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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너머 월평

하은, 신앙(가천교회) 26-16, 스승의날 주간

작성자박효진(직원)|작성시간26.06.16|조회수36 목록 댓글 0

“다음 주는 스승의날 주간입니다. 다음 주까지 목사님과 주일학교 선생님들께 드릴 감사 편지를 준비해 오세요.”

 

지난주 주일학교 예배를 마치고 안내된 광고다.

안 그래도 하은 씨와 스승의날 감사 인사를 준비하자 말했는데

교회에서도 스승의날 주간을 준비하라고 하니 잘됐다 싶다.

더 적극적으로 스승의날을 준비할 수 있겠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차 안, 하은 씨와 이번 스승의날 계획을 다시 한번 세운다.

날을 맞춰 보니 이번 주 직원 일정과 하은 씨 학교 일정으로 금요일만 딱 시간이 된다.

금요일 저녁에 스승의날 준비하기로 한다.

 

한 주가 지났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어제 수련회를 다녀와서 그런지 저녁 식사를 마친 하은 씨 얼굴이 노곤해 보인다.

내일이 주말임을 위안 삼아 노곤한 몸을 일으킨다.

그래도 오랜만의 밤 외출이라 그런지 노곤함 아래 표정은 꽤 좋아 보인다.

의논한 대로 일기로 향한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가게로 들어가며 사장님께 인사드린다.

오늘은 지난번 사장님과는 다른 사장님이 계신다.

늘처럼 저녁 시간에 오는 날이 드물어, 그간 마주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은이야? 은이야?”

 

막 편지를 구경하려던 찰나에 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

 

“어떻게 아세요? 아는 사이신가요?”

“네. 제가 나래학교 미술 수업을 나가거든요.”

“정말요? 그럼 여기 운영하시고 나래학교에서도 수업하시는 건가요?”

“네, 아는 언니랑 여길 같이 열었거든요. 은아, 안녕?”

 

하은 씨라는 확신이 들자, 사장님께서 한 번 더 인사해 주신다.

처음의 상투적인 인사가 아닌 훨씬 친근한 인사다.

하은 씨도 몸을 돌려 사장님께 다시 인사한다.

한쪽 손을 올린 하은 씨도 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 보인다.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덕에 더 반가운 듯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안 그래도 휠체어 들어올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본 적이 없어서. 그게 하은이였구나.”

“지난번에 들렀을 때 다른 사장님을 뵀었어요. 휠체어가 못 들어올까 봐 걱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구조 바꿀 때, 휠체어가 들어올 때가 있다고 손으로 이렇게 이렇게 이 정도면 들어오겠지 물어보더라고요.”

 

지난번 사장님께 들었던 내용을 다른 사람 입으로 또 들으니, 감동이 두 배다.

 

“하은 씨 나이 또래가 갈만한 곳이 많지 않은데, 여기가 생겨서 참 좋습니다. 하은 씨 집에 공간이 없어서

책상을 놓기 어려운데, 여기가 생기고 항상 편지 쓰러 와요.”

“좋네요. 이렇게 종종 놀러 오면 좋죠.”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며 선물하고 싶은 것을 고른다.

하나씩 들어 보여주면 하은 씨가 표정으로 좋은지, 안 좋은지 대략 말해준다.

고른 편지지가 꼭 마음에 드는지, 다른 것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꽃이 크게 그려진 편지지라 그런가 싶다.

같은 디자인으로 세 장 구매하기로 한다.

 

색이 예쁜 노트 몇 권을 고른다.

밝은색을 좋아하는 하은 씨라 좋아할 것 같았다.

펼쳐보니 여느 공책과는 다른 배열이다. 사장님께 공책에 대해 묻는다.

 

“이건 디깅 노트라고 줄이 그어진 곳은 필기하고 줄이 없는 곳에는 사진 자료나 포스트잇 붙이는 거예요.”

 

사장님 설명을 들으니, 매주 말씀 준비해 주시는 목사님과 이수정 권사님,

그리고 한창 대학교 다니며 공부 중이신 유미영 집사님께 잘 어울리는 선물인 듯하다.

 

가게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다.

비치된 거의 모든 상품을 살펴보느라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지났다.

하은 씨가 고른 편지지와 스티커, 볼펜과 공책, 포장지까지 전부 계산하고 책상에 앉는다.

 

편지 내용은 작년과 올해 스승의날, 어버이날 썼던 내용을 참고하기로 한다.

직원이 찍어둔 편지 사진을 띄어놓고 따라 쓰기 시작한다.

 

“관계를 물어도 되나요?”

“아, 저는 하은 씨 돕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편지를 쓰던 중 사장님이 물으신다.

소개가 부족했던 것 같아 직원과 하은 씨 소개를 덧붙인다.

 

“네. 하은 씨 원래 고향은 구미고 가족들은 여전히 구미에 살고 계세요. 하은 씨 혼자 거창에 살고 있습니다.”

“아, 그건 몰랐네요.”

“하은 씨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데, 오늘은 스승의날 주간 맞아서 목사님, 주일학교 선생님, 집사님께 드릴 편지와 선물 준비하러 왔습니다. 매번 이렇게 감사 인사와 선물 준비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네요.”

“아! 그래요?”

“교회 다니세요?”

“네.”

 

생각해 보니 하은 씨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 싶다.

또 이렇게 많은 편지와 선물을 준비할 만한 일이 하은 씨에게 있는지도 궁금하셨을 것 같아 설명을 덧붙인다.

사장님도 교회를 다니셔서 그런지 하은 씨의 말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셨다.

사장님 눈에 그간 알던 하은 씨가 조금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졸린 눈을 떠가며 열심히 편지 쓴다.

다 써놓고 보니 아주 근사하다.

편지지를 봉투에 넣고 아까 구매한 하은 씨 닮은 스티커를 붙인다.

하은 씨 손가락으로 스티커를 꾹꾹 눌러 붙인다.

스티커가 재밌는지, 붙이는 게 즐거운지 내내 웃는다.

 

포장까지 마친 선물을 품에 한가득 안고 집으로 간다.

사장님이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해 주신다.

“은이 양손이 가득하네. 은아, 잘 가!”

 

사장님 말에 하은 씨가 웃는다.

뿌듯하기도 하고, 오늘 사장님과 있었던 일이 참 즐겁기도 했겠다 싶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외출한 보람이 있다.

 

돌아가는 차 안,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하은 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잘 준비한 선물 덕에 주일이 기대되고,

앞으로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마주칠 사장님과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2026년 5월 15일 금요일, 박효진

 

‘일기’ 가게가 인연이 많은 곳이네요. 두 사장님이 하은 씨 방문과 동선 이야기를 한 것도 감사하고요. 감사 편지 준비하러 왔다가 또 귀한 인연을 만나네요. 신아름

 

동화 같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군요. 현장에 계셨으니 직접 겪으니 반갑고 기쁘고 놀라웠겠습니다. 하은 씨 인사 잘 하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기’ 가게 두 분 사장님,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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