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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 너머 월평

정석명, 가족 26-9, 지산1동행정복지센터

작성자정진호(직원)|작성시간26.06.23|조회수45 목록 댓글 0

정석명, 가족 26-9, 지산1동행정복지센터

 

어머니와 정석명 씨 본가 근처 행정복지센터에 가는 길입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주일간 본가에서 지낸 정석명 씨를 모시러 대구에 왔습니다.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 이번이 세 번째 외박이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상속을 준비하는 데 특정후견인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알아보고 처리하는데, 정석명 씨가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 있고,

그러자니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관여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앞서 어머니가 문의하니 정석명 씨 도장이 필요했고,

정석명 씨 사는 월평빌라 근처 남상면행정복지센터와

본가 근처 지산1동행정복지센터 사이 안내 조율도 거들어야 했습니다.

정석명 씨는 누나와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어머니와 제가 행정복지센터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남상면에 연락하고 담당자가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쪽과 저쪽 공무원이 서로 알아보기로 하고, 어머니와 저는 안내를 받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지산1동행정복지센터, 민원인 대기석에서 어머니와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수다 같은 대화입니다.

돌아보니 꽤나 오래 걸렸는데,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언제 오냐는 누나 전화를 어머니가 받기 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도 석명이가 누나랑 밖에 갔다 왔어요. 카페 가고 노래방 가고 마트도 가고.

 오늘도 누나랑 갔다가 왔어요. 자기들 코스가 있는가 봐요.”

“집에서는 하루에 한 번 다녀오면 다시 안 가려는 때가 많다고 들었고,

 본가에서 노래방 갔다는 이야기 듣고 언제 물어본 적도 있는데, 안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본가에서는 이렇게 잘 다니시니까 신기하고 또 좋네요.”

“처음에는 안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기 누나가 가자고, 계속 데리고 나갔어요.

 누나가 그런 거 잘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집에 오면 석명이가 먼저 가자고 해요.”

“석명 씨가 누님 말씀은 잘 듣나 봐요. 노래방 가면 노래도 부르나요?”

“안 불러요. 명이가 부르지는 않고 마이크만 들고 있어요.

 누나가 부르는 거 듣고 앉아 있는다고 하네요.”

“앉아 있는다니 석명 씨도 좋으니까 그런가 봐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석명 씨가 싫은데 참고 있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요. 자기 누나랑 가는 건 재밌는지, 잘 있대요. 누나가 이렇게 사진을 보내 줬어요.

 저번에 왔을 때 사진도 있을 텐데, 잠깐만요.”

 

“석명이가 자기 기준이 딱 있어요.

 말을 안 하니까 정확하게는 모르는 때도 있는데, 자기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옛날에 복지관에 다녔거든요?”

“네, 어머니.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어요.”

“네, 네. 그때 구슬인가 색깔을 맞춰서 끼우는 게 있었는데, 하라고 하니까 앉아서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봤을 때도, 주변 사람들도 다 됐다고 하는데, 석명이가 자꾸 아니라는 거예요.

 다시 해야 한다고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석명이가 맞았어요.”

“와! 석명 씨는 그게 보였나 봐요.”

“그러니까요. 자기는 그 기준이 딱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니까….

 나중에 보면 아는 것도 있어요.”

“이어폰이나 충전기 같은 거 괜찮아 보이는데 버리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봐요.

 석명 씨가 볼 때는 어떤 이유가 있겠죠.”

“그럴 거예요, 선생님. 계속 쓰면 되는데 명이가 아니라고 하니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고 그러자고 하는 대로 합니다.

 알면서도 보기에 너무 깨끗해 보이면 안 버리고 둘 때도 있는데요.

 나중에 바꾸자고 할 때 까먹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건네면 이거 아니라고, 버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보면 원래 버렸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맞아요. 맞아요. 그런 게 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제가 다 따라다녔어요.”

“어머니가요? 계속 계셨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계속 그랬죠.

 수업하면 복도에서 기다리고, 체육, 음악 그런 건 수업에도 들어가고요.”

“어머니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그 덕분에 석명 씨가 학교 잘 다닐 수 있었나 봐요.”

“중학교 3학년 땐가? 고등학교 들어갈 땐가? 그때 제가 복직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학교에는 안 가게 됐죠. 고등학교까지 다 일반 학교로 갔는데,

 그때 다르게 선택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그렇게 학교를 다녔어요.”

 

“학교 다닐 때, 일부러 이 길 저 길 다 가 보게 했거든요.”

“석명 씨가 가려고 했나 봐요?”

“안 가려고 하죠. 안 간다고 화를 내는데, 그래도 해 보자고 했거든요.

 일부러 같은 데로 안 가고 이렇게도 가 보고, 저렇게도 가 보고.

 석명이 아빠가 수성못에도 데리고 다니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정석명 씨가 길을 잘 찾나 봐요.

 어디 갈 때도 처음 가는 곳이나 익숙하지 않으면 안 간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해서 한두 번 가 보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편하게 다니시더라고요.”

“아마 그때 영향도 있을 거예요.”

“맞아요, 어머니. 그런가 봐요. 지금 정석명 씨가 사는 데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힘들어하지 않고 뭔가 하는 게 많으면 좋잖아요. 억지로 할 수는 없지만요.”

 

“올해도 틈틈이 수영장에 다니려고 합니다.”

“석명이가 물을 좋아하잖아요. 간다 할 거예요.”

“맞아요, 어머니.

 샤워할 때도 삼십 분쯤 있는데, 계속 씻는 게 아니라 따뜻한 물 쐬고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더라고요.

 임우석 선생님이 물었을 때, 목욕탕은 안 간다 하고 수영장은 웬만하면 간다고 하셨대요.

 목욕탕이든 수영장이든 오래 있으면 좋은데, 금방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들었어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오래 있으면 좋은데….

 어릴 때 수영도 배웠어요. 처음에 단체로 배우는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개인 강습도 붙였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안 하려고 하대요. 몇 번 안 하고 그만뒀어요. 안 한다고 하니까.”

“그래도 그때 기억이 나쁘지는 않았나 봐요.

 그랬으면 지금도 안 가려고 할 텐데, 수영장에 가자고 하는 거 보면요.

 석명 씨에게 좋은 기억인가 봅니다.”

“좋아하니까 다행이에요. 우리 명이가….”

 

“정석명 님.”

“네!”, “네!”

 

공무원이 부르는 소리에 어머니와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안내받은 서류는 정석명 씨가 준비해 남상면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남상에서 갈 때는 정석명 씨와 함께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어려우면 차에서 기다리더라도 한번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어머니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여전히 주제는 정석명 씨이지만, 이제는 지금 이야기입니다.

 

“벨트를 해 보면 어떨까요, 선생님?”

“저도 생각해 봤는데, 집에서도 석명 씨가 화장실에 자주 다녀오거든요.

 아무래도 벨트가 있으면 불편하니까 바로 빼지 않을까 싶어요.”

“안 그래도 예전에 임우석 선생님이랑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 멜빵은 어떨까요?”

“멜빵이 벨트보다 더 풀기 어려우니까 아마 더 싫다고 하지 않을까요?

 제가 같이 있을 때는 해 보자고 권할 수는 있는데, 혼자 있으면 바로 안 하실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 보고 해 보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이랑 지금이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생각해 볼게요. 바지가 자꾸 내려가니까 딱 잡아 주면 좋은데.”

“그러게요. 외출할 때는 내려가는 게 불편하니까 석명 씨가 배꼽 위로 올려서 괜찮은데,

 집에서는 그게 또 걸리적거리는지 배꼽 아래로 내리더라고요.

 그러면 늘어난 바지가 헐거워서 밑으로 내려오고요. 이것저것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머니.”

 

 

“석명 씨!”

 

일주일 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 정석명 씨에게 인사합니다.

늘 그렇듯 정석명 씨는 별다른 대답이 없습니다.

익숙한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타는 것, 묵묵한 모습을 보며 그것만으로 어떤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 우리 사이 조금 더 굳어지는 신뢰를 생각하게 되고요.

 

어머니와 누나가 배웅했고, 정석명 씨가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듭니다.

이 자리 누구도 반가운 순간은 아니지만, 너무 아쉬워하지는 않기로 합니다.

또 오면 되지요.

아쉬운 마음 그렇게 달래 봅니다.

옆에 앉은 정석명 씨도 그렇게 생각해 주려나요?

 

2026년 3월 27일 금요일, 정진호

 

‘누나와 카페 가고, 노래방 가고, 마트도 가고….’ 고맙습니다. 신아름

행정에서 어머니가 감당할 몫 감당하시니 감사합니다. 전에 들은 이야기도 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네요.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와 사회사업가로 이렇게 자리하는군요. 틈틈이 정진호 선생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반갑고 기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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