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6-20, 아주 긴 호흡으로
5월 28일 이른 아침, 이상호 대표님이 소식했다.
새벽에 온 연락이지만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저씨는 오늘 출근합니다. 아저씨랑은 방금 통화했습니다. “아무 데도 안 가요.” 하시길래, “그럼, 일하러 가실래요?” 하니 바로 가시겠답니다. 어제 연락드려야 했는데 밤늦게서야 아저씨 생각이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궁금했는데 먼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어젯밤 늦게 생각이 나서 연락드릴지 말지 한참 고민했거든요. 사실 대표님 연락을 기다렸어요. 카카오톡 프로필이 바뀐 것을 보고 짐작해 보건대 대표님께서 책을 발간하신 게 맞나요? 만약 제 생각이 맞다면 책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표님께서 쓰신 책을 저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책은 아닙니다. 틈틈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아직 책을 낼만큼의 수준은 아닙니다. 이제 브랜드가 거의 확정되었습니다. 그냥 좋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안착시키고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주 긴 호흡으로 말이죠. 지금 농장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오전에는 창고 정리를 하고 날이 개면 오후에는 옥수수를 심으려고 합니다.’
‘숲이 되고 싶은 나무’란 제목의 책이 프로필에 등록되어 있어 궁금했는데, 대표님의 말에 의하면 가본인 것 같았다.
농사를 짓는 것도, 사람을 만나며 글을 쓰는 것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늘 대표님은 말했다.
그것이 계획만이 아닌 실천으로, 본인의 삶 속에서 천천히 이루어 내고 있었다.
평소 느끼던 것이지만 다시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은 퇴근길에 내일 계획을 전했다.
‘복지사님, 내일도 아저씨는 일하십니다.’
아저씨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출근했다.
주일 아침에 아저씨는 말했다.
“이틀 옥수수 심었지요. 아마 내일 또 일하러 가자 칼 끼구 만요.”
일요일 밤에도 대표님이 먼저 소식을 알렸다.
‘복지사님,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시지요? 아저씨께서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내일 아저씨는 일하십니다.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혹시 내일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개인 일정이 있다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훅 기온이 오르네요. 건강 생각해서 한낮에는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일하겠습니다.’
‘대표님, 먼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에 교회 가실 때만 해도 전화를 받으셨는데, 아마도 화장실에 계시거나 비행기모드 설정을 누르거나 하신 것 같아요. 아저씨도 내일 출근하자며 연락이 올 거라고 그러셨어요. 혹시 전화가 안 되더라도 댁에서 기다리실 겁니다.’
이른 아침, 대표님은 짧게나마 문자를 보내주었다.
아저씨를 만났으니 안심하라는 뜻이리라.
‘복지사님, 아저씨 모시고 출근합니다.’
아저씨는 6월 첫날부터 출근했다.
그날 오후에는 점심 먹으며 막걸리 한잔했다는 소식과 다음 출근 일정을 알려주었다.
날이 더우니 쉬는 날이 늘어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바깥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계절과 날씨를 살펴 일해야 함이 마땅하다.
대표님의 글을 읽으며 장난 가득한 아저씨의 표정과 말투가 떠올랐다.
어릴 적 꽤 장난꾸러기였다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했지만, 강석재 어르신과 지내면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았기에 대표님의 소식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아저씨께서 막걸리 있다고 자랑만 한다며 사모님을 원망했었는데 점심때 기분 좋게 막걸리 한잔했습니다. 막걸리를 보고선, “이것 봐요, 이것 봐요.” 하시며 저를 부르는 아저씨의 얼굴이 그려지시죠? 내일은 우리가 대구에 병원 진료가 있어서 일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모레는 투표 날이라서 또 쉽니다. 이제 농장도 바쁜 게 어느 정도 마무리됐습니다. 아저씨도 쉬는 날이 잦아질 듯합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아저씨는 이틀 쉬기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일은 대표님이 병원 간대요. 모레는 투표하는 날이라서 쉬고요. 다음 날은 일하자 캤는데, 전화 안 하겠소. 빌라에서 나들이 간다꼬 말했어요.”
이웃사랑선교회에서 나들이 가는 날은 아저씨도 일을 하루 쉬기로 했다.
아저씨가 요일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는지 쉬는 날임에도 대표님은 다시 연락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아저씨께서 전화하셨어요. 어디로 나들이 간다고 몇 번이나 자랑하시던데요. 근데 금요일인지 월요일인지 정확히 말씀을 안 하시네요. 언제인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러셨어요? 선교회에서 가는 나들이고요, 이번 주 금요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목요일에는 일하는 걸로 하고 금요일은 하루 쉬셔야겠어요. 아저씨께는 목요일에 일하러 가자고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표님 말처럼 ‘아주 긴 호흡으로’ 서두르지 않고 평안하게 아저씨의 직장생활을 도와야겠다.
2026년 6월 2일 화요일, 김향
김향 선생님께서는 매번 대표님깨 한 번, 백춘덕 아저씨께 한번, 이렇게 두 번 연락을 받으시네요. 대표님과 백춘덕 아저씨가 따로 같은 말을 전하는 게 참 인상 깊습니다. ‘숲이 되고 싶은 나무’, 가제이지만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울립니다. 백춘덕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박효진
매일 출근 확인하는 것도 힘들 텐데 이렇게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표님, 책 발간 미리 축하드립니다. 신아름
농장 형편, 아저씨 형편, 긴 호흡으로 간다 하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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