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페미니스트 시민이 꿈꾸는 미래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성평등, 인권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임을 기억하라
- 이재명 정부 1년에 부쳐1
2026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을 맞이한다.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으로 국가와 공동체에 큰 위기가 있었으나 시민의 힘으로 이를 어렵게 넘겨내고 들어선 정부이다. 여성가족부를 흔들며 성평등 추진체계를 무화시키려 들고, 노동자를 비하하며 장시간 노동으로 끊임없이 회귀하고자 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고, 노동절의 의미를 다시 짚고,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일견 나아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성별임금격차 OECD 1위이고, 지난해만 최소 137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됐다.2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격차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우리는 윤석열과 비교해 이재명 정부가 얼마나 더 나은지가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재명 정부가 충분히 역할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코스피 7000, 8000을 넘어 8400선을 돌파하며 주식시장은 그야 말로 ‘호황’을 맞았다. 여당 대표는 지방선거 유세를 하며 지역 곳곳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주식을 2~3배로 올려놨다”며 자신들의 ‘공’을 역설하고, 언론 또한 연일 “지금 안 사면 늦는다” “역대급 불장” 등의 말로 투자 참여를 부추긴다. 수천만원, 수억의 수익이 이야기되는 동시에 초가성비 식당 지도앱이 유행하며 누군가는 1~2천원 아낄 방법을 궁리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코스피 8000 재돌파, ‘국민성장펀드’ 완판 소식을 보고받으며 자산 격차를 어떻게 완화해나갈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며 “(국민성장펀드가)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산 격차,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모든 사람이 ‘투자’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생각하는 ‘민생’인지 묻고 싶다. “돈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서 사람이 죽든 자연이 파괴되든 주식만 오르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착취한다. 또, 이는 주식 투자로 수익을 얻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격차만 벌릴 뿐이다. “민생 회복은 개인의 로또가 아니라 최저선을 잡아주기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임금노동으로도 충분히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격차를 메우는 복지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AI 강국’을 이야기해왔다. 올해 2월 확정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하 AI 행동계획)은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를 주요 정책 축으로 하여 AI 기술 발전과 산업 증진, 이를 통한 국가 간 경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AI 행동계획」에 AI 개발에 활용되는 기존 데이터의 성차별 문제, 비동의 성적 이미지 합성 등 AI를 악용한 젠더 폭력, 여성노동자가 주로 종사하는 노동의 AI 대체 등에 개입할 성평등 관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AI 산업에 사용될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건설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기술 개발이 가속할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고민도 찾아보기 힘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전력, 물은 어디서 가져”오는가? AI 산업을 키워나가기 위한 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의 희생을 요한다. 우리는 “지역을 착취해서 만들어진 반도체”, ‘국가 경제 성장’으로 포장된 일부 대기업 배불리기에 분명히 반대한다. “AI는 만능 치트키, 마법의 열쇠”가 아니며 정부는 “AI 홍보대사”가 아닌 “AI 사용과 도입에 대한 효과, 부작용을 고민”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산재, 이주민 차별, 사회적 참사, 국제 전쟁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입장을 내고, 대통령으로서 개입하여 변화를 도모하는 이재명 대통령이지만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입장을 듣기 어려운 1년이었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됐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중 여러 차례 ‘남성 차별’을 언급하는 등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얕은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10주기인 올해 또다시 광주에서 여성 청소년이 살해되는 참극이 발생하고, 스토킹으로 인한 교제폭력 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여성 시민은 계속해서 삶을 위협받고 있다. 이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을 갖고 있는 여성혐오 범죄임에도, 이재명 정부가 이를 ‘젠더’ 폭력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또, 여성/소수자 시민이 오랫동안 요구하고 싸워왔던 강간죄 개정,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빛의 광장에서 여성/페미니스트 시민이 꿈꿨던 미래는 실용, 능력, 주식을 강조하는 세상이 아니라 더디고 느리더라도” 성평등, 인권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였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기억하고, 여성/페미니스트 시민에게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지난 정권을 거치며 오랜 시간 한국 사회가 쌓아온 민주주의, 공동체가 가진 최소한의 합의가 일순간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재명 정부는 1명의 ‘나쁜 대통령’ 때문에 시스템이 휘둘리거나 무너지지 않는 기반을 쌓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는 1명의 ‘유능한 대통령’이 아닌 견제와 토론, 신뢰와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의 장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유념하고 “‘최악은 막아야 하지 않냐’는 식의 정치”와 위성 정당을 용인하는 선거 제도, 지독한 양당 정치를 끝내기 위해 역할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유능한 정부’를 표방하고 있으나, “유능하다는 건 일의 절차와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예상되는 결과를 면밀히 분석, 토론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진정으로 ‘유능한’ 정무를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나 ‘전 정권보다는 낫다’는 즉각 반응에 함몰되지 않는, 먼 미래를 보려는 조망 속에서 남은 4년”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단기적 시선이 아닌 가장 가난한 사람을 기준으로 삶의 버팀목이 되는 복지”를 마련하고 성장만큼 공공성 회복을 고민할 때 한국 사회 구성원 전반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페미니스트 시민은 이재명 정부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책임을 다하도록 비판하고, 견제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 05. 29
한국여성민우회
페미니스트가 평가하는 이재명 정부 1년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