게 되어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계란을 빠뜨리는 날이 늘어나자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울먹이면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가늘게 떠는 어깨를 감싸 안아주셨습니다.
괜찮다. 이제 그만 가져오너라. 그리고는 책상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통장이었습니다.
그동안 네가 가져온 계란 값이다. 나도 좀 보탰다. 그거면 중학교에 갈 수 있을 게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중학교에 갈 수 있었고 어찌 어찌해서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재무시집:슬픔은 어깨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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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6년 3월 1일 수도국산박물관이 재개관합니다
엊그제 미리 다녀왔습니다
인터넷 예약은 필수입니다 아니면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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