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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대 오전반

빛의 제국 / 별이 빛나는 밤으로 글쓰기 - "테헤란의 새벽"

작성자오전반 최진환|작성시간12.11.06|조회수54 목록 댓글 0


과거의 흐름 - *

현재의 흐름 - **

**


그날 네가 마시던 것이 닥터 페퍼 였을까 .


네게서 나던 체리 향을 나는 기억한다. 

네가 입을 열 때 마다 네 혀 끝에서부터 퍼져나왔지, 그 알싸하고 텁텁한 탄산의 향이.


나는 지브릴 알 바라카.

17년 전 이 곳,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이 곳 테헤란에는 나의 모든 것이 있다.

나의 종교, 나의 가족, 나의 학교, 그리고 사랑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끝났다.


 노을지던 해가 돔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산뜻한 저녁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마치 노을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주기적으로 캔을 만지작거렸고, 그에 맞춰 캔이 구겨지는 소리도 들렸다.


" 정말 새벽이 올까? "


"모르겠어. 어쩌면 영영 안올지도 몰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면서 , 계속해서

슬픈  감상과  안좋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카림이 멀리서 손짓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뒤돌아 가는 녀석의 모습 너머로 지나간 일들이 떠올랐다.


  * 


미술시간이 끝난 직 후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이번 조별과제를 같이 하게 된  전학생 카림이었다.  

카림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과제는 뭐로 할거야?"


" Starry night ."


"반 고흐네."


"넌 ?"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

 

"특별히 빛의 제국을 고른 이유라도 있어?"


"없어. 그냥, 맘에 들어서..."


" 나도 그래. 그냥 보기에 좋고 끌리는 거 선택한 거지 뭐. "


"음, 혹시 내일 방과 후에 시간 괜찮아?"


"응? "


"특별히 바쁘다거나 할 거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자료 조사하고 같이 그림 그리자."


나는 머뭇거렸다.

딱히 할 것 도 없고 바쁜 것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선뜻 나서기가 싫었다.

그런 나의 얼굴색을 읽기라도 한 건지 너는 이런 말을 했다.


"별로 마음에 안내킬 수 도 있지만, 나한테는 이 과제가 무척 맘에 들어.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

게다가 전학 온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애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림도 그리고, 전학 온 학교의 친구랑도 친해지고!"


자기는 좋다면서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실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카림의  집안은 테헤란 뿐 만 아니라 이란 내에서 손꼽히는 대무역상의  집안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고, 큰 아버지가 벌인 과도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부도가  나버리자, 

가세가 기울어 네덜란드에서 이민 생활을 중이던  카림의 가족들까지 

이란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카림은 이란에서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로 갔기 때문에,  

다시금 이란과 이슬람교의 생활에 익숙해 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나는 카림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럼, 이따 방과 후에 보자!"


**


끼이익-.

버스 정차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창문에 기대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바깥을 보니 이미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것 같았다.

나는 허겁지겁 뛰어내렸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벌써 11:09 분. 약속한 시간이 지난지 오래였다.


 몇 분 전에, 카림에게서 온 문자가 있었다.


[지브릴,   미안한데 못나갈 것 같아,  집에 손님들이 찾아 온 것 같아 :( ]


 [긴급 상황 발생 !]


[도와줘]


[연락을 바랍니다.]


[연락을 바랍니다.]


손님 ...?


대체 무슨일인 거지?


호출 뿐 만 아니라 부재중  전화도  2건이나 있다.


나는 카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만 갈 뿐 카림은 받지 않았다.


나는 불안해졌다.


택시를 타고 다시 되돌아 가려는데  어쩐 일인지 평소엔 그렇게 흔하던 택시는  오지 않는다.


다급해진 나는  무작정 뛰었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아닌지도 모른채 무작정 뛰었다.


안좋은 예감,


슬픈 느낌.


두 가지가 합쳐져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모두 현실이 되어 나를 괴롭힐  것만 같았다.


카림이  걱정됬다.


*


카림은 정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 맞는 것 같은데,


뭔가 어색해서 뚱딴지 같은 질문만 해버렸다.


"너 왜 정오 살라트 때 없었어?"


녀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 예배가 끝나고 나서 아무리 찾아봐도 네가 보이지 않길래..."


" 혹시 그거 다른 애들한테도 얘기했어? "


" 아니. "


"그럼 됬어. 아무한테도 얘기하지마."


그러고는 너가 나를 끌고 갔다.


시장 골목을 지나  우회전, 도보로 삼 분.


겉으로 보기엔 좀  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장하고  멋진 하얀 집이었다.


어른들은 모두 잠시 나가신 듯 했다.

 

"미술 선생님이 그랬어, 그림을 그려 올 땐 원 작가와 작품에 대해 조사해오고, 

자신은 그 그림을 고른 이유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조별로, 자기 짝이 그 그림을 어떻게 이해했고, 표현했는지에 대해서  서로 발표하는 거야.

어제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해서 좀 조사를 했는데 말이야..."

  

너는  내게 마그리트의 '빛의 연작'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림 속에 담긴


모순과 이중성, 불안함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성을 포용함으로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어떤 한 작가의 해설에 대한 것 까지도.


그냥 그림만 잘 그린다는 얘긴 줄 알았는데, 미술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학교에선 늘 의욕없고 조용한 모습이길래, 이런 열정적인 태도가 내겐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난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해 네게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부끄럽게 느껴질 때 쯤 너가 불쑥 질문을 했다.


" 넌 별이 빛나는 밤에를 왜 고른거야?" 


정말이지, 그냥 그림에 대해서 아무 느낌도, 아는 것도 없었으니까 할 말리 없었다.


"어....  나도 별이 왕창 빛나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그러자 너가 웃었다.


"별은 프랑스나 네덜란드보다 여기가 더 잘 보여. 여긴 사막도 있고,  

아마 고흐도 이란에 올 수 잇었더라면 분명'별이 빛나는 밤'은 생 레미가 아니라 이란의 풍경으로 그려져있었을 걸?"


나는 무안해졌다.

당황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고흐가 프랑스 사람이었나 네덜란드사람이었나?, 네덜란드라면  

분명 너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가고 싶어. 생 레미나 네덜란드에."


녀석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게 이유야?"


"어,... 어. 물론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은...이런 세게적인 며,명화가 그려진

그곳에 실제로 가서 작가가 뭘 보고 느낀건지 나도 경험해보고 싶어. 

네 말대로 벼,별은 여기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곳의 별은 뭔가 다른....그런 거니깐..."


"와, 진짜 대단한 걸? 다른 애들은 꿈에도 못꿀거야. 그런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그림을 골랐다니.

그런데 생 레미에 가고 싶은 거야 아니면, 네덜란드에 가고 싶은 거야?"


"생 레미가 네덜란드에 있는 게 아니였어?"


그러자 너가 마구 웃었다.


"생 레미는 프랑스에 있어.

고흐는 말년에 자신의 귀를 자르고 나서 그 요양원에서 지낼 때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거구,

 그 생 레미 요양원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고흐에게 그림은 고향인 네덜란드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대."


" 어....어..."


"이 정도면 발표는 걱정 없겠다. 히-.

조끼리 그림을 선택한 이유와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 하라고 하면 우리만큼 잘 한조가 없을 걸? 

얼른 그리자. 나는 수채화로 그린 그림 위에 꼴라쥬로 이것 저것 붙일 거야."


나는 가만히 앉아  네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이슬람교가 아니야."


의자에 앉아 팔을 괴고 있던 나는 놀라서 자세를 고쳤다.


"뭐라고?"


"이슬람 신자가 아니라고. 그래서 정오 살라트에 안갔어. 난 알라를 믿지않으니까  예배를 드릴 필요도 없을 거 아냐."


"너 그런말 함부로 하면 천벌받아!"


"난 알라를 믿지 않으니 적어도 알라한테 천벌을 받는 일은 없겠지."


"..."


"..."


"카림, 왜 알라를 섬기지 않아?"


"넌 왜 섬기는데...?"


"음...그건 잘 모르겟어.."


너가 붓질을 멈추었다-.


물을 흠뻑 먹은 종이에 파란 얼룩이 퍼져가는 것이 보였다.


하늘을 그리고 있었던 걸까.


그러고 보면 이곳 테헤란의 사람들은 모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은 채로 이슬람이 돼.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게 당연한거야.


우린 이슬람으로 태어나서, 이슬람으로 죽어.


" 나는 이슬람교인이 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그렇게 되면 나는 견디지 못하고 파멸하고 말거야."


"왜 그런지 물어봐도 돼?"


" 나는...."


카림은 붓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가서 그려야 겠다... 여긴 너무 답답하다.

같이 안나갈래?"


나는 카림을 따라 다시 시장으로 나갔다.  곧 있음 해가 질 것만 같았다.


우린 커피숍에 들렸다가 골목 어귀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분명 나는 take-out 잔에 블랙커피를 샀는데,

너는 어디에선가 닥터페퍼를 사와서는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노을이 지자,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카림은 가방을 열더니 붓과 도화지를 다시 꺼내는 듯 싶더니 이내 다시 집어 넣고 말았다.


"왜 도로 집어넣었어?"


"여기로 나오면 그림이 더 잘 그려질 것만 같았는데, 차라리 내일 그릴래.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복잡해."


"..."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해주었으면 좋겠어. "


"뭘?"


"내가 이슬람이 아니라는 걸."


"..."


"내가 이슬람이 아니라고 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겠지?"


"... 

아마 그럴거야. 하지만  너한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널 떠나진 않을거야. 

좋은 친구들이나 가족들 말야."


너는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곧장   카림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카림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고, 카림의 가족들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세 번 째 되는 날 나는 카림의 집 근처에서 숨었다.

오후 한 시쯤에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에야 카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림은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여기저기 멍과 상처투성이였으며 

얼굴엔 울음자국이 얼룩덜룩하게 남아있었다.


"그 사람들이 너무 아프게 해서, 말할 수 밖에 없었어...."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카림의 머리를 다독여주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눈물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흐려보였다.


" 오늘 밤에는 꼭 가야만 해."


품 안에서 카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

















" 사람마다 마그리트의 빛의 연작을 두고 해석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이들은 양립할 수 없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을 한 그림안에 표현하여, 

초라한 인간 세상과 사악하고 불안한 인간들의 심리를 표현했다고도 하고, 혹자는  밝은 하늘을 가르켜, 인간의 이상이나 희망을 다룬 작품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한 선명하게 대립되는 속성들로 하여금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떠올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제 짝인 카림은 이 양립할 수 없는 속성들을 하나로 합치는 

새로운 대안을 빛의 제국에 선사합니다.


결코 함께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빛과 어둠, 낮과 밤, 선과 악 등의  

서로에게 반대되는 속성과  다양한 여러 개념이 한 곳으로 합쳐지는 지점.


그것은 바로 새벽입니다.


새벽의 빛은 낮도 밤도 아닌 신비로운 색이며 밝다고도 표현하고 어둡다고도 표현합니다.

조용한 새벽은 이 세상의 잘잘못을 따지지않고 모든 것을 품어줍니다.

어떤이에게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거나 혹은 비로소 고단한 밤이 지나고 하루 일과가 끝나는 지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어두운 그림자와 차란한 여명은 하나로 합쳐져 화합의 힘을, 다양성의 공존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슬쩍 카림을 쳐다보았다.


카림은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우린 그날 발표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카림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많이 도와주었다.


단순히 따라그리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하려니까 어렵기만 하던데, 

카림이 도와줄  땐 구체적인 방향이 쉽게 잡히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카림은 그림을 그릴 때면  늘 다른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눈에서는 광채가 나고 ,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는 그의 집중을 흐릴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였으니깐.


내 그림까지 다 그리고 시장골목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한 남자애가 카림의 가방을 뺏어들고 뛰어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뛰어가 그 남자애를 잡았다.

얼굴이 낯이 있다 싶었더니

같은 반 남자애였다.


카림은 가방을 받자마자 붓이랑 파렛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물어보니깐, 악의는 없이

미술시간 과제를 얼마큼 햇나 궁금했다고 했다.


그말에 카림이 노발대발했다.

카림은 정말이지 그 일로 놀란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당황한 모습은 처음 보았으니깐.


그날 저녁

그 파렛트랑 붓에 대해서 얘기했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겟지만, 자신의 첫 사랑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그게 누구냐고 했고, 카림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짖궂게 카림을 놀렸다.

그런데 카림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 친구는 남자였어. 바로 너처럼."


나는 그말에 한참 동안이나 굳어 있었다.

너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나는 팔을 풀고  너를 밀쳤다. 

그리곤 곧장 집으로 갔다.


그렇게 

이 주일 째 카림과 말도 섞지 않았다.

카림은 날 피하지 않았지만, 먼저 아는 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척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나는 그 맘에 걸렸다.


[카림, 나 지브릴인데, 이따 방과 후에  시장 골목에서 보자]


그리고  그날 오후 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 네가 마시던 것은 닥터 페퍼 였을까. 


네게서 나던 체리 향을 나는 기억한다. 

네가 입을 열 때 마다 네 혀 끝에서부터 퍼져나왔지, 그 알싸하고 텁텁한 탄산의 향이.

 노을지던 해가 돔 밑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산뜻한 저녁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마치 노을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주기적으로 캔을 만지작거렸고, 그에 맞춰 캔이 구겨지는 소리도 들렸다.


"전에 이슬람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정말 소중한 친구나 가족은 날 떠나지 않을거라고 했지?"


"...응"


" 이번에도 그럴까? "


"나는 여전히 네 친구야."


너는 나를 보고 웃었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걱정으로 패인 창백한 웃음이었다.




미술시간 과제발표는 진작에 끝났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너의 집에 놀러갔다.


애들과 공차고 노는 시간, 밥먹고 자는 시간 학교가는 시간을 빼면 늘 카림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카림의 집에서 나는 책을 읽거나 그 애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기도 했고, 같이 컴퓨터 오락을 즐기기도 했다.

카림의 가족들이나 우리 가족들은 공부를 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걱정했지만, 아무렴 좋았다. 

카림의 집에 못가게 막지는 않았으니깐.


나는 카림에게 네덜란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우린 같이 네덜란드를 꿈꿧다.

비행기를 타고 테헤란을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는 등교도 같이 했다.

이른 새벽에 자전거를 글고 나와 카림을 태우고 학교에 갔다.


그날도 새벽공기를 맡으며 상쾌하게 학교에 갔다.


하지만


카림과 내 책상 위에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죽어라, 더러운 놈들.]


우리 둘은 책상을 페인트 지우는 신너로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장 골목에서 만나기 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정말 빛의 제국에 새벽이 올까? "


"모르겠어. 어쩌면 영영 안올지도 몰라."


 카림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근데-. 더이상 기다려도 새벽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새벽을 찾아 떠나겠어. "


**


"이따 열시에 데리러 올게 미리 골목에 나와 있어. 시장에서 택시를 타고  테헤란 외곽으로 빠져나가자."


멍이 든 너의 눈은 울음 때문에 부어서 더 초라해보였다.


 우려했던 것 처럼 


종교재판부에서


우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냥 추궁한  것도 아니고 카림을 지독하게 고문했다.


너무나도 잔인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알라신도 우릴 저버린 것만 같았다.

   

우린 택시를 타는데까지 성공했다.


차도르(중동지방에서 여성들이 쓰는 머릿두건)를 둘러싼 카림과 내가 차에 탔다.


한 시간 여 정도만 타고 가서 기차를 탈거다.


어디로 가든 이 중동만 벗어나면 된다.


택시의 라디오에서는 우릴 수배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우린 너무나도 무서워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외곽에 대기중인 순찰차와 경찰들이 우리를 발견하고선 우리손에 수갑을 채울 때 까지..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다.


그동안 카림을 본 것은 재판 때 두 세시간 남짓 하게 두 번 본게 고작이다.


재판장에서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앉는다.


카림의 우는 얼굴 밖에 나는 볼 수 없다.


하늘이 무척 파랗다.


나는 지금 카림과 함께 있다.


너하고만 함께 있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철창문이 열리고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빛의 제국에 새벽이 올 수 있을까.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난 새벽을 찾아 떠나겠다.


기사 보기 :  http://blog.naver.com/ludosid/14001581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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