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김 결
웃음이 되고 남은 얼굴 부분입니다
가끔 옆구리에서 뿔이 돋아나기도 하죠
주머니에 넣을 수 없어 커다란 발을 준비합니다
은밀하게 시작되는 계절을 핑계로
무언가 골몰하는 모자의 표정을 살핍니다
신발보다 많은 모자들
아침부터 아우성입니다
어디를 가고 싶어 저리 발을 동동 구를까요?
궁금해하는 모습을 거울에 비춰가며
오늘의 콘셉트를 고민합니다
몇 개인가요?
쏟아지는 백 가지 질문 중에
당신의 대답을 헤아릴 이유가 있을지 궁금합니다만,
모자 속에서는 시시한 것들이
시시해지지 않고,
오늘 아침에는 그가 걸어 나왔습니다
모자를 쓰고 잤거든요
비가 오는 날에는 해반천을 걷습니다
뿔이 조금 더 자랄 수 있도록,
에코트리 숲 속에서 마술이 흘러나옵니다
가면은 벗어버리세요
햇빛 속에서도
그늘에서도
울고 싶을 때도
모자는 어리석어집니다
여름 얼굴은
뒷걸음질로 커다란 초록발 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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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무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모자를 참 싫어했어요.
그냥 어울리지 않는 다는 이유였습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 모아놓고는 쓰지 않는 거지요.
영 영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어느날 옆에서 어울린다고 말해준 후부턴 쓰기 시작했어요.
허전합니다. 친구가 되었어요.
모자가 친구각 될 줄이야. 언제나 괴롭힌 동급생이 어느날 친구가 되는 것처럼,
모자는 멋도 부리지만 머리를 보호합니다. 머리 속에 든 수많은 생각들을
지키고 있었지요.
그 생각을 붙잡아 더 크고 야무지게 진화시킵니다.
때론 무슨 생각을 할지 모자가 예축하여 알려주지요.
모자는 나와 대지와 하늘과 영혼을 이어 우주의 한 요원으로 발탁하기도 합니다.
김결이 김결의 모자가
나와 나와 우리를 지켜 이어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