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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聖經)의 한자 뜻을 풀어서 읽으면 '거룩한 책'이 된다. 거룩한 장소에 가면 우리는 농담도 삼가고 웃음도 피하려 한다.
성경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도 마찬가지였다. 성경에는 밑줄도 치지 않으려 하고 암송을 해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 애를 쓴다. 어지러운 내 방의 책 더미 속에서도 혹시 성경책이 다른 책 밑에 놓여 있으면 괜스레 마음에 부담이 가서 결국은 끄집어내서 기어이 맨 위에 올려 놓던 학생 시절의 기억이 난다. 어떤 선생님은 교제하는 젊은 남녀들이 서로 사귈 때 젊음의 정렬로 인해 도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방법으로 둘 사이에 성경책을 놓아두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기만 해도 근신과 절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룩한 책 안에 어떤 글들이 담겨져 있을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가라사대…"로 시작하여 무겁고 육중한 단어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님을 조금만 읽어가다 보면 곧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시고 좋았다는 인간이 한 일은 계율 파기, 거짓말, 변명, 형제 살인 등으로 성경의 초장부터 미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이 흉측한 이야기로 점철된다.
그런가 하면 인륜 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의 성 관계를 통한 후손의 대 이음이 아무런 도덕적 비판 없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창세기 38장).
흔히 성경의 중요한 메시지로 알고 있는 것은 '사랑'인데, 적국인 바벨론의 어린아이를 바윗돌에 패대기쳐 죽이는 자에게 복이 있을 것이라는 증오와 복수에 가득 찬 악담도 담겨있다(시 137:9).
이런 이야기까지도 서슴없이 기록하고 있는 성경은 도대체 어떤 책인가? 도대체 왜 그런 이상한 사건까지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해야만 했을까?
그런데, 주간지에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야릇한 스토리나 전쟁 중인 교전국 사이의 선전 삐라와 같은 격정적인 표현들도 담겨져 있는 것이 성경이라면 '지극히 경건한 성직자들이나 읽을 수 있는 거리감 있는 책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성경은 우리 조상들이 신주를 모셔놓고 감히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던 것처럼 세속적인 인간으로부터 분리시켜 손 닿지 않는 장소에 꼭꼭 숨겨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성경은 높고 거룩하여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자 하는 무섭고 두려운 책이 아니다. 성경은 인간과 가까이 하여 무엇인가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하는 친근감 가득한 우리들의 책이다. 성경은 우리 인간이 자신을 낮이나 밤이나 닳아지도록 읽어서 더없이 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유대인들이 '쉐마'라고 하여 매일같이 암송하고 묵상하는 내용을 들어보자.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문에 기록할지니라. (신 6:4-9)
여기 기록된 대로 그들은 신명기 6:4-5(위 인용문의 강조 부분)를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씩 암송하고 이 성경 구절을 '메주짜'라고 하는 작은 상자에 넣어 대문간에 걸어 두었다(신 6:9).
그리고 6:8에서 명령한 것처럼 팔과 이마에 성경의 핵심 부분을 달기 위한 장치로서 '테필린'(마태 23:5에서 경문[經文]이라 번역되어 있다)이라는 상자를 사용하여 걸고 다녔다. 하나님 말씀을 친밀하게 가까이 두고 나에게서 떠나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다. 유대의 랍비들은 돌판에 말씀을 새기고 거기에 꿀을 발라서 아이들로 하여금 핥아먹도록 했다고 한다. 말씀이 꿀처럼 달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실물교육이었다(시 119:103).
이제 성경이 너무 거룩하여서 우리가 거리를 두어야 하는 그런 책이 아님을 설명했다. 성경은 우리와 가까이 사귀기를 원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친밀하게 속삭이기 원한다. 우리를 만나 우리에게 할 말이 많은 것이 성경이다.
세상살이를 할 때 친근하게 지내야 할 대상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성경이야말로 우리가 친근하게 대해야 할 대상 중에 엄지손가락에 해당된다.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니보다 외할머니의 품에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할머니의 성경사랑은 극진하셨다. 그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비전통신 노래의 샘도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책]을 보낸다.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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