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네소타는 부상으로 얼룩졌던 지난 시즌에도 오클라호마를 상대로 2승 2패를 기록한 바 있죠. 골밑에서 압도하고
들어가니 상성이 괜찮았달까요...
그래서 웨스트브룩이 없는 오늘 경기는 내심 약간의 우세를 점쳤었습니다. 미네소타는 버딩거를 제외한 모두가 건강하고
홈인 반면, 오크는 서버럭이 없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완승이었습니다. 3쿼터까지 28점차가 났고 4쿼터는 통가비지.
러브, 루비오, 페코비치는 셋 다 30분도 채 뛰지 않으면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코리 브루어도 케빈 듀란트를 13점 (4/11야투)
으로 틀어막으면서 수훈을 세웠습니다.
초반부터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는데, 미네소타가 컨셉을 잘 잡은 것 같더군요. 듀란트 하나만 패는 수비...브루어의 적극적인
디나이로 시작해서 듀란트에게 볼 투입 자체가 잘 안되게 만들었고, 레지 잭슨은 번번히 턴오버 혹은 타보에게로 공을 연결,
오크 공격을 답답하게 하였습니다. 오클라호마는 듀란트라는 주포를 제대로 이용도 해보지 못했고 서버럭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할 레지 잭슨은 루비오에게 완전히 제압당하다시피 하여 힘 한번 못 써보고 일방적으로 무너졌습니다.
오늘 새삼 느낀 것이지만, 오클라호마라는 팀은 지금까지 서버럭과 듀란트라는 극강의 창과 하든/마틴이라는 벤치의 비수를
앞세우고 나머지는 대체로 수비형 롤플레이어들로 구성한, 마치 트리케라톱스같은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든도 마틴도 없는 상황에서 서버럭마저 부상으로 빠지니 미네소타가 막아야 할 창은 듀란트 하나로 줄어들었고,
이러한 옵션의 단순함은 미네소타로 하여금 생각대로의 수비를 펼치고 오클라호마로 하여금 원치 않는 공격루트를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점수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데도 이바카의 코너 3점이나 퍼킨스의 맨투맨 공격이 자주 보였죠.
듀란트가 브루어의 찰거머리같은 수비와 레지 잭슨의 미숙함 덕분에 부진했다면, 미네소타에서도 케빈 마틴이 타보 세폴로샤의
수비에 막혀 부진했습니다. (둘 다 4/11야투, 듀란트 13점 마틴 9점) 특히 마틴은 계속해서 파울을 얻으려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 테크니컬 파울을 얻어맞기도 했죠.
하지만 리키 루비오 (14점 10어시스트 2리바운드 5스틸 1턴오버), 케빈 러브(24점 1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니콜라
페코비치(15점 10리바운드) 삼인방의 활약으로 팀의 생산성은 하이레벨에서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3쿼터 종료 시점에서는
이미 28점차가 났고, 4쿼터는 양 팀 영건들의 쇼케이스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은 오클라호마의 제레미 램.
메이킹 능력이 좋더군요(오늘 7/15 야투율로 팀 최다득점인 16득점을 기록했습니다). 팀 흐름과 겉도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지만,
디테일이 훌륭했습니다. 오프볼 무브 후의 슈팅과 드라이브인 후 플로터라는 두 가지 큰 옵션을 가지고 있던데, 아마 이번 시즌
그동안 하든이나 마틴이 수행했던 식스맨 롤을 이 친구에게 맡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클라호마의 영건 레지 잭슨은 오늘 최악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8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7턴오버....미네 수비가 듀란트에게
몰린 만큼 나머지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볼핸들링, 패싱 모두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며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푸싱하는 루비오에게 완전히 말려버리더군요. 쭉쭉 밀려나오다가 죽은 패스 (그것도 듀란트 이외의 동료에게) 혹은 무리하게
드라이브인 하다가 볼 놓치거나 스틸을 당하거나...머리를 수비수 가슴에 박은 상태로 볼을 무게중심 뒤에서 끌고 오는 듯한
드리블 시도를 많이 하던데 루비오같이 팔이 긴 수비수 상대로는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버릇입니다.
첫 경기 출장하지 못했던 데릭 윌리엄스는 오늘 27분간 출장하여 10점(4/6야투), 7리바운드로 무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골밑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을 보여줬고 잠깐잠깐 듀란트와 매치업될 때도 꽤나 볼만한 디나이를 수행했는데, 오늘은 오클라호마가
전반적으로 워낙 말린 경기라 앞으로도 오늘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프리시즌부터 쭉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백업센터 로니 튜리압이 오늘 큰 부상을 당할 뻔 했습니다. 어쩌면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리바운드 경합 상황에서 수직으로 점프하여 공중에 붕 떠 있던 튜리앞에게 닉 칼리슨이 뒤늦게 수평으로
날아오며 바디 체크, 팔부터 떨어져버린 것이죠. 허슬도 좋지만 아주 위험한 파울이었습니다. 튜리아프가 별 부상을 안 당했기를
바랍니다.
그로 인해 골기 졩이 정규 NBA 무대 데뷔전을 치르게 됐는데, 오늘은 자유투 4개를 모두 놓치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14분 동안 4파울을 범하기도 했고, 리바운드도 하나도 못 잡았죠. 수비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일단 활동량과 몸이 받쳐주니까요. 앞으로도 팀의 세번째 센터로서 꽤 기회를 받을 것 같습니다.
오늘 브루어를 위시하여 미네소타 주전들이 보여준 수비는 정말 좋았습니다. 또 루비오가 이제 아주 무시해버리기에는 찝찝한
슈터가 되었음(참 애매한 평가인데 지금은 딱 그정도인것 같습니다.^^;)을 어느 정도 보여준 경기였구요. (오늘 4/8 야투 2/3 3점
으로 14득점) 러브가 감량 이후 수비에서 움직임이 많아졌고 키 큰 마틴이 백코트 수비에 가담하면서 주전들의 공/수 경기력은
어느 정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레아라는 확실한 식스맨도 있고, 1/2번 모두 소화 가능한 쉐베드가 백코트 뎁스를
책임져 주기에 데릭 윌리엄스가 오늘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다면 벤치 싸움에서도 왠만하면 밀리지 않는 좋은
팀이 될 것 같습니다.
오클라호마는, 러셀 웨스트브룩이 10일 경 돌아온다고 하던데 그의 몸상태가 몇 %냐에 따라 올 시즌의 기대치가 크게 바뀔 것
같습니다. 이 팀은 하든이 식스맨을 수행하던 시절 이후 꾸준히 약화되어 온 느낌을 지우기 힘든데, 레지 잭슨, 제레미 램 등의
영건들의 성장에만 기대하기에는 지금의 듀란트의 기량이 너무 아쉽습니다. 여전히 강팀임에는 분명하지만, 플레이오프 이상을
바란다면 로스터에 큰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경기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위 영상과 함께 졸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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