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처갓집과 칙간’은 멀수록 좋다고 하는지요?
목사님! 예수 믿기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직장 관계로 큰 아이를 시골에 있는 친정집에 맡겼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변소(뒷간)에 빠졌습니다. 어머니는 예수를 믿지 않기 때문에 굿을 했다고 합니다. 목사님! ‘측간신이란 뭐예요?
민간신앙에서 사람이 변소에 빠졌을 때 그 사람이 사흘 안에 떡을 해서 변소에 차려주고 절을 한 후 그것을 나누어 먹으면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변소에 빠진 사람이 죽는다고 했기 때문에 굿을 한 것 같습니다.
1,칙간의 의미
‘칙간(廁間)귀신’은 가택(家宅)귀신 중 하나입니다. 측간이란 현대어로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을 지칭하는 우리말은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뒷간〉,〈변소〉,〈서각〉,<정방〉,〈측실〉로 불렀으며 절에서는 ‘해우실이라 하고 중국사유기에는 ’오곡이 윤회하는 장소‘라고 표현합니다. 가택신앙에서 가정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사람을 가장으로 생각하고 성주신체가 곡물이 있는 대청에 있습니다. 부엌은 주부 주권자의 승인을 받아 이들 곡식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입니다, 다시 조리된 음식은 안방에서 소모되고, 그 음식과 관계된 배설은 칙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배설물은 울타리 밖의 토지에서 경작물의 자양분이 되어 곡식의 열매를 맺게 하고 곡식은 다시 울타리 안으로 유입되어 대청에 보관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음식물의 생산과 소비과정을 보면 대청(성주)- 안방- 부엌(조왕신)-안방-칙간-경작지- 대청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칙간신은 이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말에 “처갓집과 칙간은 멀수록 좋다”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전통칙간’을 찿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경제적으로 인분대신 화학비료가 농사에 사용되고, 지금은 행정적으로 재래식 변소의 건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 정초가 되면 어머니께서 무당을 불러서 3일 정도 1년 농사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하여 가택 귀신들에게 굿을 하는데 측간(화장실) 앞에서도 하는 굿을 보았습니다. 그 해 농사를 ‘칙간 귀신’이 좌우하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인분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시대였으므로 무당은 ‘칙간 귀신’에게 똥을 많이 만들어 농사가 대풍이 되게 해달라고 하는 굿입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 이른 아침에 부지런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망태를 들고 마을 골목골목 다니면서 소똥, 개똥을 주워다가 퇴비로 만들어 농사를 짓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친구 집에서 일보고 오면 할머님께서 꾸중했습니다. 친구 집에다 거름 주고 왔다는 것입니다.
2,칙간의 풍속
인분으로 농사짓는 시대에는 그 집 농사는 측간귀신이 좌우 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비료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시골의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안방에 측간이 있습니다, 묘지 속에 계신 조상들이 보면 기절초풍하고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농사를 좌우 하는 그 귀신을 ”변소귀신“ ”부출귀신“ ”측도부인“ ”측간각시“ ”정낭귀신“ 등으로 불렀습니다. ‘칙간귀신’은 노여움을 잘 타고 성질이 괴팍하여 한 번 화를 내면 무당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칙간귀신’은 두려움의 존재로 알려져 있으며 ”측간에서 넘어지는 것은 귀신이 화를 낸 결과이고“ 측간에서 넘어져 생긴 병은 고칠 수 없다고 하면서 측간에서 넘어지면 친척이 죽는다는 속신(俗信)은 ‘칙간귀신’의 흉악한 모습을 표현한 말입니다.
민간 신앙에서 똥독(변소)에 빠지는 것은 흉악한 것으로 보고 떡을 만들어 ‘칙간귀신’ 에게 바치고 콩떡을 똥독에 빠진자에게 먹이고 이웃에게 나누어주며 “똥~떡”이라고 소리를 치라고 했습니다. ‘ 칙간’ 을 새로 짓거나 헐어버릴 때는 길일을 택했으며 똥통 받침돌을 함부로 옮기지 않았으며 만약 이를 어길 때는 가족들에게 불행이 온다고 믿었습니다. ‘ 칙간각시’ 는 긴 머리카락을 하나씩 세는 버릇이 있는데 머리카락을 헤아릴 때 사람이 뒷간에 들어가면 ‘ 칙간각시’ 가 놀란 나머지 머리카락을 뒤집어쓰고 뒷간에 들어온 사람을 병들게 하여 죽게 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측간에 들어갈 때는 ‘ 칙간각시’ 에게 미리 알려 준다고 하여 기침소리를 낸다든지 “애햄” 하고 볼일을 보러 측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무속문화는 귀신의 동토 사상으로 언제나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입니다. 어린 손자를 변소에 빠뜨렸으니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무당을 불러 ‘ 칙간각시’ 를 달래는 굿을 하고 똥~떡을 만들어 온 동네에 나누어주었을 것입니다. 필자의 어머님께서는 예수를 영접하고 가정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두려움이 없으니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택신앙의 공포에서 해방 되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한번은 고향에 방문했을 때 부엌 아궁이가 내려 앉아서 밥하기가 불편하여 장독대(철륭신)에 있는 돌을 가져다가 아궁이에 개어서 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님께서 가택신앙을 섬길 때라면 부엌의 조왕신과 장독대 철륭신과 불화로 개가 죽든지 누가 병들지 하는데 하나님의 능력에 가신들이 굴복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두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3,칙간귀신에 대한 기독교적인 이해
옛날에는 변소가 본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야간에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또한 그 무서운 측간귀신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고안해 낸 것이 요강입니다. 이러한 전통가옥의 변소문화가 서양문화 주택인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변소문화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처음 서울에 건축한 와우 아파트와 마포 아파트는 변소가 가정 안으로 들어 올수가 없었습니다. 변소와 처갓집은 멀어야 좋다는 속담은 우연하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처음 짓는 아파트는 변소가 세대마다 넣지 못하고 별도의 공중변소로 건축하여 사용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문화를 변화시켜 변소와 측간은 화장실로 미화되고 안채와 거리를 차츰 차츰 좁혀오더니 현대식 건물은 거실과 침실과 함께하는 자리로 변소(칙간)가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기독교 주거문화가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믿는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거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의리라 하시더러“(막16;17-18)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서재생목사(서울대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