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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양승국 신부의 기도레슨(3)/아름답고도 완벽한 주님의 기도

작성자세실리아|작성시간12.03.08|조회수13 목록 댓글 1

양승국 신부의 기도레슨(3)

 

아름답고도 완벽한 주님의 기도

 

 

수학 차 해외에 잠시 머물 때, 따뜻한 남유럽의 한 수도원으로 공동체 피정을 간 적이 있습니다.

피정 집은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호숫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호숫가로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 호젓한 산책로가 길게 나 있었습니다. 천국이 따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밤이 오면 또 하나의 색다른 체험을 하곤 했습니다.

 언덕위에는 작은 경당이 있었는데, 하루 한 번 강의는 그 경당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그 경당에는 촛불과 등불만이 조명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천장으로부터 길게 드리워진 우아한 등잔 위에는 항상 등불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기 직전, 성당지기 수사님은 벽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 있는 촛대에 일일이 불을 밝혔습니다.

강의를 하는 신부님의 손에도, 강의를 듣는 우리 각자의 손에도 작은 촛불이 하나씩 들려졌습니다.

촛불의 자연스런 빛은 경당을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촛불을 들고 있던 우리 각자의 얼굴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꽤 험상궂게 생긴 수사님의 얼굴도 그 경당 안에서는 예뻐 보였습니다.

 미운 짓만 골라하는 신부님 얼굴도 그 경당 안에서는 더 이상 미운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기도하기 참 좋은 분위기 였습니다. 깊은 밤, 타오르는 촛불의 따스함, 적막함, 성체등과 감실...그리고 하느님 앞에 나 홀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너무나 감미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기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피정이 끝나기 전날, 피정 기간 동안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총이 얼마나 컸던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조심조심 경당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나 홀로 하느님 앞에 앉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천천히 주님의 기도를

 

경당 정면에는 조금은 특별한 십자가가 걸려 있었는데 십자가의 이름이 부활 예수님 상이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 공동체를 다녀보면 이 십자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이긴 한데, 고통 속에 신음 하시는 수난 십자가가 아니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 상입니다.

그 예수님은 미사 때 사제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그렇게 십자가에 매달려 계셨습니다.

그 부활 예수님 상은 마치 세상의 모든 가난하고 고통받는 백성들, 상처 입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다 나에게로 오라.’

말씀 하시는 듯했습니다.

저는 부활예수님 상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분을 따라 양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주님의 기도가 제 입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 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는 평소 습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신속하게 한 번 두 번 세 번 주님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더 한 번 바쳤는데,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기도문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해 가면서 바쳤습니다.

그랬더니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아주 훌륭한 묵상 기도로 바뀌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루에도 수차례씩 습관적으로 달달 외고 말던 주님의 기도가 이토록 아름답고도 완벽한 묵상 기도가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크신 하느님을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다니 얼마나 송구스러운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혈육으로 맺어진 지상의 아버지도 계시지만 천상에도 저리 든든하고 완전하신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 바라오니 오늘 하루 동안 제가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부디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아버지의 나라 건설을 위한 선구자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내가 몸담고 있는 바로 이 자리에 사랑과 나눔으로 충만한 아버지의 나라를 완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건설한 아버지의 나라는 어느 다른 하늘 아래가 아니라

바로 내가 살아가는 이 공동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버지, 돌아보니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간 줄기차게 내 의지만 관철시키려고 기를 썼지 아버지의 뜻은 염두에도 없었습니다.

내 성공, 내 의지, 내 계획도 중요하지만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아버지의 품을 떠나서, 아버지의 손길을 벗어나서 산다는 것, 세속적이고 인간적이고 육적으로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아버지, 오늘 하루 제게 필요한 양식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영혼의 양식입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자비하신 아버지, 돌아보니 머리칼보다 많은 죄 속에서 살았습니다, 진심으로 아버지께 용서를 청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기에 앞서 제게 잘못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겠습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버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유혹거리들이 저희를 끌어당기는지 모릅니다.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지고 마는저희입니다.

그 모든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가장 좋은 길은 제가 지속적으로 아버지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로 충분합니다.

 

어디든 좋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 안이든 사람들로 빼곡한 전철 안이든, 깊은 산속 바위 위에서든

사무실이나 거실에서든 다 좋습니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으십시오.

그리고 양팔을 크게 벌려 보십시오. 주변 분위기가 허락지 않는다면 마음의 팔을 벌리십시오.

죄와 상처로 힘겨워 하는 세상을 내가 위로하는 마음으로,

삼라만상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기운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마음으로 크게 팔을 벌리십시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님의 기도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면서 달콤하고도 행복한 주님의 기도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주님의 기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주님의 기도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묵상한다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이제부터라도 잘 바쳐봐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세 살배기 어린이가 부르듯이 신뢰감과 친밀함을 담아 주님의 이름을 불러야 겠습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보잘것없고 부족하지만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빛나는 예수님의 얼굴로 변화되기를 희망하며 주님의 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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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세실리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09 매일 묵주기도 때마다 드리는 주님의 기도가 오늘 이글을 보는 순간 주님의 기도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일요일 마다 미사를 드릴때면 또 느낌이 달라지는건 또 무었일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여기까지만 시작해도 제 몸자세 옷 매무리 목소리등....잘 하라고 일깨워 주시는분 ....오늘도 제게 일용한 양식을 주셔어 감사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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