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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34] 내복으로 태어나 무비스타의 겉옷으로 출세

작성자무지렁이|작성시간26.06.20|조회수15 목록 댓글 0

 

[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34] 내복으로 태어나 무비스타의 겉옷으로 출세

헨리넥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6.04.09. 23:35업데이트 2026.04.1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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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게 남자의 옷장을 지켜온 옷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내복으로 시작해 각종 작업 현장과 드넓은 광야, 전쟁터까지 두루 거치며 이미지를 혁신해온 헨리넥만큼 드라마틱한 역사를 쓴 옷은 드물다.

헨리넥은 캣츠아이 혹은 피쉬아이라 불리는 가운데가 오목한 단추가 여러 개 달린 티셔츠 형태의 옷을 통칭한다. 이름은 영국 옥스퍼드셔의 소도시 헨리-온-템스에서 왔다. 이 강변 마을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조정 경기에서 어느 해부터 선수들이 경기복으로 입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격렬한 노 젓기에 방해되는 셔츠 깃을 제거해 활동성을 극대화했고, 가슴의 단추들은 체온을 조절하는 환기구였다.

그런데 사실 조정은 헨리넥이 활용된 특별한 사례다. 우리가 빨간 내복과 러닝셔츠를 입기 대략 한 세기 전부터 서양 남자들은 단추가 달린 전신 내복을 입고 온갖 육체노동을 해냈다. 유니언 수트라 불린 이 내복은 전장의 보급품이자 광산과 철도,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복이며, 일교차가 큰 광야에서 생활하는 카우보이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거친 남자들의 몸에서 피, 땀, 기름때를 흡수하며 짙은 남성성을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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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지만 강한 남자 주인공들은 주로 기름때 묻은 헨리넥을 입는다@드라이브

1970년대 이 내복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벌어진다. 랄프 로렌의 직원이 뉴욕의 빈티지 가게에서 오래된 내복 윗도리를 발견한 것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입던 내복이자 노동복은 비로소 헨리넥이란 고풍스러운 이름의 남자의 유산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빈 디젤, 2024년 올림픽 폐막식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톰 크루즈,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다니엘 크레이그 등등 스크린 속 강인한 남자들이 선택한 옷은 언제나 헨리넥이었다. 남자다운 매력에 최근 MZ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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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이 없고_ 단추가 달린 티셔츠를 통칭 헨리넥이라 부른다@핀터레스트

겉옷이 얇아지는 4월은 헨리넥이 가장 빛나는 계절이다. 단독으로 입어도 좋고, 재킷이나 셔츠 안에 받쳐 입으면 단추 라인이 멋의 밀도를 높인다. 티셔츠의 밋밋함과 셔츠의 불편함을 두루 해소하며, 액세서리를 더해도 과하지 않은 특유의 여유가 있다. 몸에 딱 맞게 입는 스타일부터 편안하게 걸치는 모습까지 활용 폭도 넓어졌다. 내복에서 작업복으로, 또 스크린 속 남자들의 유니폼으로. 헨리넥은 시대와 대륙과 문화를 건너서 사랑받는 남자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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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넥은 편안한 샌들 차림의 복장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편안함을 연출한다@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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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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