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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토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

작성자최진욱|작성시간26.06.22|조회수20 목록 댓글 0

 

삶과 기록으로 다시 읽는 김진열의 예술세계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2026년 7월 1일부터 7월 4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를 개최한다. 이후 전시는 2026년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강원 강릉 옥계 출신이자 원주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미술가 김진열의 삶과 작업, 기록을 함께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작품 60여 점과 사진, 문서, 작가노트, 전시자료, 인터뷰, 작업실 기록 등 기록물 70여 점을 통해 작가의 생애와 조형 언어, 그리고 강원 지역의 사회·자연환경이 그의 예술세계 안에서 어떻게 응결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김진열은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과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40여 년 동안 회화, 입체, 드로잉, 설치, 시민미술운동을 아우르는 폭넓은 작업을 이어왔다. 조선일보와 한서시계주식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7년 상지영서대학 교수로 취임해 후학을 양성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지영서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2017년 제2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고, 광주비엔날레와 평창비엔날레 등 주요 미술행사에도 참여했다.

김진열, 대성리 야외설치 작업 퍼포먼스, 1979-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진열, 〈자르기〉, 1981, 철망, 목판, 헝겊, 82×78cm-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시 제목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는 원주의 생명운동가 무위당 장일순의 말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를 변주한 것이다. ‘일어나다’는 상처와 시대의 압력 속에서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존재의 힘을 뜻한다. ‘받들다’는 사람과 자연, 노동과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보듬다’는 버려진 물질과 소외된 사람들, 기억 속 장소들을 다시 관계 안으로 불러들이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가리킨다.

김진열 예술의 출발점에는 강릉 옥계의 자연과 유년의 기억이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두나무에 올라 멀리 바다를 바라보던 기억을 자신의 미술적 출발점으로 말해왔다. 옥계의 바다와 수평선,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습지의 풍경, 수초와 새, 이슬과 물의 감각은 이후 그의 작업에서 생명과 회복, 순환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김진열, 〈달맞이꽃〉, 1983, 철판과 마분지 배접에 아크릴 칼라, 76×74cm-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81년 첫 개인전으로 이어지는 초기 작업에서 김진열은 당대 미술계의 매끈하고 세련된 모더니즘 회화와 거리를 두었다. 그는 정제된 화면보다 자르고, 찢고, 붙이고, 덧대는 거친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재료 실험이 아니라 인간의 상처와 시대적 압력을 화면 위에 드러내려는 조형적 태도였다. 그의 화면에서 물질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몸의 기억과 노동의 흔적, 시대의 균열을 품은 존재로 다가온다.

1986년 원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후 김진열의 작업은 원주의 생명사상과 모심의 정신을 중요한 배경으로 삼게 된다. 원주는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 협동조합운동, 생명운동이 맞물려 전개된 지역이다. 지학순 가톨릭 원주 초대교구장과 무위당 장일순의 사상은 원주라는 지역을 단순한 생활 터전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생명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장소로 만들었다.

김진열, 〈낡은 의자〉, 2012, 합지, 금속판에 아크릴 칼라와 혼합재료,113×89cm-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러한 원주의 사상적·사회적 토대는 김진열이 낮은 곳의 사람, 노동하는 몸, 버려진 재료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원주시외버스터미널 작품 속 인물들은 산업화의 속도에서 비켜난 사람들, 오래 기다리고 지쳐 있으나 여전히 자기 삶을 견디는 존재들이다. 작가는 그들의 표정과 자세 속에서 자신과 시대의 초상을 발견하고, 인간과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존엄을 묻는다.

김진열의 작업에는 강릉 옥계의 바다와 늪, 주문진 부둣가의 비린내, 장마철 썩은 감자를 골라내던 어머니의 노동,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의 표정이 함께 자리한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회화 안에서 물질과 형상, 두께와 결로 전환된다. 김진열의 투박함은 단순한 지역 정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몸의 기억과 노동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조형적 태도이며, 버려진 것과 낮은 곳의 존재들을 다시 예술의 중심으로 불러오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가 중요한 이유는 김진열의 작품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둘러싼 기록과 삶의 맥락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사진, 문서, 작가노트, 전시자료, 인터뷰, 작업실 기록은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다. 그것들은 한 작가가 어떤 장소에서 살았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 맺었으며, 어떤 시대의 압력과 자연의 기억 속에서 작업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아카이브 전시는 작품을 미술관 벽면에 걸린 독립된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작품이 태어난 장소, 작가가 살아온 시간, 작업실의 흔적, 사회적 관계, 지역의 역사와 자연의 기억을 함께 읽는다.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는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김진열의 예술을 다시 조명한다.

 

 

김진열, 〈출발선〉, 2011, 혼합재료, 73×110cm-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시 개막행사는 2026년 7월 1일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열린다.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김진열 작가와 박영택 미술평론가의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며, 오후 5시부터 5시 30분까지 개막행사가 이어진다. 작품을 통해서만 보아온 김진열의 작업세계를 작가의 목소리와 평론적 해석을 통해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김진열 화백의 작업은 흔히 ‘민중’, ‘형상’, ‘지역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어 왔다”며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을 작품에 한정하지 않고, 작가가 살아온 장소와 시간, 관계 맺어온 사람과 물질의 기록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자연, 노동과 생활, 물질과 기억이 서로 얽혀 있는 생태적 관계망 속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회고가 아니라, 예술이 삶과 지역, 자연과 사회, 노동과 기억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묻는 자리다. 김진열의 작업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낮은 곳을 향한 시선과 생명을 받드는 태도, 상처 입은 존재를 보듬는 깊은 인간애가 담겨 있다.

김진열, 〈숨겨진 숨길〉, 2016, 혼합재료, 109×156cm김진열, 〈숨겨진 숨길〉, 2016, 혼합재료, 109×156cm-사진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는 관람객에게 김진열이라는 한 작가를 넘어, 강원과 원주, 생명운동과 민중의 삶, 자연과 물질의 기억이 한국 현대미술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아왔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품과 기록이 함께 놓이는 이번 전시는 김진열 예술의 뿌리와 결을 더 깊이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명: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
전시기간 및 장소:

1차 전시: 2026년 7월 1일 ~ 7월 4일, 원주 치악예술관
2차 전시: 2026년 7월 13일 ~ 8월 14일, 서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주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후원: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출품자료: 작품 60여 점, 기록물 70여 점
개막행사: 2026년 7월 1일, 원주 치악예술관
라운드테이블: 김진열 작가, 박영택 미술평론가 / 오후 3시 ~ 4시 30분
개막행사: 오후 5시 ~ 5시 30분

 

기사출처 : 아트코리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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