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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너머 월평

정석명, 취미(수영) 26-3, 25분 걸렸습니다

작성자정진호(직원)|작성시간26.06.16|조회수35 목록 댓글 0

정석명, 취미(수영) 26-3, 25분 걸렸습니다

 

“안 가요.”

“네? 아니, 어제 간다고 하셨잖아요. 저 수영복도 챙겨 왔는데요….”

 

청천벽력.

정석명 씨 만나 출발하자고, 오늘 갈 수 있다고 인사하니 돌아온 대답입니다.

동행하겠다고 지난해 연말에 새로 장만한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을 든 손에 힘이 쭉 빠집니다.

 

“수영해요. 수영장 가요.”

“네? 네, 네! 가요. 갑시다. 바로 갈까요?”

 

한마디에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석명 씨.

일부러 튕겼는지도 모릅니다.

따라가는 사람은 저고, 수영장 가는 사람은 정석명 씨인데, 어째 제가 더 기쁜 것 같습니다.

막상 가려니 옷을 입고 벗고 갈아입는 과정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립니다.

그래도 가야지요.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일수록 하고 나면 마음에 오래 머무는 법입니다.

고민 대신 지난 경험을 믿기로 합니다.

 

“혹시 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수영장 구경하러 저쪽으로 간 정석명 씨를 대신해 물었습니다.

아는데 일부러 물은 겁니다. 어디서 끊는지 잘 압니다. 키오스크가 너무 눈앞에 있습니다.

더해 할인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정석명 씨에게 수영장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지요.

조심스레 할인 정보를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약자’보다 ‘공생’이 느껴졌습니다. 그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거기 키오스크에서 발권하시면 됩니다. 표 끊고 보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석명 씨, 여기서 할까요?”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통화 중이고 옆에 있던 다른 분이 안내해 주셨습니다.

짧은 순간, 어떻게 고민할 시간도 없었는데, 덜컥 알겠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냥 한 건 아니고 그렇게 하겠다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우선 우리를 여느 이용자와 같이 본 게 좋았고, 먼저 할인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50% 할인을 사양할 건 없지만, 2,500원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게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읽고 들어 이미 아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이곳이 아직 낯선 사람으로, 이제부터 알아가는 사람으로 있고 싶었습니다.

늘 같은 직원이 근무하는지, 시기나 시간마다 달라지는지, 그때 그렇게 안내한 사람은 누구인지,

스스로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 주선하고 싶었달까요?

‘약자’와 ‘공생’ 사이에서 무엇에 가깝다고 느낄지는

첫째는 정석명 씨, 둘째는 사회사업가인 저의 몫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이유에서였을 거라고 스스로 짐작합니다.

 

우산 표면에 맺힌 빗방울을 대충 털어 내고 차에 탔습니다.

소고기를 먹겠다는 정석명 씨 뜻에 따라 수영장 근처 마트에서 장 보기로 했습니다.

내리고 끊고 벗고 씻고 입고 들어가고, 나오고 벗고 씻고 입고 타기까지 25분 걸렸습니다.

수영장 물 안에는 5분 남짓 있었으려나요?

정신이 좀 없는데,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과정을 척척 해낸 기분입니다.

 

“이제 여름이니까 산에 갔다가 샤워하러 오면 되겠어요. 수영장 와서 씻고 가지요.”

“안 해요.”

“그때 돼서 다시 물어볼게요. 잘 생각해 보세요. 제 생각에는 마음이 바뀌실 것 같은데요?”

“수영해요.”

 

정석명 씨 가족 밴드에 수영장 소식을 전했습니다.

다녀와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보냈다며 메시지를 복사해 붙여 넣었습니다.

여러 구실로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

우선 여름, 여름이 좋은 구실입니다.

 

‘하루 이용권 끊고서부터 나오기까지 25분 걸렸습니다.

 다음에 또 갈지 여쭈니 안 가신다는데, 열심히 권해 보겠습니다.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정석명 씨 마트에서 사 온 소고기 구워 먹습니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2026년 5월 20일 수요일, 정진호

 

애쓰셨습니다. 신아름

25분, 정신없었어도 재미있었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계획한 바 잘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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