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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향하는 곳

작성자무지렁이|작성시간26.06.13|조회수13 목록 댓글 0

 

겸손이 향하는 곳

[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김승범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6.06.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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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서 10일(현지시각) 교황이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각)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1882년 이 성당을 착공한 지 144년 만입니다. 성당 전체의 완공은 2034년쯤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은 성전(聖殿) 건설의 최종 단계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역사적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이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기이기도 했습니다. 가우디는 1883년 31세에 설계 책임자가 됐습니다. 1926년 6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공사에 매달렸습니다.

이 성당에는 모두 18개의 탑이 솟아 있습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와 복음서 저자 4명, 성모 마리아를 각각 상징하는 탑들이 있고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자리합니다. 이 탑은 높이가 172.5m인데요. 그냥 나온 설계 수치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가우디의 신앙심과 철학적 고뇌가 담겼습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은 높이로 탑을 설계했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건축물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가우디는 당대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던 건축가였지만 대자연 앞에서 한낱 인간에 불과한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신이 만든 세상의 섭리에 대한 경배이자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인류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 천재의 위대함은 신이 만든 자연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지혜로운 겸손함에 있었습니다.

저 탑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현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욕심은 건물의 높이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더 높이 올라가려는 경쟁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무한한 성장과 정복을 절대적 가치로 믿으며 질주하는 현대 문명을 향해, 중요한 것은 그 속도가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사실을 가우디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가우디는 “내 고객(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십니다”라고 했다죠.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영문 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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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기자Weekend Edition Desk Editor

편집부·사회부·국제부·주간조선·산업부·사회정책부 등 부서를 거쳐 2025년 6월부터 주말뉴스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주말의 동반자인 ‘아무튼, 주말’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국내 대표적 장수 브랜드의 롱런 비결을 소개한 ‘한국 최고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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