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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26-1)

[고친 글] 나를 알아 가는 시간 / 김유신

작성자김유신|작성시간26.06.10|조회수21 목록 댓글 0

나를 알아 가는 시간 / 김유신

 

나는 종종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후회하기 싫어서 먼저 시작하고 본다. 매번 그럴 수는 없으나 예전보다는 용기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워낙 겁이 많아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서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퇴근이 저녁 아홉 시이고 그마저도 일이 많으면 더 늦어지는 때가 허다한데 일곱 시 수업에 맞춰 갈 수 있을까. 고민을 뒤로 미루고 우선 수강 신청을 했다.

 

학창 시절 글짓기 대회에 몇 번 나갔던 경험이 전부인데, 한 편은커녕 한 줄도 못 쓸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미 하기로 했으니 잘하지는 못 할지라도 이 기회에 내 끈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감동과 웃음이 있는 지난 수강생들의 글을 읽으며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다 수업을 안내하는 글에서 죽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쓰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달려들라는 대목을 읽고, ‘그래, 한번 해 보자!’라고 각오를 다졌다.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도 한 학기만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벌써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내겐 어렵게 주어진 시간이었기에 모든 강의가 더욱 소중했다. 또 글쓰기를 재미있어하는 나를 발견한 것도 놀라웠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무엇보다 지도 교수님이 아닌데도 찾아가 부탁한 내 졸업 논문을 연필로 한 줄, 한 줄 고쳐 주시던 고마운 스승님께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일상의 글쓰기수업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형식은 또박또박하고 내용은 세심하고 친절하다. 나도 글감을 받으면 기억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뭉뚱그려진 조각을 더듬어 찾아내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먼지를 털고 정성을 다해 단정하게 개켜 이름표를 붙여 차곡차곡 쌓는다. 이 정리는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되고, 좀이 쑤셔 한 시간도 앉아 있기 힘든 나를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아니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며칠이 걸릴 때도 있다. 그동안은 흐트러진 그 방을 누가 볼까 봐 닫아 놓기 바빴는데 이제는 가끔 열어 말끔해진 그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더 넓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기까지 하다.

 

그 자유 덕분에 책도 그리워졌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추천해 주신 책을 찾아서 실컷 읽어야겠다. 오늘은 편입한 학교에서 기말시험이 있었다. 그동안 밀린 공부를 밤새워 벼락치기로 하느라 아득한 상태로 써 내려가고 있다.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며 같은 실수를 곳곳에서 발견하고 얼굴을 붉힐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내가 뿌듯하다. 나에게 선물 같은 이 수업을 다시 들을 기회가 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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