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관통하는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단연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음과 정성,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이 두 계명을 ‘수직적 사랑’과 ‘수평적 사랑’이라는 별개의 과제로 분리하여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신비 안에서 이 두 사랑은 결코 나뉘지 않는 하나의 실체입니다.
■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갈래의 길이 아닙니다.
이웃을 하느님 보듯 사랑하는 것이 곧 참된 신앙의 실천이며, 하느님을 마치 곁에 있는 이웃을 대하듯 친밀하고 인격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계명의 완성입니다.
이 둘이 결국 하나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이웃 안에 바로 ‘하느님의 영’이 현존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음을 증언합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형제와 자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환대하는 행위는, 곧 그들 안에 내주하시는 하느님을 경배하는 예배와 같습니다.
이웃의 얼굴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깝고도 확실한 성소(聖所)입니다.
■ 이웃이라는 공동체,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 나라를 죽음 이후에 가는 막연한 장소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공동체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이웃과 이웃이 서로를 제 몸처럼 아끼며 사랑의 관계망을 형성할 때, 그 역동적인 사랑의 현장이 바로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나라가 됩니다.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열망이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념적인 신앙에 머물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웃을 향한 헌신이 하느님의 영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쉽게 지치고 마는 인간적인 동정에 그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을 통해 그 진실성이 증명되고, 이웃 사랑은 하느님 사랑을 통해 그 영원성을 얻게 됩니다.
■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일
이웃을 하느님처럼 대하고, 하느님을 이웃처럼 사랑하는 일은 우리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낯선 이에게서 하느님의 숨결을 발견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하느님을 모시듯 환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 계명을 완성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하느님과 이웃은 둘이 아닙니다. 이웃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영을 발견하십시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웃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나눌 때,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곁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