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동 헌 / 대법원 재판연구관 판사
신용장 첨부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해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판단은 구체적인 경우에 신용장조건과의 차이가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야 한다.
대상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 다 63691 판결(원고 C은행, 피고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실 관계
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1996년경 1심 공동피고 문쫛쫛이 45일 이하의 신용장방식의 수출거래에 기하여 발행한 화환어음을 원고가 매입하는 경우 미화 20만 달러의 인수한도 내에서 피고의 수출어음보험에 부보하기로 하는 수출어음포괄보험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1996년 11월 21일 문쫛쫛과 사이에 수출어음보험부 수출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이에 기하여 문쫛쫛이 중국의 위해수출입공사(WEIHAI IMP. & EXP. CORP.)에 섬유를 수출하면서 발행한 미화 57,802.08달러의 수출환어음 및 신용장 등 선적서류를 매입하였다.
다. 이 신용장은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지급을 위한 필요서류로는 상업송장 3통, 포장명세서 3통 및 위해수출입공사의 류우웨홍이 발행하고 위해수출입공사의 명판이 찍힌 검사증명서 원본 1통(Inspection Cert. Issued by MR. LIU YUE HONG of WEIHAI IMP. & EXP. CORP, Stamped by WEIHAI IMP. & EXP. CORP. 1 Original)을 요구하였다.
라. 원고는 개설은행인 중국 시틱산업은행에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이 은행은 ①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검사증명서에 원본 표시(Original Mark)가 없고, ② 검사증명서에 신용장에서 요구한 바와 같은 위해수출입공사의 스탬프가 없음을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마. 그런데 원고가 신용장서류 및 화환어음 매입시 문쫛쫛으로부터 받아 시틱산업은행에 제출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및 검사증명서에는 모두 원본(Original)표시가 없고, 다만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는 타자기로 작성되었고, 검사증명서에는 위해수출입공사의 명판 대신 류우웨홍(劉岳宏, LIU YUE HONG)의 서명과 함께 개인인장이 날인되어 있으나, 류우웨홍의 서명 바로 뒷부분에 ‘OF WEIHAI IMP. & EXP. CORP. HUATAI BRANCH’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1·2심의 판단
1·2심 법원은 개설은행인 시틱산업은행의 신용장대금 및 환어음의 지급거절사유 중 검사증명서의 경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었으므로 원본이 아니고, 따라서 반드시 ‘원본’이라는 표시가 있어야 하는데 그 표시가 없으며,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위해수출입공사의 명판도 찍혀 있지 아니하므로, 신용장의 조건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용장의 문면과 조건 심사에 대한 엄격일치의 원칙과 그 예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화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는 그 기초가 된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되며, 그 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합치함을 요하고, 따라서 신용장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인 매수인을 대신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은행에 제시된 서류가 형식상 신용장조건과 엄격하게 합치(in accordance with)하는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with reasonable care) 조사 점검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다함으로써 책임을 면하게 되는 바, ‘상당한 주의’라 함은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이 없는 은행원으로서의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를 가리키며, 은행원은 이러한 주의를 가지고 신용장과 기타 서류에 기재된 문언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신용장조건과의 합치 여부를 가려낼 의무가 있고, 실질적인 심사의무는 없다.
나. 신용장통일규칙도 제13조 a항에서 “은행은 신용장에 약정된 모든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조건에 일치하는가 아닌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심사하여야 한다. 약정된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조건에 일치하는가의 여부는 이 규칙에 반영된 국제적인 표준은행거래관습에 의해 결정된다. 서류가 문면상 다른 서류와 서로 모순이 된다는 것은 그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조건에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여 그와 같은 취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 그러나 신용장 첨부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판단은 구체적인 경우에 신용장조건과의 차이가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야 할 것이다.
라. 그런데 이 사건에서 신용장조건으로 검사증명서 상에 위해수출입공사의 스탬프를 찍도록 한 취지는 이로써 그 검사증명서가 이 회사를 대표하는 개인에 의하여 진정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을 서류 심사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검사증명서의 경우 그 용지가 우선 레터헤드에 위해수출입공사의 것임이 표시되어 있고, 작성자인 류우웨홍의 서명과 개인인장 이외 류우웨홍의 서명 바로 뒷부분에 ‘OF WEIHAI IMP. & EXP. CORP. HUATAI BRANCH’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류우웨홍이 개인의 자격이 아닌 회사를 대표하여 서명하고 날인한 것임이 표시되어 있는 바, 그렇다면 국제적 표준은행거래관습에 비추어 이 사건 검사증명서의 경우 비록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회사의 스탬프가 누락되었다고 하더라도, 서류 심사만으로 이 서류가 회사를 대표하는 개인에 의하여 정당하게 작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검사증명서에 회사의 스탬프가 없다 하여 신용장에서 정한 조건에 위반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검사증명서에 회사의 스탬프가 없는 점이 신용장조건에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데에는 신용장거래상 서류와 조건의 일치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 엄격일치의 원칙 (The Doctrine of Strict Compliance)
가. 신용장 거래에 있어 엄격일치의 원칙
(1) 신용장 거래에 있어 은행에 제시되는 모든 서류는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엄격히 일치하여야 하고 은행은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엄격히 일치한 서류만을 수리하여야 하며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엄격히 일치하지 않는 서류는 수리를 거절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을 ‘엄격일치의 원칙(the doctrine of strict compliance)’이라고 하고, 위 대법원 판시와 같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a항이 그 근거규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 엄격일치원칙의 완화
(1) 그러나 신용장 관련 서류의 조사와 조건의 일치여부에 대하여는 초기의 엄격일치의 원칙에서 많이 후퇴하여 미국의 경우 사실상 실질적 일치의 원칙을 요구하는 판례들까지 나오고 있다.
(2) 은행실무의 경우에도 국제상업회의소(ICC) 은행위원회의 1978년 4월 14일 결정, 즉 당시의 통일규칙 제7조 후단에 규정된 ‘consistency’의 의미는 제시된 각 서류가 동일한 거래에 관한 것임이 분명할 것, 다시 말하면 ① 각 서류가 다른 서류와 문면상 연결되고, ② 그 내용도 서로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모든 서류가 꼭 동일한 문구(exactly same wording)로 작성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여 그 원칙을 완화하는 취지로 해석하였고, 위와 같은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유권해석 이후로는 서류들이 ‘서로 상호모순만 되지 않으면(not in contradiction with on another)’된다는 추세로 엄격일치의 원칙이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3) 엄격일치의 원칙은 신용상의 상업적 효용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미국 판례들의 주류는 엄격일치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들이지만, 경우에 따라 당사자에 의하여 위 원칙이 악용되어 거래의 공평한 해결을 저해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고, 이에 미국의 일부 법원들은 엄격일치의 원칙을 일부 수정 내지 완화하여 신용장조건과 서류가 실질적으로 즉, 상당히(substantial) 일치하면 신용장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상당일치 또는 실질적 일치기준을 일부 사건에서 적용하였다.
(4) 이러한 입장은 미국 판례의 경우 Banco Espanol de Credito v. State Street Bank & Trust Co. 판결과 Fragship Cruises, Ltd. v. New England Merchants National Bank 판결에서 채택되어 상당한 수의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엄격일치의 원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은행의 자의적인 판단이 엄격일치 원칙의 근본을 해한다는 입장에서 이들 판결들과 엄격일치 원칙의 완화에 대한 비판도 많다.
다. 관련 판례의 개략적 검토
(1) 이 사건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하는 외국의 판례는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판례인 Davidcraft Corp. v. First National Bank 사건에서 신용장의 조건은 ‘Joe Tung of Davidcraft's Taiwan office’라는 서명이 담긴 검사증명서를 요구하였는데, 실제 제출된 검사증명서는 ‘of Davidcraft's Taiwan office’라는 표시 없이 ‘Joe Tung’이라는 서명만 있었고, 이에 대하여 법원은 이는 신용장 서류의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엄격일치의 원칙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대법원 1985년 5월 28일 선고 84 다카 696, 697 판결들에서 이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 “화환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는 그 기초가 된 상품의 매매계약과는 관계가 없는 전혀 별개의 거래로 취급되며 그 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합치함을 요한다. 따라서 신용장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인 매수인을 대신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은행에 제시된 서류가 형식상 신용장조건과 엄격하게 합치(in accordance with)하는지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with reasonable care) 조사점검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다함으로써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으로 신용장통일규칙이 이러한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위 상당한 주의라 함은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에 의함이 없는 은행원으로서의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를 가리키며 은행원은 이러한 주의를 가지고 신용장과 기타 서류에 기재된 문언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신용장조건과의 합치여부를 가려낼 의무가 있고 실질적인 심사의무는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3) 그러나 대법원은 엄격일치의 원칙을 일부 수정하여, 다만 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문언대로 엄격하게 합치해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또 신용장조건을 전혀 해하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조건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상품명세의 경우, 이는 상품의 명칭뿐만 아니라 그 상품을 특정하는 제한적 기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므로 위 신용장의 상품명세란에 기재된 상품명칭 외에 수량, 단가, 금액 및 원산지 등도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이라고 볼 것인 바, 상업송장은 명세란 외에 별도로 수량, 단가, 금액의 각 난을 두어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 각 난의 기재내용을 종합하여 신용장 기재와의 일치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한다.
라. 엄격일치의 원칙에 대한 대법원의 구체적 적용
(1) 신용장조건에 일치한다고 본 예
대법원은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 중 신용장에는 상품명칭을 ‘SKETCH PAPER라고 기재하고 규격표시를 하지 않고 있음’에 반하여 상업송장에는 상품명칭인 ‘SKETCH PAPER 아래에 55cm×45cm라는 규격표시를 첨가’라고 되어 있는 사안에서 “상업송장에 첨가된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는 신용장에 기재된 상품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그 품질을 저하시키는 성질의 표시가 아닐 뿐 아니라 단가 등의 기재에 의하여 문면상 물품의 동일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상업송장에 위와 같은 정도의 규격표시가 첨가된 것을 가지고 상품명세에 관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거나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6 판결,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7 판결).
또한, 신용장 상품명세 중 원산지 표시로 ‘JAPAN-ESE ORIGIN’, 상업송장에는 명세란 하단에 기재된 증명문구 중 ‘Details are Japanese Origin’이라고 표시된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상업송장의 원산지 표시에 신용장에 없는 ‘Details are…’라는 자구가 첨가되어 있기는 하나, 위 원산지 표시가 기재된 증명문구의 내용을 보면 ‘We hereby certify that credit number has been marked on the surface of each package at the time of shipment. Details are Japanese Origin’이라고 되어 있어서 전후 문맥에 비추어 볼 때 후단의 Details란 전단의 package 즉, 포장에 대응하는 내용물이라는 뜻임을 쉽게 알아 차릴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원산지 표시의 차이를 가지고 상품명세에 관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거나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기재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7 판결).
그리고 신용장에는 화물(알루미늄 인코트)이 100메트릭 톤으로 기재, 선하증권상에는 그 수량이 총 중량 106.190메트릭 톤으로 기재, 당초 상업송장에는 수량이 106메트릭 톤으로 기재되었다가 원고가 위 송하인과의 합의에 의하여 100메트릭 톤으로 정정하여 신용장조건과 일치, 포장명세서에는 100메트릭 톤, 총중량 106.190메트릭 톤으로, 보험증권상에는 100메트릭 톤으로 기재되어 있고, 선적서류상의 다른 기재사항은 모두 신용장과 일치한 사안에서, “선적서류 중 선하증권의 화물 수량에 관한 기재가 신용장과 차이가 있고, 통일규칙 제43조 b항에서 허용하고 있는 신용장 기재의 5% 편차를 근소하게 초과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화물의 순량 또는 총중량을 표시함에 따라 그와 같은 표시상의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서 그 차이도 경미한 것으로 보여지고, 중요서류인 상업송장의 기재가 신용장과 일치하고 선적 서류상 화물에 관한 다른 표시는 신용장조건과 모두 일치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신용장조건을 해하는 정도의 것이 아니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면 문면상 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상의 화물표시는 신용장조건에 합치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 다 30026 판결).
(2) 신용장조건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 예
반면, 대법원은 신용장 상품명세 중에 원산지 표시로 ‘origin Japan’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상업송장에는 상품명세란에 원산지 표시가 없고 하인(Marks & Nos)란에 ‘MADE IN JAPAN’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안에서, “상업송장의 하인란은 송하물의 의장에 표시할 하인을 기재한 것으로서 하인은 송하물을 선적지나 양육지 등에서 다른 화물과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특정한 기호, 목적지 및 원산지 등을 송화물의 의장에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러한 하인란에 기재된 원산지 표시는 이를 상업송장의 상품명세에 관한 기술(Description)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원산지가 일본인 Sketch paper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송장에 기술된 상품명세에는 원산지 표시가 누락되어 있어 이러한 상품명세는 신용장 기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6 판결).
또한, 신용장조건에 제시서류로 수익자(주식회사 Crown)가 서명한 상업송장(SIGNED INVOICE)을 요구한 사안에서 제시된 상업송장은 ‘株式會社 クラウン 代表取締役 金岡政弘’라는 이름으로 기명날인된 경우 대법원은 이는 신용장조건과 합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7 판결). 그러나 이 견해는 현재의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b항의 규정과 현재의 국제적 은행표준관습에 비추어 위 사안에서 만약 대표이사의 서명을 스탬프로 만들어 날인한 것이라면 달리 보아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신용장에는 매수인인 개설의뢰인의 표시가 ‘LAMI IND CO, LTD. SEOUL KOREA’라고 기재, 상업송장에는 매수인의 표시가 ‘Lami industrial Co, Ltd. B 1-26 Ban Wool Industry Comaplex. Gun Ja-Myen Si Hung-Gun Kyeong Gi Do, Korea’라고 기재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문면상 전자는 한국의 서울에 있는 회사이고 후자는 한국의 경기도에 있는 회사로서 각각 별개의 회사라고 인식될 여지가 없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상업송장의 매수인 표시는 신용장 기재와 합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 다카 697 판결).
마. 결론 [수정된 엄격일치의 원칙]
(1) 신용장통일규칙의 규정에 의하면 신용장 서류와 조건의 일치여부는 은행이 국제적인 은행표준관행(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에 의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결국 엄격일치 원칙의 적용여부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국제적 은행표준관행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고, 무엇이 국제적표준 은행관습인가에 대하여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ICC 은행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펴낼 예정인 ‘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ISBP) for the Examination of Documents, as reflected in the Articles of the UCP’ 같은 것이 상당히 중요한 근거가 되리라 본다.
(2) 최근 신용장에 관한 미국의 석학인 John F. Dolan 교수가 2002년 5월 20일자로 좥Documentary Credit Insight좦에 기고한 원고에서 지적한 바에 의하면, 미국의 Ronald Mann 교수가 엄격일치 원칙의 적용에 관하여 연구한 사례에서 대상 500건의 신용장 중 엄격일치에 따른 서류심사에 의하면 73%에서 서류와 조건의 불일치가 있었다고 하고, 그 대부분의 경우 개설의뢰인의 양해에 따라 개설은행이 모두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여 결과적으로 지급거절이 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3) 즉, 사실상의 신용장 거래에서 엄격일치의 원칙은 상당부분 수정되어 적용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보여진다. 물론 신용장 개설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은행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비판하는 견해도 상당하다고 보여지지만, 해당 조건과 문구가 신용장에서 요구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와 같은 취지가 충분히 충족된다면 이를 굳이 신용장조건의 불일치를 이유로 하자라고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검사증명서에 회사의 스탬프를 요구한 신용장의 조건은 한 개인에 의한 문서가 아닌 당해 회사를 대표하는 개인이 작성한 문서임을 객관적으로 요구하는 취지로 봄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검사증명서는 문서의 양식(회사의 letterhead가 포함된 서면), 작성자의 서명양식(서명 뒤에 회사를 대표한다는 취지가 표시되어 있음), 작성자가 인장을 날인까지 한 점에 비추어 단지 회사의 스탬프가 없다는 점을 하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4) 2002년 작성된 ICC 은행위원회의 ‘국제적 표준은행관습’ 문건에 의하면, 회사의 letterhead가 있는 서면에 한 서명은 그 회사의 서명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면서, 해당 서명 뒤에 그 회사의 이름이 반드시 병기될 필요는 없다고 하고, 이 사건의 경우 검사증명서는 그 용지가 우선 letterhead에 위해수출입공사의 것임이 표시되어 있고, 작성자인 류우웨홍의 서명과 개인인장 이외 류우웨홍의 서명 바로 뒷부분에 ‘OF WEIHAI IMP. & EXP. CORP. HUATAI BRANCH’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는 바, 이는 류우웨홍이 개인의 자격이 아닌 회사를 대표하여 서명하고 날인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되므로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회사의 스탬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조건에 위반된 것으로 보여지지 아니하고,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도 같은 입장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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