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은 없겠지만, 제 안의 답을 잘 준비해서 가야겠어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료가 한 말이다.
작년, 처음 투표에 참여한 하은 씨를 도우며 직원이 가졌던 생각도 그렇다.
묻는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직원의 서투름으로 하은 씨의 권리가 무시당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은 씨를 도우며 직원 스스로 물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매번 답은 같다.
누구든 서로의 투표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또 투표장에서 누구를 뽑든, 무효표를 하든, 투표 포기를 하든
그건 하은 씨의 몫이고 직원의 몫은 하은 씨가 투표장까지 잘 갈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기록에서 많은 동료가 투표장까지 가는 길도 사회사업적으로 도우려 노력한 것을 봤다.
하은 씨는 당장 동행을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어, 이번에는 직원이 돕기로 한다.
“여기로 오이소. 내가 들어줄게. 도와줄게요.”
“고맙습니다.”
누군가 하은 씨에 대한 낯섦을 표현할 것 같은 장소에 갈 때면 지레 날카로워진다.
아무도 그런 적이 없는데, 직원 안의 염려나 걱정이 그런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투표장에 도착하자마자 하은 씨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
“은이 왔나?”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하은 씨를 낚아채다시피 데려가는데, 명찰에 선거 안내인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신 건가 싶다가 문득 이름을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해 묻는다.
“아는 분이신가요?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얘가 우리 집안 손자라요.”
예상치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학교나 교회, 동네 이웃까지 생각을 해봤는데, 친척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확히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할머니지. 내가 은이 외가 쪽 할머니지. 여기 무촌 이쪽에 은이 외가 친척들이 살거든요.”
하은 씨는 할머니 도움으로 순탄히 투표를 치렀다.
투표소 안에서 할머니의 주선으로 적절히 도움받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여기 앞으로 차 돌려서 오이소. 내가 은이랑 가 있을게.”
차를 돌려 나오는 길에 할머니와 얼굴을 맞댄 하은 씨가 보인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거는 할머니 모습이, 어린 손자를 예뻐하는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나누는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아도 무슨 말인지 표정으로 들린다.
뒷모습뿐이지만, 하은 씨의 입꼬리가 보이는 듯하다.
차에 탈 때까지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할머니는 하은 씨에게 인사하고 얼른 자리로 돌아간다.
“하은 씨, 어떻게 이런 일이 있죠? 할머니 덕에 수월하게 투표했네요. 부모님께도 소식해야겠어요. 아마 어머니가 다시 감사 인사 전해주실 수도 있겠어요.”
직원의 염려와 걱정으로 만든 상상 속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비장한 척, 예민한 척 날을 세우던 생각이 알량하게 느껴진다.
직원을 바라보는 하은 씨 눈빛에 민망함이 든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부모님께 문자로 소식 전한다.
‘안녕하세요! 날이 화창하네요. 은이는 잘 자고 잘 먹고 컨디션 좋습니다. 방금은 투표소 다녀왔습니다. 가자마자
은이 알아보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여쭤보니 외가 쪽 할머니라고 하셨어요. 도착부터 차에 탈 때까지 도와주셔서
편하게 참여 잘하고 할머니께 예쁨 많이 받고 돌아왔습니다. 은이는 이제 푹 쉬고 내일은 교회 갑니다. 이제 나이가 청년이라, 청년부 예배에 초대받아 다녀옵니다. 부모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고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안 그래도 오늘 날씨가 많이 덥다 합니다. 여기도 아주 화창합니다.^^ 은이 외가 쪽 할머니, 그렇군요. 오랜만에 하은이 보셨네요. 하은이 이제 투표도 하고 완전 성인이군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6년 5월 30일 토요일, 박효진
거창에 하은 씨 지인이 많네요. 열심히 다니니 이렇게 만날 사람들을 만나나 봅니다. 신아름
이런 은혜가! 감사합니다. ‘하은 씨의 권리가 무시당하게 할 수는 없다.’ 하하! 그럼요. 그 마음 아시고 은혜를 베푸신 듯요.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