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귀가 어두워서 걱정이에요."
"걱정마세요. 귀가 어두운 사람이 오래 산대요."
전철 노약자 석에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70대 할머니 두 분의 목소리가
문 쪽에 서 있던 내 귀에까지 들려왔어요.
귀가 어두운 사람이 오래 산다니...
냉큼 달려가 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한 할머니가 명쾌한 대답을 알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할머니들이 대개 그렇잖아요.
원인과 결과가 똑똑 떨어져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이치를 신앙처럼 믿고 계신 탓에
원인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사실만은 한치의 의심 없이
철썩같이 믿고 받아들이시죠.
그래서 그냥 혼자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어요.
혹시 귀가 나쁘면 다른 감각기관들이 발달해서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세포의 노화를 막는걸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어가는 사이
전철이 순간 엄청난 굉음에 휩싸였어요.
사람들 말소리는 물론 안내방송조차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제서야, 귀가 어두운 사람이 오래 사는 이유-
그걸 알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유는 간단해요.
귀가 어두우면 그만큼 덜 듣게 되고
덜 듣게 되니 마음을 써야 할 일도, 마음이 상할 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거죠.
적당히 흐릿한 눈으로 보면 모든 얼굴이 예뻐보이는 것 처럼
적당히 어두운 귀가 세상의 소음은 물론
자잘한 걱정거리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수 있다는 겁니다.
나이 든다고 해서 잔걱정이 줄어 드는건 아니라서
어쩌면 그래서 하나님이 귀라도 어둡게 하셨는지 모르죠.
때론 적당히 못 듣고,
못 보는 것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사실...
올 한해,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아요.
(매거진 아침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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