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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고친 글]: 그림 / 시원

작성자시원|작성시간26.06.06|조회수21 목록 댓글 0

                                                                              그림 / 시원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화가와 스님과는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물으니 그들 옆에 있으면 주머니에서 돈이 자꾸 나간다는 것이다. 남편 이야기 같다. 옆에 예술가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만날 때마다 그림이 늘었다. 여기저기 걸어 놓고 남으면, 액자가 있는 것은 창고에 넣고 표구가 안 된 동양화나 사진은 동그란 연통에 말아서 보관하였다. 얼마 전에 약국을 딸에게 주면서 정리하는데 그곳에 홍성담의 판화작품도 있었다. 5.18과 연관된 것들이라 드러내 놓지 못하고 상가 건축물 도면과 함께 구석에 보관했는데 잊고 있었다. 강강술래며 트럭에 오른 시민군들을 그린 작품 여러 점이 한지에 둘둘 말린 채로 있었다.

 

그들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진원장의 그림들이다. 그의 꽃 그림은 화사하다 못해 요염하기까지 하여 색으로 마술을 부리는 듯했다. 내 침실에 오랫동안 있었던 첫 번째는 어린 소녀의 가녀린 자태와 꽃이 신록의 자연과 어우러져 환상적이고 현란한 색채로 묘한 정감을 일으킨 90년대 작품이다. 한동안 나는 그 안에서 꿈을 꾸었다. 퓨수킨의 시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되새기면서.

 

다음은 꿈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것으로 자전거를 타는 여인이 꽃향기를 몰고 가면서 그 주위에 신록의 나무며 시원할 것 같으나 겨우 갈증만 해결할 것 같은 물줄기가 내리는 그림이다. 그것은 최영미 시인의 ‘꿈의 페달을 밟고’를 연상케 했다. ‘꿈의 페달을 밟고 내 마음 저처럼 차오르는데...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을 뿌리쳐도 좋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까? 내 꿈은 무엇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꽃향기에 취해 무작정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세 번째로 지금 내 곁을 지키는 것은 추상적인 형상을 지녔다. 그도 나이가 들어 그린 2021년 최신 작품이다. 매일 보면서도 이게 산인가, 꽃인가, 항아리인가, 보자기를 그린 것인가 헷갈린다. 그래서 해석을 내 맘대로 하기로 했다. 그게 추상화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그림에 열 가지의 명제를 숨겨 놓았다. 구체적으로 그려진 건 새와 항아리와 나무 형상이고 나머지는 보자기며 담벼락의 문양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자에서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을 보는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 문양에 탐욕 하나쯤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예쁜 보자기 안에는 철없는 내 사랑이 꾸역꾸역 접히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무튼 앞으로 함께 살아갈 놈이다.

 

내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이 그림들로 압축된 느낌이다. 맨날 다르다고 불평만 한 나지만 새삼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화가 친구의 그림으로 내 방을 꾸며 준 것은,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늘 나를 사랑한다는 투박한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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