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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고친 글] 이젠 놓아야 할 때 / 양선애

작성자양선애|작성시간26.06.06|조회수23 목록 댓글 0

이젠 놓아야 할 때 / 양선애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 후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홉 시 30분부터 5, 10분 간격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잠에 취해 소리조차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 급기야 학원 보강 수업이 시작되는 열 시 30분을 넘기고야 말았다. 집에 사람이 없으니 어깨를 흔들어 깨울 방법이 없다. 알람도 스스로 맞춰놓았을 텐데 아무 소리도 제 귀에 닿지 않는 모양이다.

 

자녀가 고등학생이 되면 꼬박 3년간 여행은 꿈도 꾸지 말라 했는데 우리 부부는 과감하게 둘만의 1박 캠핑을 감행했다. 아들과 함께 오고 싶었으나 혼자 집에 있겠다고 했다.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어버이날을 맞아 시부모님 계시는 김제에 가려고 했으나 아들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우리 부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다른 날도 아닌 1년에 한 번 있는 날이고, 늘 해 오던 일이라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었다. 학원 끝나고 스카(스터디 카페, study cafe)에 가서 수행 평가도 준비하고, 숙제도 하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하지 않으리라는 게 눈에 보였지만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지난 1년간 학원은 고사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던 녀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밀린 공부를 하겠다며 학원에 보내 달라고 했다. 허리가 휘어질망정 원하는 대로 다 지원하고 싶은 것이 또 부모 마음인지라, 영어 수학에 이어 국어까지 개인 교습을 시켰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평일에 사흘 이상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있어 학원 수업은 주말에 이루어진다.

 

등교 거부하는 아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아침에 교문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무탈하게 고등학교라도 졸업하면 사회에서 아들에게 맞는 일 하나 없겠나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다른 생각인가 보다.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는 과학 학원까지 다니겠다며 욕심을 냈다. 결국 주말에도 늦잠은 고사하고, 하루 종일 학원 쫓아다니느라고 바쁘다.

 

이번 석가 탄신일 대체 휴일이 월요일이라 아들의 주말 학원 등원 걱정 없이 여행을 계획했다. 일요일 아침에 아들을 깨워 등원시키고 나면 여유 있게 출발해서 하룻밤 자고 오면 되겠지 했다. 연휴가 코앞이라 웬만한 펜션은 자리가 없었다. 물놀이장이 있는 근사한 숙소는 이미 예약이 마감이었다. 몇 년 전에도 몇 번 이용했던 강천산 근처 카라반을 찾았다. 산속에 있어 고즈넉하니 좋은데, 시설이 낡아선지 인기가 없다. 여름 한 철 물을 채워 유아용 풀장으로 이용했을 야외 테라스에는 색 바랜 천막 사이 사이로 풀이 빼꼼히 자라고 있었다. 고장 난 화장실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새고, 코팅이 벗겨진 냄비는 뚜껑 없이 찬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날이 다가오는데도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정말 행복했다. 집을 나서기만 하면 아무 데나 가도 좋다. 그리 멀지 않은 담양이나 화순으로 가는, 우리 부부만의 주말 나들이는 다음 1주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번에는 숲속에서 1박을 하니 더 더욱 맘에 든다. 짐을 풀어 옮기고는 강천산 군립 공원으로 향했다. 석가 탄신일이라 그런지 가는 곳곳에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려 있다. 연휴를 맞아 평소보다 북적였다. 깨끗한 계곡 물과 초록의 향연이 눈을 맑게 해 준다. 언제 와도 이곳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의욕만 앞서는 아들이 짠하다. 구멍 난 성적을 메우려다 보니 오늘처럼 무리수를 둔다. 아들이 성장할수록 부모가 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겠다. 내가 우겨봤자 갈등만 키울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게 또 부모 마음이리라. 아들은 아들 나름대로 잘 살 것이라 믿어 본다.

 

이번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우리 둘이는 꼬시고 재미있게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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