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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법(45)-맥주 세병 안주 하나-문장은 수사로다[문장론]

작성자저산|작성시간26.06.08|조회수26 목록 댓글 0

                                                               글쓰기 기법(45)-맥주 세병 안주 하나

- 문장은 수사로다 -

 

권대근

문학박사, 하북미술대 객좌교수

 

새 수사학은 대체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유가 등장한 19세기 중엽 이후 약 150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전통적 수사학이 설득의 기술, 곧 웅변과 논증의 방법에 초점을 두었다면, 새 수사학은 언어가 만들어내는 의미의 형성 과정과 효과적 전달 자체에 더 깊은 관심을 둔다. 옛 수사학이 비유를 중심으로 한 표현 전략이었다면, 새 수사학은 표현과 전달이 이루어지는 전 과정, 즉 의미 생성과 해석의 역동성까지 포괄하는 언어 이론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중요한 계기로는 I. A. 리처즈의 저서 수사학의 철학을 들 수 있다. 이 저작은 언어의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밝히며 현대 수사학의 지평을 넓혔다.

수사법의 분류와 그 변천을 체계화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떤 이론은 문체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또 다른 관점은 어휘의 효과적 사용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다양한 접근이 병존하는 가운데, 여기서는 일본의 핫토리 시로가 정리한 체계를 참고하여 수사법을 개관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수사법을 단순한 기술 목록이 아니라 언어 작용의 원리로 이해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 문장은 본래 말을 문자로 정착시키려는 필요에서 출발한다.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그 대상에는 본질적인 핵심이 있으며, 이를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는 표현 역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중심어로 수렴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동일한 대상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을 꿰뚫는 언어는 단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수사란 바로 이 핵심 표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동원되는 강조적이며 보조적인 언어 작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단순히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적 기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사의 본질을 외면한 채 외형적 화려함에 치우친 이해이다. 수사는 미사여구의 축적이 아니라, 대상을 더욱 진실하게 드러내기 위한 표현 방식이다. 동시에 수사는 문장의 평면성과 단조로움을 넘어, 독자의 인식을 환기하고 사유를 촉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즉 수사는 진실성의 심화와 표현의 활성화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지닌다.

예를 들어, 어떤 여인의 치아가 희다고 느꼈을 때 단순히 희다라고 표현하는 대신 배꽃처럼 희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색채의 본질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는 수사적 강화라 할 수 있다. 반면 표백제를 쓴 듯 티 하나 없이 희고, 눈처럼 깨끗하다와 같이 과도하게 꾸민 표현은 오히려 대상의 진실성을 흐리고, 언어를 공허한 장식으로 전락시킨다. 수사가 진실에서 멀어질 때 그것은 표현이 아니라 말장난이 된다. 진정한 수사는 대상의 본질과 감각을 정확히 포착하면서, 독자가 그 장면을 직접 체험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적절한 비유와 절제된 수사만이 글에 생명력과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수필문장에서 수사법은 다른 장르와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없다.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되, 그 체험을 함축적으로 응축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원관념보조관념이라는 이중 구조가 작용한다. 원관념은 필자가 전달하려는 핵심 의미이며, 보조관념은 그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 덧붙여지는 이미지나 비유이다. 수사법은 이 두 요소를 결합하여 표현의 밀도와 전달력을 높이는 장치이다.

 

1. 비유법

 

비유는 사물의 형태나 상황, 혹은 그에 대한 인식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의미를 확장하는 기법이다.

첫째, ‘같이’, ‘처럼등의 연결어를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은 직유법(명유법)이다. 이는 독자가 두 대상을 즉각적으로 대응시키도록 돕는다.

둘째,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한 것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은유법이다. 이는 직접적 설명을 피하고 의미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셋째, 무생물을 인간처럼 표현하는 의인법, 반대로 인간을 사물화하는 의물법은 대상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넷째, 소리를 흉내 내는 의성법과 형태를 묘사하는 의태법은 감각적 생동감을 주지만, 수필에서는 남용될 경우 문장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섯째, 감정이 없는 사물에 감정을 부여하는 활유법은 동화적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성숙한 산문에서는 절제된 사용이 요구된다.

여섯째, 풍유법은 간접적 비판과 풍자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며, 환유법은 연관성 있는 대상을 통해 의미를 치환한다.

일곱째, 상징법은 구체적 표현 대신 추상적 의미를 통해 해석의 여지를 확장한다.

 

2. 강조법

 

강조법은 문장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 효과를 형성하는 수사적 장치이다.

첫째, 과장법은 대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인상을 강화한다.

둘째, 감탄법(영탄법)은 감정을 직접 표출하지만, 남용하면 표현의 진정성이 약화된다.

셋째, 반복법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되풀이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리듬을 형성한다.

넷째, 점증법은 의미를 점차 확대하여 긴장을 고조시키고, 점감법은 반대로 의미를 축소하여 여운을 남긴다.

다섯째, 대조법은 상반된 개념을 대비시켜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섯째, 미화법은 표현을 왜곡하는 장식이 아니라 전달의 정확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일곱째, 비교법은 두 대상의 유사성과 차이를 통해 의미를 강화한다.

여덟째, 현재법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형으로 서술하여 생동감을 높인다.

아홉째, 억양법은 한쪽 의미를 낮추고 다른 의미를 부각시켜 대비 효과를 낸다.

열째, 연쇄법은 문장의 일부를 반복 연결하여 리듬과 강조를 동시에 형성한다.

열한째, 생략법은 말을 끝맺지 않음으로써 독자의 해석과 여운을 유도한다.

 

결국 수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진실을 더욱 진실하게 드러내기 위한 언어의 조직 원리이다. 그것은 표현의 과잉이 아니라 절제 속에서 빛나며, 화려함이 아니라 정확성과 밀도 속에서 그 가치를 획득한다. 좋은 수사는 독자를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의 내면에서 의미가 스스로 생성되도록 이끈다. 수필문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절제와 함축의 균형이며, 이를 통해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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