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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욕심 / 박명숙

작성자사랑합니다|작성시간26.06.07|조회수58 목록 댓글 5

욕심 / 박명숙

 

노래 잘하는 모습에 반해 결혼까지 했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날은 아무리 좋은 곡을 불러도 그저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글쓰기 마지막 숙제만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거친 파도같이 밀려온다. 내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이면 그이는 나이가 들더니 노래로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쓴다. 오늘도 숙제를 내야 하는 날인데 손도 못 대고 있다고 걱정하니 어김없이 노래를 부를 태세다. 난 숙제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도 염려가 많은 사람이다. 이런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를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활짝 벌리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목청껏 부른다. 각성하여 들으라고 일부러 더 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 “넘지 못할 산이 있거든 주님께 맡기세요. 넘지 못할 파도 있거든 주님께 맡기세요. 우리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해요.” 난 지쳐 있는데, 그이는 가사에 스스로 감동하여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남산만 한 배를 쭉 내밀며 자신은 아무 걱정이 없다는 듯 평화롭게 미소까지 지으며 노래하니 밉다가도 덩달아 웃게 된다.

 

이제 내려놓으세요. 스트레스 그만 받고.” 남편은 입버릇처럼 내게 말한다. “, 숙제 어떻게 하지?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으면서 시간에 쫓겨 노래 부르듯이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니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그이는 처음부터 내가 글 쓰는 걸 싫어했다. 밤낮으로 정신없이 살면서 일을 왜 늘리냐고 늘 반대했다.

 

6월 달력을 보니 동그라미와 빨간 글씨로 꽉 차 있다. 잊지 않으려고 굵직하게 표시해 보니 행사가 아닌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다. 결혼식만 네 건, 교회 행사로 다섯 건, 12일 일정으로 파주까지 가는 날도 있다. 여기에다 직장 평가 준비까지 겹쳐서 밤새워야 할 형편이다. 매달 이런 일들이 많으니 체력에 한계가 있어서 병원 신세를 가끔 지니 그이가 싫어할 만도 하다. 너무 몸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뜻이란 걸 잘 안다. 그래도 좀 응원해 주면 좋으련만, 서운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숙제는 매번 마지막이다. 주마다 글감이 나오는 월요일이 되면 이번에는 일찍 써 봐야지 했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어느새 주말을 맞이하게 된다. 걱정만 하다가 토요일도 그냥 넘어간다. 일요일이 돼서야 일을 다 마치고, 저녁 시간에 컴퓨터 앞에 겨우 앉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시간만 하염없이 흘려 보낸다. 지식이나 상식도, 글솜씨도, 재미도 없는 글을 억지로 짜내느라 캄캄한 밤을 헤매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가까스로 몇 줄 적어 새벽에 카페에 글을 올렸다. 이렇게 힘들게 쓰면서 남편 말대로 왜 그만두지 못하는지 이번 학기에는 깊이 고민이 된다. 글쓰기는 내게 넘지 못 할 산일까? 넘으려고 노력조차도 안 해보고 내려놓아야만 할까? 꿋꿋하게 버티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게으름 피우며 글도 안 쓸 바에는 차라리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문우님들의 열정과 정성은 감히 흉내도 못 낼 만큼 굉장했다. 글쓰기가 마지막 차례였던 내 일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교수님께 칭찬받는 글을 쓰는 분들의 삶에서는 가장 우선순위였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 학기에서 얻은 공부였다. 숙제로 나오는 글감으로 어떻게 쓸지 1주일 내내 생각하고, 쓰고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공책에 수업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서 외우다시피 되풀이하여 읽어보고, 본받고 싶은 작가의 책을 필사하고, 다양한 도서를 책장에 빽빽하게 채워두고 날마다 책과 친구삼아 논다고 하는 문우님들의 피나는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가르친 진정한 스승이다. 글이 갈수록 좋아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글쓰기는 시간을 들이는 만큼 결과로 보답한다는 걸 배웠다. 모든  예술 창작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 글도 가족 단톡방으로 보낸다. “아들, 엄마가 글 올릴 때마다 읽어보니?” “, 재밌던데요.”라고 아들에게 문자 답장을 받던 그때 기쁨을 오래오래 맛보고 싶은 욕심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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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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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팝나무 | 작성시간 26.06.08 스트레스 받는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 주다뇨? 낭만적인 남편과 사시는 것 아닌가요? 글쓰기는 너무 어려워요. 이번 주는 쉴까? 그런 유혹에 매번 시달립니다. 저도.
  • 답댓글 작성자사랑합니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네, 저희 남편이 조금 특이하긴 하죠?하하. 선생님도 글쓰기를 쉬고 싶은 유혹이 있다니 위로가 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학기도 문우님들 챙기시느라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팝나무 | 작성시간 26.06.09 사랑합니다 에이. 제가 뭘했다고요? 교수님이 애쓰시죠. 하하.
  • 작성자조미숙 | 작성시간 26.06.09 멋진 남편 분이시네요. 부럽습니다. 하하!
    누구나 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사랑합니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 학기 동안 선생님의 글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바빠서 일일이 댓글을 적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답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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