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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위인과 정신건강] 완벽주의자 말러가 겁냈던 '9번 교향곡' 저주는 무엇일까요?

작성자무지렁이|작성시간26.06.13|조회수18 목록 댓글 0

 

[신문은 선생님] [위인과 정신건강] 완벽주의자 말러가 겁냈던 '9번 교향곡' 저주는 무엇일까요?

말러와 강박증

이헌정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6.06.09. 00:40업데이트 2026.06.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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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소리가 아주 조용히, 길게 숨 쉬듯 시작돼요. 마치 한참 망설이다가 겨우 말문을 여는 순간 같죠. 그 사이로 하프 소리가 맑고 부드럽게 울려요. 물결처럼 퍼지면서,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줘요.

이 음악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예요. 이 곡은 말러가 아내에게 청혼하기 위해 작곡한 사랑의 편지로 알려져 있어요. 또한 영화에서도 자주 쓰였는데요. 영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71)’에서는 아름다움과 죽음을 함께 느끼게 하는 음악으로 쓰였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서도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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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해 이렇게 깊은 감정을 표현한 말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말러는 아주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완벽해지려는 마음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곡을 한 번에 쓰고 끝내지 않았어요. 여러 번 고치고 또 고쳤어요. 이미 완성된 곡도 다시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대에 유명한 지휘자이기도 했던 그는 관현악단 연주자들에게도 아주 높은 기준을 요구했어요. 그들의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지 않았어요.

이런 모습은 정신의학적으로는 강박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강박적 성격은 단순히 꼼꼼한 것과는 조금 달라요. 틀리는 것이 너무 싫고,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상태예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가장 큰 일은 바로 죽음인데요. 그래서 강박적인 사람일수록 죽음에 대한 불안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해요.

당시 작곡가들 사이에 ‘교향곡 9번을 쓰면 죽는다’는 말이 있었어요.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9번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고, 브루크너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에요. 말러도 이 이야기를 신경 썼어요. 그래서 그는 아홉 번째 교향곡 작품을 쓰면서 일부러 ‘9번’이라는 번호를 붙이지 않았어요. 그 곡이 바로 ‘대지의 노래’예요. 사실은 교향곡이나 다름없는 작품인데, 9라는 숫자를 피한 거죠. 이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피하려는 마음을 보여줘요. ‘대지의 노래’로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했다고 생각한 말러는 다음 작품으로 9번 교향곡을 썼어요. 그리고 10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죠.

말러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죽음을 많이 겪었고, 딸도 일찍 잃었어요. 그래서 그는 세상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은 세상을 더 통제하려는 마음이 강해질 수 있어요. 완벽해지려는 마음은 사람을 힘들게 만들기도 해요. 계속 더 잘하려고 하다 보면 지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보통 완벽주의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말러의 삶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줘요. 완벽주의는 말러의 경우처럼 큰 창조의 힘이 되기도 해요. 말러의 음악이 끝날 때쯤 우리는 그의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멜로디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한 사람이 불안한 마음을 끝까지 붙잡고 버텨낸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돼요.

#신문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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