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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틀어진 계획 / 최미숙

작성자최미숙|작성시간26.06.07|조회수61 목록 댓글 6

틀어진 계획 / 최미숙

 

비 온 뒤, 구름 사이로 비친 연한 하늘이 참 곱다. 햇빛을 잔뜩 품어 영롱하게 빛나는 무성한 풀잎과 진녹색 나무 이파리가 여름을 알린다. 소리 없이 계절이 바뀌는 걸 보니 시간이 빠르기는 하다.

 

6.3 지방 선거 날, 길거리가 조용하다. 지난 금요일 사전 투표를 마친 터라 마음이 한결 가볍고 여유롭다. 기온이 29도까지 오르고 햇볕이 따갑지만, 쾌청한 날씨에 선선한 바람까지 더해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다. 가까운 지인들과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다. 일정을 마치고 오후 세 시경, 집으로 오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서울 가기 전 글을 써야 해서다. 일요일 오후에 있는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금요일 오전 기차표를 예약했던 터라 서둘러야 했다. 거기에 1학기 마지막 글이라 어떻게든 완성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서고 싶었다. 

 

쓸거리를 생각했지만 끝나지도 않은 투표 상황이 궁금해 도통 집중이 되질 않는다. 여섯 시가 되려면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급기야 노트북을 한쪽에 치우고 누웠다. 유튜브 채널을 이리저리 돌며 선거 방송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여섯 시, 출구 조사 발표 시각이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틀었다. 앵커의 들뜬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여당 압승이다.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각 당 선거 본부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면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보수와 진보가 총집결했다지만 내란에 동조하고 반성하지 않는 뻔뻔한 출마자들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다. 다들 그 정도 판단은 할 것이라 믿었다. 마음이 콩밭에 있어 오늘 글쓰기는 이미 글렀다. 노트북을 아예 접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

 

개표가 시작됐다. 서울은 일찍부터 여론 조사에서 계속 앞선다고 해 걱정하지 않았고, 순천, 대구, 부산 시장과 부산 북구 갑 국회의원, 경남 도지사가 누가 될지 최대 관심사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니 기대해 볼 만했다. 내가 언제부터 정치 고관여층이었다고 하던 일까지 멈추고 이러는지 웃음이 났다. 결과는 자정이 되어야 나온다고 했다. 방과 거실로 오가며 마음 졸이고 티브이와 유튜브를 번갈아 봤다. 어찌됐든 여당이 이기는 지역이 많았다. 이대로 가면 출구 조사가 맞다는 말이다. 

 

그런데 열한 시가 넘어가자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지역에서 밀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계속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어, 이상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잠이 확 달아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예상과 다른 지역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제야 뭔가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와 부산은 기대했는데 역시나였다. 지역 주의를 넘어서는 일이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새벽이 되자 당선 확정자를 발표했다. 지지하는 후보 중 순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 은 다 떨어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웠다. 화가 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침 여섯 시, 서울 소식이 궁금해 눈뜨자 마자 뉴스를 확인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여당 후보 표가 많았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안도하며 스마트 폰을 닫았다. 남편에게 이겼다고 하니 티브이를 켠다. 어휴, 그런데 웬걸, 개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몰랐던 것이다. 급기야 야당 후보(오세훈)가 역전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여당 후보(정원호)가 지고 말았다.

 

선거가 끝났다. 여야는 서로의 책임 공방으로 또 시끄럽다. 물론 책임은 물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나랏일을 하는 사람 중 자기 자신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나선 이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의문이다. 제발 어렵게 당선되었으니 그 값을 해주기 바라마지 않는다.

 

13학기 글쓰기도 끝나간다. 특히 이번 학기는 내 자신에게 불만이 많았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아 내 능력을 탓하기도 했다. 마지막 글도 내 계획과는 달리 선거때문에 틀어져, 서울까지 와서 그것도 오후에야 마무리했다. 그동안 매주 우리가 쓴 많은 글을, 일일이 읽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 교수님이 진심으로 고맙고, 바쁜 일상에도 멈추지 않고 열정을 쏟은 문우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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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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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곽주현 | 작성시간 26.06.08 선거 결과 반응이 나와 같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 작성자이팝나무 | 작성시간 26.06.08 선거 반응이 저랑도 똑같습니다. 저는 그 다음 날 서울 병원에 갔는데 스쳐가는 서울 사람들이 밉더라고요. 바보들 같았구요.

    선배님과 공부한 지 13학기나 되었군요. 선배님이 계셔서 서로 의지하고 힘을 낸 것 같습니다. 좋은 글동무가 옆에 계셔서 든든합니다.
  • 작성자조미숙 | 작성시간 26.06.09 저도 선거 결과에 화가 났습니다. 아마 대부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서울까지 가서 글을 쓰시는 열정, 배웁니다.
  • 작성자이미옥 | 작성시간 26.06.09 저도 엄청 화났어요. 윤석열 세상에도 살았는데 이런 시련 쯤은 별거 아니라고 맘을 달리 먹었답니다. 하하.
  • 작성자이상우 | 작성시간 26.06.09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선생님의 글을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 덕분에 훌륭한 문우님들을 알게 되었고, 소풍의 즐거움도 느꼈습니다. 이 귀한 인연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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