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이∥김종순
서로 밀치며
앞다툴 때
물결 따라
간들간들
밀리는 종이배처럼
뒤편으로
뒤편으로
밀려가는 아이
밀리면서도
밀리면서도
앞선 아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몰래 다듬고 있는 아이
<『따뜻한 우유』,김종순, 아동문예, 2002>
기다림∥서정홍
따뜻한 봄날
어머니랑 꽃밭에 분꽃 씨앗을 심었다.
나는 다섯 밤을 기다리지 못하고
덮어 두었던 흙을 살며시 걷어 보았다.
그러나 싹은 한 군데도 올라오지 않았다.
씨앗을 믿고 싹이 나도록
천천히 기다려 주어야지.
서로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어머니 말씀을 듣고 다시 흙을 덮었다.
믿고 기다리지 못한
부끄러운 내 마음도 함께 덮었다.
<『우리 집 밥상』,서정홍, 창비, 2003>
구부러진 못∥유미희
깜깜한 연장통 안에서
몸 구부리고
잠 자는 못
아버지가 망치질로
툭탁탁
잠을 깨운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잠만 자는
못의 생각을 깨운다
못은
5분도 안 돼
고장난 의자 다리를 치료해 놓는다.
<『짝꿍이 다 봤대요』,유미희, 사계절, 2007>
맛있는 말∥유희윤
바닷마을 아주머니
텔레비전에 나오네
가마솥
뚜껑 열고
펄펄 끊는 숭어국
한 국자 떠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후후
불어주며
잡사 봐!
잡사 봐!
그 참
맛있는 말
침이
꿀떡 넘어가네!
<『맛있는 말』,유희윤, 문학동네 어린이, 2010>
사과∥박예분
잠깐
부탁인데
아직 따지 마세요!
저는요
가을 햇살에 더 발갛게
익어야 하는
풋사과랍니다
센바람님도
그냥 지나가 주세요!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박예분, 청개구리, 2007>
싹∥김미희
세상에 나와서
처음 내게 내민 손
그 손
살짝
잡아 주고 싶다
<『동시는 똑똑해』,김미희, 뜨인돌 어린이,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