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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고친 글]열한 번째 학기를 마치며 / 곽주현

작성자곽주현|작성시간26.06.09|조회수17 목록 댓글 0

열한 번째 학기를 마치며 / 곽주현

 

이번에도 어김없이 ‘학기를 마치는 소감’을 쓰라는 글감이 주어졌다. 그런데 이 글감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일상의 글쓰기」 반에 등록한 뒤 어느덧 열한 번째 학기를 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글쓰기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두 학기쯤 배우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5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꽤 많은 글을 써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130여 편을 어떻게 써냈는지 스스로 놀랍다.

 

사실 매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밤늦도록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어떤 때는 다른 일을 미뤄 두고 글쓰기에만 매달려야 했다. 한 편을 완성하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거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했다.

 

이제 내 나이 여든 언저리에 있다. 마음은 여전하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다.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와 어깨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이번 학기에는 열세 번의 과제 가운데 두 번이나 제출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해냈겠지만, 이제는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를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선뜻 그만둘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가 내 삶에 적지 않은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었다. 쓰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평범하게 지나간 줄 알았던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가 아직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긴 기간 동안 공부했는데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여전히 부럽고, 내 것은 늘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이제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난 5년 반의 시간이 훨씬 허무하게 흘러갔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주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삶에 작은 긴장감과 활력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존감을 높였다는 점이 큰 변화다.

 

요즘 나는 고민하고 있다.

 

‘이쯤에서 끝내야 할까, 아니면 조금 더 계속해야 할까?.’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동안 이어 온 글쓰기는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잘 쓴 글보다 끝까지 써 온 시간이 더 값졌고, 뛰어난 실력보다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더 의미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를 마치며 자신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계속하든 여기서 멈추든, 지난 시간의 글쓰기 공부는 내 삶에 남을 만한 소중한 흔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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