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명, 여가 26-4, 아무도 안 계세요?
“다녀오세요. 저 여기 있을게요.”
안전벨트 푸는 정석명 씨에게 말합니다.
차에서 내리는 정석명 씨를 내다보다가 마트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둡니다.
매일 같은 구도, 같은 뒷모습 사진이 휴대전화에 늘어 갑니다.
외투가 같으니 같은 날 같습니다.
굳이 다를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조금 기다리면 정석명 씨가 돌아올 겁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와 과자 하나가 들려 있을 테고, 과자는 이따금 초콜릿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그날그날 달라지니 무엇을 살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쓰레기 버릴 봉투를 꺼내고 장화로 갈아 신습니다.
트렁크까지 오가려면 너무 여유롭지는 않게 움직여야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돌아온 정석명 씨가 차에 탑니다.
평소보다 오래 기다렸다 싶었는데 어딘가 허전합니다.
정석명 씨 손에 체크카드만 있습니다.
“어? 아무 것도 안 사셨네요? 아무도 안 계세요?”
“네.”
“같이 가 볼까요?”
“네.”
정석명 씨를 따라 마트로 들어갔습니다.
앞서 다른 분과 온 적은 있지만, 정석명 씨와 함께 들어온 건 처음입니다.
평소 어떻게 쇼핑하시는지 궁금했는데, 알기에 좋은 구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안 계시네요. 문이 열려 있으니까 곧 오시지 않을까요?
필요한 것 고르고 계세요. 이따 누구 오시면 계산합시다.”
크지 않은 마트인데, 매일 오는 장소인데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듯 돌아봅니다.
매일 품목과 개수가 비슷하니 고르는 것도 금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들었다 내려놓기도 하고, 설명이나 사진을 확인하는지 가까이에서 살펴보기도 합니다.
간식 아닌 다른 물건도 훑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아, 여기 간식 사러 오셨는데, 다시 나오시길래 같이 들어왔습니다.”
“아! 아무도 없어서 그러셨나 봐요. 물건 정리한다고 뒤에 있었어요.”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말 같기도 한데, 정석명 씨는 매일 오는 손님이니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도, 앞으로도 정석명 씨 마트 쇼핑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고요.
영수증과 체크카드를 돌려받아 지갑에 넣는 동안 정석명 씨가 먼저 나갔습니다.
바로 앞에 차가 있고, 열려 있으면 타실 테고 닫혀 있으면 옆에 계실 테니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마트 유리문 너머로 정석명 씨 모습이 보입니다.
웃습니다.
활짝 웃고 있습니다.
정석명 씨가 좋다면 그걸로 저도 좋습니다.
이제 물맞이길에 가야겠죠.
2026년 1월 30일 금요일, 정진호
아무도 없으면 그냥 나오는군요. 처음 듣습니다. 참 잘 이용하네요. 남상하나로마트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