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여가(마라톤) 19-69, 제3회 유성 국화마라톤대회 ⑤ - 5km 완주
#1. 유림공원
쌀쌀한 아침 공기가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했다.
오전 7시, 읍사무소에서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만나 대전으로 출발했다.
보성 씨는 동행한 직원, 회원 한 분과 함께 회장님 차에 탔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대회가 열리는 유성구 유림공원에 도착했다.
국화축제와 마라톤대회가 함께 열리는 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흥겨운 분위기로 들썩였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쿵쿵대는 음악소리에 회장님이 보성 씨 손을 끌어다 잡았다.
“보성아, 오늘은 나랑 같이 다니면 돼. 알았지? 선생님 좀 편하게 해주자.”
“네!”
동행한 직원까지 배려하는 회장님과 힘찬 보성 씨 대답에 감사했다.
“이야! 여기 예쁘게 잘 해놨네. 여러분, 사진 한 장 찍고 갑시다.”
단체 사진을 찍었다. 잘하겠다는 각오와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댔다.
#2.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집결지에 모여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조였다.
박은애 총무님이 배번을 받아 회원들에게 나눠주었다.
5km 코스에 참가하는 보성 씨 배번은 노란색,
참가번호 ‘5522’ 아래에는 ‘거창마라톤클럽 이보성’이 적혀 있다.
옷핀으로 배번 고정하는 것을 돕고 잠시 기다리는데
안내 소리와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가 울렸다.
개회식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어?”
보성 씨가 무대를 주시하더니 가슴에 손을 올렸다.
얼굴에는 비장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종종 ‘보성 씨, 우리 인사드릴까요?’ 권하면 ‘차렷, 경례’하며 인사하는 것과 함께
학교 다니며 경험하고 배운 것 같다.
보성 씨에게 학교 다닐 때 배웠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보성 씨 마음가짐과 표정을 보니 오늘 대회는 걱정 없겠다.
회장님이 ‘보성 씨 살피며 잘 다녀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끝나고 보자’며 몇 번이고 당부했다.
5km 코스 참가자는 10분 후 출발이라 보성 씨와 회장님을 뒤로하고
다른 회원들과 10km 코스 출발지로 걸어갔다.
#3. 40분 30초
숨을 헐떡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여기, 여기! 진호 씨!” “쌤! 여기요!”
부르는 소리에 두리번대니 보성 씨와 회장님이 보였다.
일찍이 도착해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회원들 사진을 찍고 있었단다.
“보성이 진짜 잘하더라고.”
회장님은 보자마자 보성 씨 소식부터 전했다.
“4km까지는 1km당 7분 30초 정도로 안 쉬고 계속 뛰었고,
마지막 1km 남겨두고는 걷고 싶다고 해서 걸어서 들어왔어요.
그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달리니까 그 분위기에 덩달아 힘을 냈던 것 같고,
마지막에는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걷겠다고 한 것 같아. 그래도 진짜 잘한 거지.”
오늘 보성 씨는 40분 30초로 5km 코스를 통과했다.
대회에서 세 번째 완주, 마라톤클럽에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사진 좀 봐요. 자세히 보면 보성이 표정이 다르다니까.
출발할 때보다 확실히 힘든지 얼굴에 힘이 다 빠졌네. 잘했네, 잘했어.”
회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출발할 때와 도착해서 달라진 보성 씨 표정을 설명했다.
#4. 거창마라톤클럽 막내
공원에서 나와 목욕탕 가는 길에 회원들 양손이 무거웠다.
갈아입은 옷부터 대회에서 받은 기념품까지 저마다 짐이 한가득이었다.
“아니, 보성아. 너무한 거 아니가? 짐 같이 들어줘.”
총무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보성 씨에게로 향했다.
“아니, 왜요? 왜 그러는데요?”
본인 가방 하나 멘 보성 씨는 당당한 표정과 목소리다.
“막내가 라면이라도 들어야지. 이모 삼촌 누나가 힘들게 짐 들고 가는데 빨리 들어.”
“아이 참, 아니라니까요?”
회원 중 한 분이 경품으로 받은 라면 박스를 보성 씨가 투덜대며 받아들었다.
보성 씨 덕에 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하다.
회원들은 마냥 보성 씨를 챙겨주며 보호하려 하지 않고 이렇게 보성 씨 몫을 넘겨준다.
동호회에서 보성 씨 자리가 분명하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막내’ 정도일 것이다.
‘거창마라톤클럽 회원 이보성’, ‘거창마라톤클럽 막내 이보성’ 잘 어울린다.
보성 씨 덕에 겨울왕국 주제곡 ‘Let it go’와 박구윤의 ‘나무꾼’을 흥얼거리게 된
회장님 차를 타고 거창으로 편안히 돌아왔다.
2019년 10월 20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5km 완주! 무사히 완주하신 걸 축하합니다! 3km는 뛰고 2km는 걷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4km는 뛰고 1km는 걸어서 완주했네요. 회장님 말씀처럼 ‘진짜’ 잘했네요. 보성 씨 마라톤 대회, 클럽 활동에 전담 직원은 없네요. 오로지 보성 씨 사람들과 삶이 있어요. 이렇게 지원하기까지 정진호 선생님의 노력과 수고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클럽의 막내’ 잘 어울립니다.
최희정(국장): 이보성 씨와 동행한 직원으로 정진호 선생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보성 씨도 정진호 선생님도 마라톤클럽의 회원일 뿐이네요.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보성 씨는 마라톤클럽의 막내로서 회원들의 무한 관심과 돌봄을 받고 있을 뿐이고요. 보성 씨의 세 번째 완주, 축하합니다. 보성 씨의 완주 기록이 쌓일수록 회원들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동행하는 직원의 횟수는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어쩌다 한 번은 보성 씨만 가보면….
월평: 사람 사는 세상은 고관대작 높은 자리 저 위에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으로 어울리는 관계를 두고 한 말이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이보성, 여가(마라톤) 19-55, 옥천마라톤대회 참가 신청 http://cafe.daum.net/ilove392766/XTOP/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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