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명, 여가 26-2, 또 오라고 인사해 주셨어요
‘정석명 씨 준비뇨기과의원 정기 진료와 약 처방, 엠헤어아트 이발 동행합니다.
들어오면서 상황 따라 물맞이길 운동 다녀오겠습니다.’
동료에게 소식하고 정석명 씨를 따라나섭니다.
오늘 할 일이 많습니다.
비뇨기과도 가야 하고 약국도 가야 합니다.
이발할 때가 되어 미용실도 들러야 하고요.
모두 정석명 씨에게 익숙한 곳인데, 이렇게 많이 다닌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깨달은 일입니다.
그래서 그냥 병원이나 미용실이라 하지 않고 준비뇨기과의원이니 엠헤어아트니 이름을 붙여 말했습니다.
모두 정석명 씨 일입니다.
그래서 ‘동행’이라 썼습니다.
‘이렇게까지?’ 싶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선생님이 바뀌었네요?”
“맞습니다. 올해부터 정석명 씨 도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뵙겠네요.”
“그러시구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우여곡절 비뇨기과 진료를 마치고 같은 건물 1층 약국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도넛 가게를 따서 스스로 ‘크리스피로터리’라고 부르는 대동로터리에 있습니다.
약사님이 정석명 씨를 보고 알은체합니다.
지난달, 전임자와 함께 왔을 때 인사드린 일이 있지만,
약국 손님이 정석명 씨 한 사람이 아니니 이쪽에서도 처음인 것처럼 다시 인사합니다.
약사와 손님으로 만났으니 둘레 사람이라기 어렵지만,
한 달에 한 번 인사하는 사이, 집 밖에서 정석명 씨를 알고 인사하는 사람, 중요한 분입니다.
정석명 씨 옆에 앉아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가까이 붙은 옆 사람만 간신히 알아들을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정석명 씨가 인사합니다.
인기척에 입구로 돌아보는 시선을 느낍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정석명 씨 머리하러 왔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여기 가운데요.”
정석명 씨 머리하는 동안 미용실 소파에 앉아 원장님과 여러 소식을 나눕니다.
대개 정석명 씨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한 달이 참 빠르네요, 원장님.”
“그러니까요. 얼마 전에 오신 것 같은데요. 잘 지내셨죠?
새로 상처 생긴 곳도 없고 잘 지내신 것 같네요.
석명 씨 처음 오셨을 때는 저도 걱정될 때가 있었거든요.”
“그동안 거창에서 살면서 마음이 편해지신 것도 있고,
그러기까지 임우석 선생님이 도우면서 잘 맞는 곳 살펴 하나하나 찾은 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석명 씨 사는 데는 어디 있어요? 남상이라 했나?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자주 가는 데가 있어요?”
그동안 정석명 씨가 미용실에 다니면서 안 나누지 않았을 텐데,
역시 미용실 손님이 정석명 씨 한 사람이 아니니 이쪽에서도 처음인 것처럼 다시 소개합니다.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어쩌면 원장님 쪽에서
‘괜찮은 사람인가, 잘 알고 도울 만한 사람인가?’ 하는 마음에 묻는 면접 질문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돕게 된 사람으로서 마땅히 답해야 하는 관문 같다고도 생각했고요.
짧은 순간,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답합니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그러나 저쪽에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그 사이 균형을 생각하며 말했습니다.
“돼지국밥.”
“네? 석명 씨, 뭐라고요?”
“국밥 주세요.”
“국밥 먹고 싶으신가 보네. 먹으러 가야겠어요.”
“돼지국밥 먹어요.”
원장님이 뒤쪽을 돌아보며 이야기합니다.
머리하고 나면 그래야겠다고, 너스레 떨며 답했습니다.
평소에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잘 말씀하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석명 씨를 더 보이고 싶은 마음, 그로써 관심 갖고 관계 맺기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앞서 수십 번, 한 달에 한 번 같은 자리에 앉아 말했을 전임자도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국밥집을 찾았습니다.
때가 일러 문 연 곳이 마땅찮았습니다.
한 곳 찾았습니다.
소만에 있는 국밥슐랭!
몇 분 식당 앞에 주차한 차 안에 머물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들어갔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두 명입니다.”
뚜벅뚜벅 원하는 자리 찾아 거침없는 정석명 씨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정석명 씨와 함께하면 평소보다 더 친절하고 살갑게 됩니다.
아는 사람이야 정석명 씨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 잘 알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백팔십 넘는 건장한 청년입니다.
‘저희 국밥 먹으러 왔어요. 맞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뒤따르며 중화할 필요 같은 걸 느끼나 봅니다.
“아.”
“네? 먹으라고요? 괜찮아요. 정석명 씨 드세요.”
“아.”
“그럼 여기 받을게요. 조금 이따가 먹을게요.”
“아.”
정석명 씨가 국밥 속 순대를 건져 건넸습니다.
사양하고 사양했지만 타협은 없습니다.
한참 식사하던 중이라 망설였습니다.
맛있게 드시던 그 숟가락 같은데요.
“뜨거워요. 맛있네요.”
물끄러미 보다 이어서 식사합니다.
맛있는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을까요?
그보다 챙겨 주고 싶으셨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입안 가득 뜨거운 순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동료에게, 어머니에게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순간입니다.
“큰 소리에 놀라셨죠? 손님이 적은 시간대라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래서 더 놀라셨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맛있게 드시면 그걸로 감사하죠. 또 오세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자주 오겠습니다.”
정석명 씨는 벌써 나가 주차된 차 앞에 섰습니다.
비뇨기과 의사와 간호사, 약국 약사와 직원, 미용실 원장님과 국밥집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정석명 씨 지원하며 만나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일어나는 일도 많습니다.
배부른 정석명 씨 옆에서 핸들을 쥐었습니다.
2026년 1월 14일 수요일, 정진호
바쁜 하루였네요. 계획한 일 다하고 외식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정석명 씨를 바라보는 시선들, 좋은 것만 보려 애쓰는 직원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신아름
약국 이야기와 국밥집 이야기 처음 듣습니다. 정석명 씨가 약국에서는, 국밥집에서는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세상과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미용실 원장님 이야기도 간혹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자세히 들으니 참 정겹습니다. “또 오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