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광고에서 처럼 필자는 게 맛은 잘 모르지만 고기 맛은 좀 안다.
우선은 신체 사이즈가 육식 사이즈요, 주체 못할 식탐에,
손목 사이즈가 웬만한 여성 발목 보다 굵은 무쇠 통 뼈를 타고난 체질,
거기에 돌덩이도 씹을 수 있는 치아 덕분에 고기 없으면 밥 잘 안 먹는 우왁스러움을 지녔다.
사실 나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주관으로 맛난 곳 리뷰만 쓴다.
제 아무리 시설이 화려하고 서비스가 친절해도
내 입에 안 맞는 음식 칼럼을 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이 칼럼을 올리기 전에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찍은 사진을 카톡에 옮기고, 그걸 다시 컴퓨터 모니터에 다운로드 한 뒤,
사이즈와 비율을 조정하고 글에 맞는 사진을 고르다 보면……
배 고프기 때문이다.
주린 배를 움켜 쥐고 맛난 추억을 되새기며 그 날의 미각을 총동원 해 내는 일은
실로 두려운(?)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나게 먹은 고기집을 한번 풀어나 보자.
H마트를 정면으로 바라 보고 제일 왼쪽 모퉁이에 자리한 나인 그릴 코리안 바비큐는
차별환 된 질 좋은 고기만 취급한다는 말에 뭐, 그러려니 했다.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벌써 작년이다.
올 한 해도 고생했답시고 내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 생각, 동생들과 무심코 들른 그 곳에서
아무 기대 없었다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라스베가스에 널리고 널린 게 올유캔잇 바비큐 집이잖아.
맛 없다는데 봤어? 다 우리 집이 최고라고 하지.
먹는 양이 많아 웬만한 올유캔잇은 다 섭렵한 내 입장에선 가장 웨이팅 적은 식당을 고른 게 사실이었다.
일반 프리미엄 가격인 $39불에 $10을 더해 시그니처 $49 코스를 시켰다.
요즘 웬만한 국밥 2그릇에 사이드 하나 시키면 팁 까지 해서 돈 백불은 주고 나와야 하기에,
한 해 마지막 날인데 좀 쓰자~ 하는 생각으로 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흔하디 흔한 차돌배기부터 꽃살, 안창살까지 한국에서 먹던 값비싼 한우와 견주에 전혀 손색이 없다.
거기에 그 유명하다는 우대 갈비에서부터 생등심, 생갈비, 다시 한번 앵콜 요청한 꽃살까지,
고기의 퀄리티를 다 담아내지 못하는 내 싸구려 핸드폰이 야속할 뿐이었다.
아마도 한국의 삼원가든 갈비집에서 이 정도의 식사를 했다면 미국 돈 천불은 훌쩍 넘는다, 진심.
한국의 우대 갈비를 SNS에서 볼 때마다 침을 질질 흘리곤 했는데 드디어 영접을 한 순간이다.
두툼한 뼈대에 붙은 더 두툼한 갈비는 진하고 고소한 지방과 적절히 섞여 입안에서 춤을 춘다.
살은 탱글하고 육즙은 철철 넘쳤다. 고기의 싱싱함이 발랄한 맛으로 나에게 안녕? 하고 인사한다.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내고야 마는 진정한 고기의 용사이다.
생갈비는 또 어떤가.
앞 서 언급한 듯이 나는 오리지날 생고기를 좋아한다.
양념은 거들 뿐, 아이들이나 외국인들은 달콤짭짤한 양념갈비를 선호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미식가라면 생 갈비와 양념 갈비의 어마어마한 차이점 정도는 길게 말하면 입 아프다.
친절하게 고기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서버가 너무 일 잘한다 느꼈다.
자기 일처럼 저렇게 일하는 서버 한 명이면 열 명의 허접한 서버보다 백 배 낫다고 생각했다.
촉이 딱 왔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이란다.
월급 받는 서버는 저렇게 못합니다. 서버 많이 해봐서 좀 압니다…….(열심히 일하시는 서버 분들 죄송합니다) 얼굴이 동안이라 사장님 아닌 줄 알았음, 진심.
이렇게 고기가 끝내줬어요.
라고 끝낸다면 조금 심심하지 않은가.
기대하시라 두구두구두구~~
해산물을 그릴에 구워 먹는 건 물론,
화룡점정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이 메마른 내 미각에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 간장 게장, 양념 게장 콤보인가 말이다.
더군다나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난 후 한 입에 와앙~ 베어무는 간장 게장의 맛은
말그대로 천상의 맛이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황홀을 경험했다.
간장 게장은 내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순삭해 버렸다.
후, 배부르다.
그래도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바로 탄수화물, 밥심, K-디저트인 볶음밥! 아니던가.
김치볶음밥과 비빔냉면을 시켰다.
냉면에 겨자 식초도 작은 스포이드에 꽂아 나온다. 처음 봤다. 신기하고 재밌다.
맛있다. 그냥 맛있다. 아무리 배 터져도 밥 배는 따로 있는 법이다.
간이 세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내 입에 딱이다.
내돈 내산인데 너무 정열적으로 홍보한 듯한 느낌이 있어 굳이굳이 흠 하나를 잡자면
처음에 시킨 김치찌개 안에 김치 양이 좀 부족했던 것,
그런데 돈 50불에 이 정도 퀄리티의 고기와 사이드를 먹으면서 그것까지 바란다면,
내가 진상이다.
오늘 또 간다, 그릴 나인.
있는 약속, 없는 약속 만들어 일주일만에 기어이 또 가고야 마는 내 먹성이 새삼 놀랍지도 않다.
내가 오늘도 비싼 우대 갈비를 다시 먹은 형편이 되어 고맙다.
이런 알찬 메뉴 구성을 해주시는 식당 측에도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오늘 하루도 열일한 그대여,
자신에게 그저 고맙고 기특할 따름인 그대여,
열심히 살았다고 자체적 머리 쓰담쓰담하고 싶은 용사들이여,
떠나라, 그릴 나인으로, 오늘 밤!!
=====================================
한국에서 유행하는 K-Dessert 와플대학
내가 얼마나 나이 들고 멍청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와플대학 구인광고나 라스베가스 캠퍼스 개교, 뭐 이런 얘기 들었을때 정말 대학교인줄 알았음.
요즘에 하도 특화되고 세부적인 대학들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정말.
하지만 와플 전문점이라는 걸 알고 혼자 피식 한번 멋쩍게 웃은 뒤에,
12월 31일 그릴 나인에서 거나하게 취한 속을 달래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월 1일 새해 아침 일찍 와플대학으로 향했다.
놀라지 마세요, 술 마신 다음 날에도 피자, 와플, 파스타, 뭐 그런 거 거뜬한 위장의 소유자입니다.
샛노랑색의 밝고 화사한 인테리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실내는 젊은 층의 감각에 맞게 밝고 깨끗했으며 상호에 딱 떨어지는 학교 깃발, 학교 점퍼, 사물함 등등 각종 대학의 소픔들이 귀엽고 앙증맞게 잘 인테리어 되어 있다.
셀프 서비스로 와플 종류를 고르고 식판에 원하는대로 커스텀화 해 내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따뜻한 거, 찬 거는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토핑도 내 맘대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바나나 땅콩 누텔라와 베리베리 와플을 오더했다. (식판에 담긴 사진은 구글에서 퍼왔음)
따뜻하고 바삭하고 달고 맛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젊은 층에게 왜이리 인기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 실수 하나, 와플대학은 디저트이지 아침밥은 아니라는 것.
처음에 정말 대학인줄 알았던 멍청함에 더해 와플은 따뜻한 팬케이크처럼 시럽 듬뿍 뿌려 계란이나 베이컨 등과 함께 든든하게 한 끼 먹는 아침밥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후의 방문이라 적잖이 내 자신을 탓했다. 아침밥을 원하는 분이라면 그건 아니라는 말씀, 깔끔한 디저트로는 아주 훌륭하다는 말이다.
나의 무식함에 디저트 먼저 먹고 다시 해장국 집으로 향하는 우를 범했다.
오늘 그릴 나인을 다녀온 후 디저트로 먹으면 완벽한 조합일 듯 하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Foodie 작성시간 26.01.08 new
그릴나인이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고기가 좋아보이긴 하네요! 게다가 간장게장 양념게장까지 준다니… 찾아봐야겠어요
이런 자세한 후기를 담은 칼럼이라니 감사합니다 ~~
와플대학은 디저트라지만 양을 보니 한끼로도 거뜬하겠는데요 ㅋ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Lasvegas Fev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8 new
댓글 감사드립니다^^ 칼럼니스트 티나 김입니다. 돌싱닷컴 구경 오시면 더 많은 맛있는 칼럼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dolxing.com/restaurants/ -
작성자와플대학 작성시간 26.01.08 new
와플대학입니다. 방문하셔서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좋은 글 리뷰에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와플대학이 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Lasvegas Fev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8 new
따뜻하고 바삭하고 달콤하고 퐁싱퐁신 맛있었어요. 영업시간 변경을 조금 더 알려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저는 아침 8시 좀 넘어 방문했거든요 ㅎㅎ 잘 먹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와플대학 작성시간 26.01.08 new
Lasvegas Fever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