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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작성자(일맥)|작성시간04.02.11|조회수82 목록 댓글 7
곤히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시인 김종원-



아내의 몸 속에는 지금 둘째가 자라나고 있답니다
문득 아이의 소리가 듣고 싶어
아내의 배에 살짝 귀를 대고 둘째의 발길질 소리를 듣다가
그만,
옆에 자고 있던 첫째 아이의 다리를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세상 모르고 잠에 빠졌던 첫째가
살며시 눈을 뜨고 안아달라고 보채네요
가만이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아내가 이 녀석을 분만할 때의 생각이 납니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아내의 입덧은
잠시 아프고, 표정관리를 하며 그저 입덧의 시늉을 하는
TV에서 자주 보던 그런 입덧이 아니었습니다
난, 아주 가끔
과음으로 밤을 새도록 구토를 할 때면
한동안은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 만큼 괴로웠습니다.
아주 가끔, 가끔 말입니다
나는 아주 가끔 그렇게 힘들었지만...
나의 아내는 그런 일을 8개월이 지나도록
마치 숨쉬듯 매일 그런 아픔을 반복했고
탈진으로 여러 번 입원을 했고
건강했던 아내의 몸무게는 한없이 빠졌습니다

그 날,
입버릇처럼 늘 자연분만을 고집하던 아내가 출산하던 그 날
수술대에 올라가고 내내 담담한 척 하던 아내는 
점점 진통이 심해지자, 시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손을 부르르 떨며 사정을 하더군요.....
'어머니! 저 그냥 수술해서 낳을게요, 네?!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제발...네? 제발요.'
어머니가 침묵 속에 안타까운 눈길로 아내의 눈을 피하자
이번엔 아내는 옆에서 지켜보던 제 옷자락을 잡고 애원하며
손이라도 좀 잡아달라며 애처로운
너무나도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기를 몇 시간...
아내는 얼굴은 거미줄 같은 잔주름이 가득 만들어 질만큼
지켜보던 나의 가슴도 찢어질 만치 아플 만큼 고통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픈 고통의 시간이다 지난 후
사랑스런 첫째를 무사히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내 옷자락을 잡으며 사정하며 손을 잡아 달라고 하던 아내가
입원실에서 아이를 옆에 두고 하는 말이
'자기는 왜 안 들어 왔냐'며 많이 서운했다고 하더군요.
아내는 내가 자기의 손을 잡아 주었다는 그 사실 마저도 잊을 만치
그만큼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그만큼,
많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지켜보기에도 너무나 안타까웠던 5년 전의 아내가
또 다시 둘째를 가졌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은 해보지만 5년 전 그때처럼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아내는 자연분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전보다는 훨씬 편안했으면 좋으련만.....
너무 아파서 그냥 수술을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만큼
아프지 않고 무사하게 분만 했으면 좋으련만...

둘째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하는 아내를
내가 많이 도와 주고 있지만
이런저런 일이 겹치고 바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납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모처럼 외식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짜증을 부렸습니다.
입덧인 아내의 까다로운 식성을 맞추며 음식점을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짜증을 부렸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자신의 입덧이 너무 심해서
내가 화를 낸 게 마음에 걸렸던지
왠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공연히 짜증을 낸 저를 더 부끄럽게 만들어 한 없이 미안했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아내는 다시 아이를 낳기 위해 수술대에 오릅니다
오늘 아내에게 짜증을 냈던 일을 반성하며
그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잠든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말해줘야겠습니다
내가,
당신만을 사랑하노라고...




2003년 11월 23일 김종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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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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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eliveyel | 작성시간 18.03.07 감동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love is | 작성시간 18.06.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Mother of love | 작성시간 18.11.26 감사합니다.
  • 작성자별이야 운영자 | 작성시간 19.06.3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설채 | 작성시간 23.11.09 감동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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