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월평 너머 월평

김민정, 지원요령(일기) 22-12, 빨래 걷으러 오셨어요?

작성자서지연(직원)|작성시간22.06.12|조회수56 목록 댓글 0

김민정, 지원요령(일기) 22-12, 빨래 걷으러 오셨어요?

 

요즘 김민정 씨는 3층에 자주 올라온다. 지금껏 해왔던 방법대로 우리가 함께했던 약속을 설명하고 부탁드리지만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좀 더 그렇다고 느낀다. 한결같이 설명하고 부탁드리는 것도 지칠 때가 있다.

 

마냥 약속을 반복하며 내려가 달라고 하는 것도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이고, 올라오고 싶은 마음을 약속이라는 이유 하나로 반복해서 부탁드리기엔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내가 적용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김민정 씨가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민정 씨가 3층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로 보고 계속해서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요즘 서로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직원이 그 과정에서 소진이 크다. 감정적인 동료도 크다. 그러니 다른 관점으로 헤아려 보는 것이다.

 

우선 김민정 씨가 3층에 올라올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동료들을 보러 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내가 무어라 말할 권한은 없다. 3층에 올라와 다른 동료들에게 프린트나 간식에 대해 요청하고, 동료들은 좋은 마음으로 김민정 씨의 요청을 들어주곤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담하는 직원인 나는 일관되게 김민정 씨의 삶을 돕기 위해서 약속되지 않은 부분에서 김민정 씨의 어떤 요청에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김민정 씨가 무언가 볼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하 그렇지, 김민정 씨 빨래가 옥상에 있다. 빨래를 확인하러 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물었다.

 

“김민정 씨. 옥상에 있는 빨래 걷으러 오셨나요?”

“예!”

 

김민정 씨, 대답이 분명하다.

 

“오늘 신은혜 선생님께서 샤워와 빨래 너는 것 도와주셨죠.

 건조대에 널어두었다고 제게 전해주셨어요.

 같이 올라가서 말랐는지 확인해 보시겠어요?”

“음.”

 

그런데 김민정 씨 표정이 좀…. “예.” 하고 대답은 했지만 빨래는 좀 귀찮은지 2층으로 내려가려고 한다.

 

“김민정 씨, 조금 있다가 다시 걷으러 오시겠어요?”

“예.”

“지금은 좀 귀찮으신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빨래 걷고 싶을 때 다시 오시면 저도 돕겠습니다.”

“예!”

 

김민정 씨가 당신의 집이 있는 2층으로 내려간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3층으로 올라온다. 빨래에 대해 물어보니 난감한 듯 살짝 웃다가 이내 조용해지더니 내려갈까 말까 계단 사이에서 몸을 왔다갔다 하다가 곧 결심한 듯이 “예.” 한다.

 

그리고 옥상으로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건조대에 널어져 있는 빨래가 덜 마른 것을 보고 “어!” 하며 손을 젓는다.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며 내게 표현하고는 웃는 얼굴로 내려간다. 그리고 3층에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의외의 부분에서 도전이 되었던 어느 상황이 자연스레 해소 완화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약점을 다스리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문제는 건드리면 덧납니다. 자존심 분위기 관계를 해칩니다.
어떤 문제는 대응할수록 커지거나 다져지거나 교묘해집니다.
짐짓 모른 체하고 간접 강점 곧 문제와 상관없어 보이는데
문제에 효과가 있겠다 싶은 적극적 사업을 벌이는 편이 좋습니다.

『복지요결』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 발췌

 

3층에 올라오는 이유, 분석하고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보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려 애쓴다.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실천해보는 것이다. 어떤 문제는 대응할수록 커지거나 다져지거나 교묘해진다고 하니 짐짓 모른 체하고 김민정 씨가 가진 강점을 바라보고 그것이 드러나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유익하도록 돕고 싶다.

 

그러니 김민정 씨가 매일 살피는 집안일과 빨래를 적극 이용해 보자고 생각했다. 어제도 빨래 이야기를 한 후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다 똑같다. 하기 싫을 때 해야 하는 집안일은 참으로 귀찮은 것이다. 그러나 김민정 씨는 그런 집안일을 매일 감당하고 있다. 그 관점으로 김민정 씨를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도전이 되는 것이 너무 집중하다 보면 서로가 힘이 드는데 짐짓 모른 체하고 당신의 집안일은 당신이 직접 챙기는 김민정 씨의 강점을 바라보고 도우니 어느새 도전이 되었던 부분이 흐릿해지고 상쇄되기도 함을 느꼈다.

 

이런 재치와 지혜를 늘려나갈 것이다.

 

김민정 씨도 건강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직원도 건강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말로 당신의 생각을 직접 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입주자가 어떤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헤아릴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도 느낀다.

 

2022년 4월 1일 금요일, 서지연

 

 

이렇게 응대할 수도 있군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고맙습니다. 월평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