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 /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가을노래 / 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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