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2025 중대재해 사이렌' 발간…단순 수치 나열 벗어나 AI 삽화와 모국어로 전하는 일터의 생존 가이드
이종만 기자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시계는 외국인 노동자의 땀방울로 흘러간다. 그러나 이들의 땀방울이 종종 피눈물로 바뀌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언어의 장벽은 곧 일터의 생명줄을 위협하는 가장 거대한 절벽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기계에 끼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다문화 산업사회 속에서 고용노동부가 마침내 외국인 노동자의 언어로 죽음과 안전의 경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AI 기반)
고용노동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실시간 산재 예방 플랫폼인 '중대재해 사이렌' 오픈채팅방을 통해 배포했던 핵심 안전자료 450여 건을 한 권에 엮은 「2025 중대재해 사이렌」 책자를 공식 발간했다. 이번 책자가 지닌 가장 혁신적인 사회적 가치는 국내 산업 현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들을 마침내 안전의 주체로 호명했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중국어, 베트남어, 네팔어 등 총 17개국 언어로 번역된 중대재해 사이렌 자료를 새롭게 구축해 현장에 배포해 왔다. 이는 단순히 행정 편의적인 정책 안내서가 아니다. 현장 이주노동자가 매일 아침 직면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안전조회 현장에서 그들의 '모국어'로 위험 요소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실질적인 생존 방법론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안전 가이드의 실효성은 배가되었다. 텍스트 중심의 기존 경고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AI 생성 기술을 활용해 실제 발생한 떨어짐, 끼임, 맞음 등의 사고 상황을 입체적이고 직관적인 삽화로 재현해 냈다. 글을 완벽히 읽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라 할지라도 삽화 한 장만으로 내가 서 있는 작업 공간의 위험성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적 연결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안산이나 울산 같은 특정 외국인 밀집 공업 도시의 경계를 넘어, 경북의 건설 현장과 전남의 조선소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이주민 노동 환경에 안전 보편주의를 적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동종·유사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던 고질적인 산업 관행을 깨부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산업안전포털 누리집을 개편, 사고 유형과 발생 지역별로도 사이렌 자료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대재해 사이렌' 가입자는 2023년 4만 7천 명에서 올해 5월 기준 9만 4천 명으로 배 이상 급증하며 이미 현장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이 안전의 연결망 안에 17개국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 포섭되었다. "과거의 비극적인 사고사례를 기억하고 작업 전에 미리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당국의 설명처럼, 이 책자는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단순한 인쇄물이 아닌 일터에서 나를 지켜줄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모자이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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