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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고친 글] 6월, 어깨를 나란히 하고 / 조영안

작성자글향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29 목록 댓글 0

6월, 어깨를 나란히 하고 / 조영안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때 이른 더위에 지친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지난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푹 자고 나니 온몸에 다시 생기가 돈다. 그도 그럴 것이, 뜰방 앞에 올망졸망 놓여 있는 화분들도 단비를 맞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 기세등등하게 살아났기 때문이다.

거실 창문을 여니 정겨운 빗소리와 함께 환하게 피어난 꽃들이 나를 반긴다. ​이른 봄, 동서가 포트에 담긴 꽃모종을 한가득 가져왔다. 집 안의 빈 화분들마다 하나씩, 혹은 두세 포기씩 나누어 정성껏 심었다. 들꽃과 일반 꽃모종이 뒤섞여 있어 과연 제대로 피어날까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 모습을 귀하게 드러냈다. 어머니는 화분에 다 심고 남은 모종을 대문 앞 화단, 마늘밭 사이사이에 쏙쏙 꽂아 두셨다. 비가 내릴 때마다 땅심을 가득 받은 모종들은 푸른 잎을 올리더니 마침내 알록달록 꽃을 피워 냈다. 이 작고 예쁜 것들이 볼 때마다 큰 즐거움을 주니, 마치 내가 꽃대궐에 사는듯 하다. 종류가 다양해 형형색색으로 눈이 호강하는 요즘이다. 그중에서도 절구통 옆에 기대어 선 수국은 이 모든 꽃을 지휘하는 감독이라도 된 양, 사발만 한 꽃송이를 탐스럽게 피우고 있다. 이번에 내린 비로 수국은 바야흐로 절정을 맞이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에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이번 글만 올리면 드디어 한 학기가 끝난다. 돌아보면 나름대로 참 열심히 달려왔다. 몸과 마음이 고단한 날에는 ‘이번 한 번만 쉴까’ 하는 유혹도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단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글을 써냈다. 성실하게 하다 보니 이제는 나만의 방법도 찾았다. 일하는 내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틈틈이 메모해 두고, 이를 바탕으로 미리 초고를 마쳐 놓으니 글쓰기가 훨씬 수월했다. 예전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차분히 다잡는 여유까지 생겼다. 바쁜 일상에서 매주 글을 마주해 낸 나 자신이 참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오늘은 마침 매실을 처음으로 출하 하는 날이다. 비가 그친 들녘의 풍경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싱그럽다. 햇살과 바람, 맑은 공기를 듬뿍 먹고 자란 초록 알맹이들이 가지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언제나 6월은 한 해 동안 땀 흘려 가꾼 농사를 수확하고 마무리 한다. 늘 그렇듯, 내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도 이 유월의 수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찾아온다.

​이제 한 학기를 마치며 내 삶을 돌아본다. 거친 햇살과 세찬 바람을 묵묵히 견디며 청량한 초록빛으로 단단하게 익은 매실처럼, 내 삶의 크고 작은 조각들도 ‘글쓰기’라는 그릇에서 한층 더 맑고 단단하게 영근다.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밤에는 마음을 다해 글을 일구느라 고단한 날도 많았지만, 단 한 번의 쉼표도 허락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달려온 내 자신이 오늘만큼은 참 기특하다. 삶의 현장이 곧 글의 샘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 그것이 이번 학기에 가장 큰 수확이다.

​학기말은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매실나무처럼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알찬 결실을 아낌없이 비워내고 나면, 나무는 다시 새 숨을 쉬며 다음 해 봄을 준비한다. 나도 저 나무처럼 되고 싶다. 다시 다음 수확을 준비하는 저 매실밭처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앞으로도 삶이 건네는 모든 것을 부지런히 받아 적겠다. 밭을 일구듯 내 삶을 글로 귀하게 쓰겠다는 다짐으로 한 학기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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