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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글쓰기를 처음 배우던 날을 떠올리며 / 허숙희

작성자허숙희|작성시간26.06.07|조회수79 목록 댓글 5

글쓰기를 처음 배우던 날을 떠올리며 / 허숙희

고향으로 내려와 지내면서 농사일을 많이 하지 않고, 특별하게 하는 일도 없어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듣게 되었다. 부엌이나 수돗가에서 일할 때 늘 곁에 라디오를 두고 있었다. 강변을 걷거나 마당에 풀을 뽑을 때는 스마트 폰에 깔아 놓은 앱을 이용하였다. 뉴스와 유행하는 트로트 그리고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을 자주 들었다.

특히 아침 아홉 시부터 열 한시까지 이어지는 엠비시(MBC) 라디오의 ‘○○○과 ○○○입니다.’ 시간에 사회자의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다. 내가 겪거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어서 더욱 그랬다. 처음에는 듣기만 하다가 짧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 내 답글이 소개되었다.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거기다 방송이 끝나자 곧바로 커피 쿠폰이 스마트 폰으로 날라 왔다. 이런 일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이런 횡재가 여러 차례 되풀이되니 “혹시 내 글도 소개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욕심이 생겼다. ‘정리수납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수납으로 크린 마이 라이프(Clean my life)’라는 제목을 달고 정리하여 ‘시청자 사연’ 코너에 올렸다. 이를 시작으로 귀촌하기 전과 달라진 시골 생활을 엮어 보냈다. 내게 글쓰기란 교직에 있을 때 공문서나 가정통신문 그리고 보고서 작성이 전부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보내는 족족 소개되었다. 1년에 여덟 번이나 나온 적이 있다. 기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받은 선물을 자랑삼아 여기저기 돌리며 방송 작가라도 된 듯 으스댔다. 한편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해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주변에서 배울 만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광양 문화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을의 역사를 찾아 정리해 신문(광양 시민 신문)에 연재하는 글을 쓰려고 우리 마을(달빛 나루 진월)을 취재 차 온 양◌◌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일상의 글쓰기’ 강좌를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니 더 마음이 끌렸다. 퇴직하고 오랫동안 깊이 잠들어 있던 내 마음을 깨우고 등록하였다. 노트북 바탕화면 한가운데 ‘숙희의 글쓰기’라는 방을 만들고 ‘초고’, ‘교수님이 검토한 글’, ‘고친 글’이란 폴더를 만들었다. 강의받은 내용을 적을 핑크빛 표지의 두툼한 공책도 준비했다. 그리고 그분이 근무하는 학교에 무턱대고 찾아가 ‘카페 가입’, ‘함께 공부하는 문우들 이야기’, ‘글 올리고 수정하는 방법’, ‘네이버 국어사전의 적절한 이용법’ 등 수업 전에 알아 두어야 할 내용을 듣고 왔다. 학년 초에 새로운 학급을 맡고 첫 수업을 대할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강의를 기다렸다.

교수님은 첫 시간에 “생각은 쓰면서 생겨납니다.”라고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늘 생각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손이 움직이면 생각도 따라온다며 잘해보려고 애쓰지 말고 먼저 쓰라고 했다. 그날 공책에는 ‘별(☆)’ 표시와 함께 밑줄이 그어진 문장이 여러 개 적혀 있었다. “추상적으로 쓰지 말고 구체적으로 써라.” “글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글쓰기는 즐거운 고통이다.” 또,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날 적어 놓은 내용을 지금도 가끔 들추어 본다. 그 안에는 글쓰기 기술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글을 쓰면서 객관화 능력이 키워진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아무 때나, 틈날 때마다 쓰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되풀이해서 자꾸 써야 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강의를 받으면서 나는 차츰 일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엌 창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남편과 나누는 짧은 대화, 장날 북적이는 사람 냄새, 섬진강 물안개, 파란 잔디에서 공을 치는 시간 등 모두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었다. 모두 아름다운 글이 될 수 있는 삶이었다.

어느새 4학기를 마쳤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마음만큼 문장이 따라주지 않는다. 글감이 안내되면 일주일 내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힘은 들지만 어디에 비할 바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있다. 허리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아 마음처럼 글쓰기에 몰두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참 글이 이어지다가도 허리가 저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면 조급한 마음이 밀려온다. 혹시 글쓰기와 멀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며칠 전에 방송에 소개되었던 글을 읽어 보았다.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곳이 많을까? 비문도 많았고 맞춤법은 물론 시제도 맞지 않았다. 부사어도 적절치 않은 곳에 넣었고, 명사형 어미를 자주 써 글 전체가 어색한 곳도 많았다. 같은 단어가 반복되어 지루하게 읽어지기도 했다. 띄어쓰기도 엉망이었다. 대표적인 조사 ‘보다’도 띄어 썼고, 피동형을 자주 써 자연스럽지 않았다.

앞으로 좋은 글을 쓰려면 시간을 갖고 여러 번 읽고 고치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을 다시 한번 더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려고 ‘숙희의 글쓰기’ 방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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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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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상우 | 작성시간 26.06.08 와! 선생님은 참으로 성실한 학생입니다. 두툼한 공책에 필기하시고, 여러 폴더를 만들어서 관리하시고. 저는 따라쟁이는 아니지만 선생님과 비슷한 형태로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들리는 새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정희연 | 작성시간 26.06.08 같이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 숙희의 글쓰기 좋으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작성자이팝나무 | 작성시간 26.06.08 와우, 1년에 여덟 번이나 소개되기도 하는군요. 원래도 그랬는데 바른 문장 쓰기까지 배우셨으니 지금은 더 좋은 글이 되겠어요. 선생님이 칭찬받으면 저까지 기분이 좋답니다. 인도자로서 그리 되는 모양입니다. 선생님 글 오래 읽고 싶은데 허리가 아프다니, 걱정입니다. 얼른 나으세요.
  • 작성자조미숙 | 작성시간 26.06.09 우와! 이미 유명 작가네요. 부지런하셔서 좋은 글을 쓰나 봅니다.
  • 작성자이미옥 | 작성시간 26.06.09 '숙희의 글쓰기' 방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선생님 글처럼요. 아프지 마시고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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