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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너머 월평

정석명, 여가 26-8, 스카이마트에 있어요

작성자정진호(직원)|작성시간26.06.16|조회수41 목록 댓글 0

정석명, 여가 26-8, 스카이마트에 있어요

 

“비 오는 것 같아요. 우산 쓸래요? 챙길까요?”

“우산 안 써요.”

 

2월 27일 금요일 빗방울이 비치는 오전, 여느 때처럼 정석명 씨 외출에 동행합니다.

남상하나로마트 들러서 간식 사고, 감악산 물맞이길에 다녀옵니다.

과자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면,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부터,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과자나 초콜릿을 먹습니다.

어떤 때는 집에서도 마음 편히 바닥에 무엇을 버릴 때가 있는데,

산에서는 차에 탈 때까지, 귀가할 때까지 간식 먹고 나온 포장지며 쓰레기를 잘 챙겨 옵니다.

귀찮거나 힘들면 동행한 직원에게 들어 달라며 건네고요.

뜯지 않은 과자는 넘겨주지 않았는데, 들고 있어도 안 먹는다는 걸 알고는 종종 맡기시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일에서 둘 사이 신뢰가 싹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체리마루네요?”

“네.”

“체리마루 맛있죠. 녹차마루도 맛있고 호두마루도 맛있던데. 맞죠?”

“네. 산에 내려가요.”

“그래요. 산에 갔다가 내려갑시다. 지금 가는 중이에요.”

“산에 가요. 산에 안 가요.”

“그래요. 산에 갔다가 내려갑시다. 지금 가고 있어요.”

“네.”

 

아이스크림 막대가 보일 때쯤 물맞이길에 도착합니다.

그 앞에서 ‘가지 않겠다, 가면 좋겠다, 안 가겠다, 간다고 하지 않았나, 내려가자, 올라가야 내려가지 않겠나’

일상적인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그래도 저는 장화를 신고, 정석명 씨도 입구로 발길을 돌립니다.

서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걸요.

힘들어도, 피하고 싶어도 건강하기 위한 운동이니까요.

 

“붕어빵 사요.”

“과자 다 드셨어요? 붕어빵도 드실 거예요?”

“붕어빵 사요.”

“붕어빵…, 어디 있지? 다이소 앞은 문 닫았고, 성당 앞도 아직 안 열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가 볼까요?”

“붕어빵 찾아봐요.”

 

닫은 것 아는데, 그래도 가 봅니다.

정석명 씨도 같은 마음일 거라 짐작합니다.

닫은 것 아실 겁니다. 그래도 가 보는 거죠. 직접 보면 마음이 편하잖아요.

언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말하면 해야 하는’ 고집스러운 초등학생이었고, 할머니 댁에서 ‘메탈슬러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총 쏘며 앞으로 가는, 밧줄에 묶인 할아버지 NPC를 구하면 아이템을 얻는 게임입니다.

문방구 앞에 쪼그려 앉아 오락기에 100원짜리 동전 넣고 하던 게임인데, 컴퓨터에 있다니요.

가질 수만 있다면 이제 동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갖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 사촌 형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CD를 사 온댔거든요.

지금은 불법이겠으나 당시는 학교 앞에 CD를 구워 주는 그런 가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빈손입니다. 절망. 문을 닫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가야 했습니다. 닫았는지 열었는지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사촌 형과 큰어머니 손을 잡고 형이 다니는 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닫았더군요. 그런데 마음이 편했습니다. 정말 그렇다는 걸 알고 나니 괜찮아졌어요.

어쩌겠습니까? 지금 열 수도 없는데요.

하루 더 기다려 CD를 손에 넣었고, 부산에서 창원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정석명 씨 붕어빵’을 도우며 이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생생히 말이지요.

정석명 씨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는 소망이 지난 기억을 앞에다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랬나 봅니다.

 

“붕어빵 사요. 붕어빵 찾아봐요.”

“다 닫았는데 어쩌죠? 아! 스카이마트 갈까요? 스카이마트에 있어요. 냉동 붕어빵이요.

 전자레인지 있으니까 돌릴 수 있잖아요.”

“네.”

 

거절할 줄 알았는데 단박에 돌아온 승낙에 놀랐습니다.

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착해서 안 간다면 혼자 다녀올 요량으로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것 수월했고, 마트에 들어가기까지 설득이 필요했고,

마트 안쪽 냉동고까지 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직접 하시기 바랐습니다.

시간이 들고 수고랄 것 없는 수고가 든대도 이렇게 돕고 싶었습니다.

무리할 수 없다는 것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책무 아닌 책무를 느낍니다.

마트 다녀오는 데 이렇게까지 생각할 일인가 싶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퇴근해서는 몰라도 사회사업가로서는 이렇게 만들어져 온 것을요.

 

 

용궁에서 온 붕어빵과 바닐라 맛 다이제, 페레로로쉐를 샀습니다.

돌아오는 길,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정석명 씨에게 ‘배고플 때 하나씩 드시면 되겠다’ 이야기했고,

다음 날, 간밤 야식으로 챙겨 드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3월 4일 수요일, 스카이마트에 들렀습니다.

오전부터 할 일이 많았습니다.

가족 서류 일로 정석명 씨 댁에 방문한 손님을 맞이해야 했고,

오후에는 건강보험으로 문의할 일이 있어 공단에도 들렀습니다.

며칠 전에 다녀갔으니 정석명 씨가 길을 잘 알고 앞장섰습니다.

이제 ‘저 앞에만 가면 된다, 바로 저기 코너가 있다’며 실랑이할 일이 없습니다.

몇 걸음 떨어져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2년, 다른 분을 도우며 같은 자리, 같은 상황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2026년 3월 4일 수요일, 정진호

 

정진호 선생님 어릴 적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옵니다. 석명 씨 마음을 이렇게 헤아리니 고맙습니다. 붕어빵 하나에도 이리 마음을 담는군요.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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