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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문화재

울주 대곡리 연로개수기(蔚州 大谷里 硯路改修記)

작성자태홧강|작성시간26.06.18|조회수6 목록 댓글 0

울주 대곡리 연로개수기(蔚州 大谷里 硯路改修記)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목에 새겨진 조선시대 암각문(바위글)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곡리 일대의 옛 교통로와 생활사를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연로개수기란?
연로(硯路) : '벼루 연(硯)'자에 '길 로(路)'자입니다. 벼루처럼 미끄러운 바윗길, 혹은 벼랑길을 뜻해요. 사대부들이 먹을 갈 때 쓰는 벼루처럼 반질반질하고 험한 바위 절벽 길이었다는 거죠
개수기(改修記) : '길을 고치고 보수한 내역을 기록한 글'이라는 뜻입니다.

즉, "대곡천 절벽을 따라 있는 아주 험하고 미끄러운 바윗길을 안전하게 새로 고쳐 만들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바위에 새겨놓은 글씨"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도로공사를 끝내고 세운 '준공 표지판' 같은 거예요!

언제, 누가, 왜 만들었을까? 
안내판에 적힌 한자 중에서 '순치 12년 을미 2월 18일(順治十二年 乙未 二月十八日)'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순치'는 청나라 황제의 연호인데, 우리나라 역사로 환산하면 조선 효종 6년, 즉 1655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70여 년 전이지요.

조선시대 실록이나 옛 기록을 보면, 이 대곡천 일대(반구대 계곡)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선비들이 시를 쓰고 학문을 논하러 자주 찾던 곳 이였습니다. 하지만 길이 너무 험해서 발을 헛디디면 큰일 나는 위험한 곳이었죠.
그래서 1655년 봄, 뜻있는 사람들이 돈과 정성을 모았습니다. 

판독문
順治十二年乙未二月十八日        (순치 12년 을미년 2월 18일)
硯路改修工事         (연로 개수 공사)
施主 ▧今 ▧▧ 金(?)▧▧ ▧命卜(?)  (시주: 공사 비용을 낸 사람들)
化主 ▧▧             (화주: 공사를 주관한 사람)
石手 方北(?)          (석수 방북: 석공, 돌을 다루는 기술자)


안내판에 '시주(施主, 공사비를 댄 사람)', '화주(化主, 공사를 총괄한 사람)', '석수(石手, 바위를 깎은 기술자)'라는 역할이 나뉘어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이 험한 바윗길을 안전하게 깎고 다듬는 대대적인 도로 정비 공사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 이렇게 길을 고쳤다!" 하고 바위에 새겨둔 것이죠.


연로개수기는 대곡천 절벽을 따라 조성된 옛길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 반구서원에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바위벽에서 볼 수 있죠.
위 기록이 왜 중요한가? 하면,
먼저, 조선시대 교통로 존재를 증명 했다는 것입니다. 기록에는 1655년에 길을 보수했다는 내용이므로, 그 이전부터 이미 이 길이 존재했음을 알려줍니다. 최소 370년 이상 된 옛길인 셈입니다.

두번째로는 반구대 일대의 생활사 연구 자료 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걷는 길로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마을 사람들과 유생, 승려들이 실제로 이용하던 생활도로였습니다.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와의 관계입니다.
연로개수기는 단독 유적이라기보다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 그리고 반구서원 등과 함께 대곡천 문화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유적인 것이죠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유적(약 7천 년 전)인데, 연로개수기는 조선시대 기록입니다.
즉 한 장소에서 선사시대의 암각화와 조선시대의 길 보수 기록을 모두 볼 수 있는 드문 사례입니다. 그래서 대곡천 일대는 한국 문화사의 긴 시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소로 평가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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