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530년 전인 조선 성종 25년(1494년) 8월, 평화롭고 음식 맛 좋은 고장 언양에서 조선 팔도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은 엄청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답니다. 이름하여 '언양, 김개동과 막덕이 사건'입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언양에 살던 '김개동'이라는 사내와 그의 아내 '막덕이'가 주인공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날이었는데, 그만 사소한 오해로 부부 싸움이 시작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아내 막덕이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었나 봅니다. 남편 개동이에게 아주 매서운 말과 욕설(악언)을 퍼부은 것이죠.
요즘 같으면 "에이, 부부 싸움 하다가 말싸움 좀 거칠게 할 수도 있죠!" 하겠지만, 이때는 엄격한 유교 사회인 조선 시대였습니다. 지아비에게 감히 거친 욕을 마구 퍼붓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대역죄에 가까웠죠. 이에 머리끝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남편 개동이는 이성을 잃고 주변에 있던 큰 몽둥이를 휘두르고 말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매가 너무 과했던 탓에 아내 막덕이가 그만 목숨을 잃고 만 것입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언양 관아를 거쳐 한양의 임금님 귀에까지 보고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이니 당연히 법대로 처벌해야 하는데, 조정의 고위 관원들(영의정, 좌의정 등 대궐의 높은 분들) 사이에서 엄청난 끝장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 "법대로 집행파" (한치례, 성현 등 11명): "임금님! 이유 불문하고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죽였으니 당연히 남편을 교수형(교대시)에 처해야 합니다!"
- "남편 정상참작파" (노사신, 김극검 등 3명): "아니지요! 부부가 일심동체라지만 엄연히 남편이 위인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서 화를 돋웠으니, 남편만 사형시키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
- "솔로몬의 지혜파" (손순효): "아내가 잘못은 했지만, 몽둥이로 때려죽인 건 과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처음부터 죽이려고 계획한 게 아니라 홧김에 그런 것이니 사형만은 면해줍시다."
종일 이어진 치열한 난상토론 끝에, 당시 성종 임금님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개동이의 사형을 면해주고, 곤장 100대를 때린 뒤 3천 리 밖으로 유배를 보내라!"라며 특별 감형을 내려주었습니다. 아무리 아내의 욕설이 잘못되었어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무겁지만,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부부간의 비극적 감정싸움이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죠.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500년 전 조선 시대에도 우리 울산 언양 땅에서 사람 사는 냄새, 그리고 뜨거운 법정 공방이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않나요?
동시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화가 날 때 부리는 욱하는 성질은 인생을 망친다"는 옛 선조들의 교훈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예쁜 말 한마디 먼저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